박찬호, 그의 2002년
2002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박찬호의 소속팀이자 작년 지구 최하위였던 텍사스는 희망에 차 있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올시즌 강력한 AL MVP 후보이자 현존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 10년 연속 골드글로브 수상에 빛나는 이반 로드리게스, 8년 연속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라파엘 팔메이로, 타점 생산 능력에 관한한 절대적 이었던 후안 곤잘레스 등 무려 4명의 Hall of Fame(명예의 전당) 예약자들이 포진해 있는 가공할 라인업, 그리고 전년도까지 통산 8시즌동안 80승 54패 탈삼진 1098개, 3.80의 방어율을 기록한 이제 에이스로의 중책을 맡으며 팀을 이끌 박찬호.그러나 시즌이 시작되며 박찬호를 비롯한 부상자들의 속출과 박찬호의 부진으로 맞물린 투타의 부조화는 메이져리그 30개 구단중 27번째인 5.15의 팀 방어율을 기록하며 72승 90패 승률 0.444 지구 1위인 오클랜드와 무려 31게임 뒤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실패한 시즌을 맞이했고 그 축의 중심에 서 있었던 박찬호(2002년 최종성적 9승 8패 방어율 5.75).올시즌 리그의 변동, 2002년 양대리그 FA 투수중 최고액의 계약으로 인한 소속팀의 기대, 햄스트링 부상, 시즌중의 투구폼 수정, 에이스로의 중압감, 구속의 저하, 볼 컨트롤의 문제, 자신감 결여 등 그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박찬호 선수에게는 변명이 될 수도 있는, 그러나 올시즌 부진의 원인이기도 했던 이유들 일 것이다. 이렇듯 그는 이번 시즌이 진행되면서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떠안고 있으며 몇 가지의 희망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올시즌 그에게서 나타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살펴보면.1. 1993년 데뷔 이래 줄곧 몸 담았던 LA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텍사스에서의 생활이 그의 마음에 안정을 주지 못한걸까?아무래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알려진 대로 텍사스보다는 상대적으로 교민이 많은 LA에서 한인회를 중심으로 그의 게임때마다 해주었던 열렬한 응원은 분명 그의 심리작용에 편안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고 더불어 그의 제2의 고향이랄만한 LA에서 무려 9년간의 생활을 끝내고 타지에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 그에게는 이방인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떠한 안정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시즌 그가 얼마만큼 텍사스의 환경에 적응했는가 하는 부분이 내년 시즌 성적을 좌우할 듯 싶다.
2.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차이?흔히 마지막 타석에 투수 대신 타자가 나오는 지명타자 제도가 존재하는 아메리칸리그. 하위 타선인만큼 그리 위력적인 타자가 나오지는 않으나 역시 투수가 등장하는 내셔널리그보다는 여러 가지 작전 수행과 피안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박찬호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이상하리만큼 하위 타선이나 무명인 선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올시즌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3. 투구폼 수정흔히 신인투수 조차도 시즌중에는 투구폼 수정을 금기시하고 있는 빅리그에서 박찬호 정도의 네임벨류를 가지고 있는 투수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몸이 아닌 상태에서 무리하게 투구폼을 바꿔야만 했을까? 결국엔 시즌중 해임을 당했지만 현 투수코치인 허샤이져와는 반대로 대화로서가 아닌 자기의 독단적인 투수관리를 고집하는, 작년 시카고컵스를 내셔널리그 팀방어율 1위로 만들어 놓았던 아코스타 투수코치와의 호흡은 결과론으론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4.구속의 저하동양인의 체력적인 한계인가? 아니면 데뷔 시절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 그의 구속을 저하시켰을까? 글쎄 후반기에 보여준 8회에 이르러도 95마일까지 나왔던 구속, 특히나 7월22일 대 오클랜드전에서 4회에 보여준 98마일짜리 라이징성 포심은 야구계의 정설인 "제구 안된 95마일 짜리 직구는 얻어맞아 나가나 완벽히 제구된 90마일짜리 직구는 치기 어렵다"는 말처럼 이 부분은 스피드에 문제가 아닌 데뷔 때부터 줄곧 지적되오던 컨트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아직도 그는 엄청난 낙차를 보이는, 예전 내셔널리그에서 3위를 기록한 커브를 보유하고 있고 그의 직구 무브먼트는 TV로 보아도 상당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후반기의 희망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올시즌 그의 피칭은 팀과 팬들, 언론에게 많은 실망감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31일 미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Elias Sports Bureau)"사는 포지션별 순위를 발표하면서 박찬호를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 중 10위(평점 83.721)에 올려놓았다. 올시즌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미 언론의 평가는 상당히 고무적이지 않을수 없다. 메이져리그라는 거대한 조직에서의 한 팀의 1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은 투수, 피칭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닌 이상 인간이기에 더욱이 흔히 멘탈 스포츠라 불리는 야구 보직 중 가장 멘탈이라는 개념에 근접한 투수라는 위치에서 위의 문제점들을 보면 박찬호의 올시즌은 어찌보면 체력적인 문제로 이제는 하향길로 접어드는 동양인 투수는 아닐 듯 싶다.
후반기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후 미 야구의 상징인 양키스 전부터의 호투로 5연승 행진을 벌이며 마지막 등판인 오클랜드 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점 그리고 5점대의 방어율 조차 힘들게 느껴졌지만 5점대로 마감을 했고 그렇게 망가진 올시즌에도 121개의 삼진(145이닝)을 잡은 점은 내년 시즌 평가에 상당한 긍정적인 부분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며 그가 예년과는 다르게 한달 정도 먼저 돌아가 팀에서 실시하는 신인위주의 자율훈련에 참가할 계획을 보면 그 자신조차 굳은 마음가짐으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고 팬들에게도 이번 시즌의 실망감에 대해 내년의 기대감으로 일말의 보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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