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시 37 - < 아침 이미지 >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어둠은 온갗 물상(物象)을 돌려주지만스스로는 땅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아침이면,세상은 개벽을 한다.
- < 아침 이미지 > 박남수 -시(詩)는 인격(人格)이다. 지(知), 정(情), 의(義) 가운데 그 어느 하나라도 모자람이 없어야 하는 그것이 인격이다. 그처럼 시(詩)에도 지(知) 정(情) 의(意)가 있어 그 성격이 각양이다. - 주지적(主知的), 주정적(主情的), 주의적(主意的)예컨대, 소월은 주정적이고 청마가 주의적이라면, 박남수의 시(詩)는 주지적이다.
따라서 시(詩)에서 정(情)은 정서적이요 의(意)는 의지적이며 지(知)는 지성적 성격이다. 무릇 이는 시(詩)뿐만이 아니라 제반 예술의 성격, 경향에까지 미치는 특성이다.
"타오르듯 요동하며무성하게 깔린 들의 풀들.불꽃 모양을 하고 하늘을치솟는 올리브색 측백나무.휘몰아치는 대기의 하늘.- 그러나 화사하게 서로 어울리는해조의 색채가 억제된 색조에 의하여지극히 조용한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이는 빈센트 반 고흐의 <측백나무가 있는 밀밭(Le ble jaune et cypres)> 이란 표제, 그 한 예로, 묘사적 비평문이다.
이 예문의 <측백나무가 있는 밀밭>이 <아침 이미지>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이상(李箱)의 그 답답하고 우울한 폐쇄된 공간 - 세트(set)가 아니라, 이 둘 다 살아 꿈틀거리는 대자연의 현장 - 로케이션(location)이 아니지 않은가.<흑백나무가 있는 밀밭>- 타오르고, 요동하고, 깔리고, 치솟고, 휘몰아치고 - 동사- 들, 풀들, 측백나무, 하늘. - 명사- 역동적 생명감 - 이미지<아침 이미지>낳고, 돌려주고, 털고, 움직이고, 즐기고 - 동사어둠, 물상들, 태양, 세상 - 명사밝고 눈부신 환희 - 이미지특히 부정할 수 없는 그 공통점이타오르듯 요동하며 무성하게 깔린 들의 풀들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그것은 빛의 변화에 따른 순간 포착 - 영락없는 인상주의(印象主義) 그 기법이다.
관념의 허구를 배제한 일체의 순수. 그렇듯 <아침 이미지>는 새롭게 시작하는, 밝아오는 아침에서 사물이 깨어나는 모습을 인상적 묘사로 청신(淸新)하게 그려낸 이미지즘(imagism)이다.
그렇지만 빈센트 반 고흐가 자살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었던 그 참담한 심경을 동생 테오에게 절절히 고백해야만 했듯이, 시인(詩人)도 끝내 그것도 느지막이 이민이란 탈출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신의 말년(末年)이 이 땅에서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무척이나 힘드셨나 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 볼카츠 점주들 불성실? "머투 기사 보고 정말 불쾌했어요"
- 류희림 국회 거짓증언 의혹에 최민희 "지금 급하시죠?"
- "버리지 마세요, 쓸모를 찾아드립니다"
- "윤 정부, 유치한 행동으로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세워"
- 예비역장군 '패륜' 발언에 숨진 훈련병 어머니 "그게 할 소린가"
- '전술핵' 떠들더니 이번엔 '독자 핵무장론'인가
- 아리셀 연구소장 유족 "유품 챙기는데 눈길 한번 안 줘, 어떻게 이러나"
- 임현택 의협회장 "의료대란, 의사들 아닌 복지부가 만든 사태"
- [오마이포토2024] 민주노총, 서울고용지청 농성하다 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