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의 다른 이름, <고잉홈>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위한 시도, <쓰리><쓰리> Three 는 타이, 홍콩, 한국의 감독이 모여 "공포"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된 옴니버스 영화이다. <잔다라>의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가 <휠> Wheel 을, <조용한 가족>의 감독 김지운이 <메모리즈> Memories 를, <첨밀밀>의 감독 진가신이 <고잉 홈> Going Home 을 각각 연출했다.
@IMG1@<쓰리>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라는 점에서 우선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방식의 영화제작은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는 가장 공격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3명의 아시아 감독이 각각의 단편영화를 연출했기 때문에 영화에는 고스란히 세 가지 느낌과 맛이 녹아 있다. 마치 세 가지 맛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쓰리>의 시도가 국내에서 상업적인, 혹은 영화적인 성공을 가져다주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세 편의 영화를 하나의 영화로 만드는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3편의 단편영화를 한꺼번에 감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IMG2@만약 3편의 단편영화를 하나의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면, 연결고리를 배제하더라도 기본적인 이야기의 톤이나 소재(공간, 인물 등)에서 약간의 제한을 두었더라면 좀더 집중력을 가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더라면 관객은 <쓰리>의 산만함에 끌려다니지 않고 좀더 영화를 음미했을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아내의 시체와 사는 남자의 이야기, <고잉 홈><쓰리>에서 가장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진가신 감독의 <고잉 홈>이었다. 진가진 감독은 <쓰리>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호러와 멜로"를 혼합한 <고잉 홈>을 만들어냈다.
언제 들어왔는지, 언제 나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영화를 받쳐주는 음악은 공포영화의 음악이라고 해서 쿵쾅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공포는 관객을 놀라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유치하고 조잡한 순간의 기교일 뿐이다. 감독은 공포의 상황, 공포의 분위기, 공포의 공기를 포착해낸다. 무서운 건 귀신이나 저주가 아니다.
이제 폐쇄 직전에 이른 아파트에 형사와 아들, 부자(父子)가 이사를 온다. 어린 아들은 쓸쓸한 아파트의 구석구석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를 본다. 아들은 아파트가 무섭다. 하지만 형사 아버지는 아들의 소심함을 탓한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고, 두려움 따위는 떨쳐버리라고 한다.
형사의 이웃으로 반신불수의 아내와 살고 있다는 무뚝뚝한 남자(여명 분)가 나온다. 그는 늘 약초를 정성스럽게 달인다.
평소 형사업무에 바빠 아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형사에게 사건이 발생한다. 아들이 사라진 것이다. 형사는 그제서야 아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아들을 찾는다. 아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IMG3@여명의 아파트 문을 두드리는 형사. 여명은 잔뜩 긴장한 눈으로 아들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형사는 직감적으로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눈치챈다. 몰래 여명의 집으로 숨어든 형사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여명은 죽은 아내의 시체와 살고 있었다.
여명은 중국에서 한의사였지만 홍콩으로 건너와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여명은 형사를 결박시키고 아내와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좋은 배우에겐 향기가 있다. 여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공포와 멜로를 자연스럽게 섞이게 한다. 여명은 아내를 약초물에 목욕을 시키며 그녀의 부활을 믿는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자라고 있으며 그녀가 다시 깨어날 것을 믿는다.
형사는 그런 여명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다그친다. 그녀는 죽었으며 이제 그걸로 끝이라고 한다. 여명은 3일만 지나면 그녀가 다시 일어나기로 약속한 날이라며 3일만 지나면 형사를 풀어주겠다고 한다.
여명은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한의학을 공부하던 대학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교수의 호명에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교수는 그녀에게 "여긴 중학교가 아니니까, 일어나지 않아도 돼요"하고 말한다. 쑥스러워진 그녀의 표정을 기억하는 여명. 여명은 그날처럼 그녀가 다시 일어날 거라고 믿는다.
@IMG4@3일이 지나고 그녀가 일어나기로 한 날, 여명은 죽는다. 여명의 죽음은 잠시 그가 죽은 아내의 시신과 살고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그가 아내를 시체 취급하는 사람들의 몰이해에 대항할 때, 공포스러운 분위기 저편으로 애틋한 사랑의 느낌이 불어온다.
여명과 아내의 죽음에 관련된 영화의 결말이 다소 현실성이 없어서 공포의 분위기를 감소시키지만… 그래도 <고잉 홈>만큼은 새로운 시도였다.
<쓰리>, 다시 이런 류의 공포영화를 보기는 힘들다<쓰리>는 대중적이지 않다. 그리고 상업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이 영화들엔 뭔가 새로운 느낌, 처음 느끼는 맛, 신선한 느낌이 있다. 만약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다면, 자신을 영화 매니아라고 자처한다면, 그리고 조금의 참을성이 있다면 <쓰리>가 막을 내리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한 추천은 <고잉 홈>에 관해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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