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부터 방산까지… 韓 희토류 7종, 中에 80% 의존
中과 개별 협상 일부 조정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내 전기차·방산·배터리 등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예고한 희토류 수출 허가제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지만 불똥이 미국 외 국가로까지 옮겨붙을 수밖에 없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희토류는 대체 불가능한 전자·자기·광학적 특성을 가진 광물 원자재로 첨단기술 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전기차 모터부터 반도체 회로, 디스플레이 소재, 방산·항공기 부품까지 첨단 제조업 전반에 희토류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수출 제한에 나서는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한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0%에 달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사태 장기화 시 부품 공급 불안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전기차 모터에는 고성능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희토류인 사마륨·디스프로슘 등이 필요하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로 당분간 생산은 가능하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희토류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자성재료 기술 내재화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5월 연세대학교에 영구 자석 기술력 향상을 위한 자성재료 공동연구실을 설립한 현대자동차·기아가 대표적이다.
방산 업계는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비축 물량 소진 시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정밀 유도무기·레이더·통신장비 등 첨단 무기체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 안에 희토류가 다량으로 쓰인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로 공급망 다변화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상용 부품이 사용되는 일부 영역에서는 제한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선 미국만큼 깐깐한 수출 허가제를 운용하지 않도록 양자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제재에 대해 중국은 결코 먼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중국은 미국 외 국가에는 고통을 가할 의도가 없다고 보이기 때문에 개별 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조정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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