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시련 아닌 배움…노시환 “43타석 무안타 있었기에 지금 성적이 있어”

차승윤 2023. 7. 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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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2684="">지난 1일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린 후 더그아웃에 들어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yonhap>


"무안타가 아니었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힘내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노시환(22·한화 이글스)은 3일 기준으로 타율 0.315(리그 9위) 92안타(3위) 17홈런(2위) 52타점(공동 2위) 45득점(공동 4위)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0.393·7위)과 장타율(0.548·2위)을 합친 OPS는 0.941(2위)에 달한다. 2루타(17개·공동 7위) 볼넷(37개·공동 9위)까지 포함해 도루 제외 타격 전 부문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6월 이후 타격 상승세가 뜨겁다. 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9 8홈런 26타점을 쏘아 올렸다. 홈런과 타점 페이스가 지난봄의 두 배 수준(47경기 9홈런 26타점)이다. 5월까지 낮다고 지적받았던 득점권 타율도 어느덧 0.274까지 올라왔다. 결승타가 7개(공동 4위)에 승부처에서 활약을 측정하는 WPA(승리확률 기여도)도 리그 1위(1.72·스포츠투아이 기준)에 올랐다.

5월 중순만 해도 이런 성적표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 당시 노시환은 절정의 타격감(5월 13일 기준 타율 0.359 8홈런 OPS 1.055)을 보여주더니 43타석 연속 무안타의 늪에 빠졌다. 높았던 타율은 0.277(5월 27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러나 그는 5월 말부터 안타 페이스를 되찾았고, 6월 중순 이후 홈런포까지 터졌다. 홈런만 따져도 SSG 랜더스 '레전드' 최정(19홈런)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최정이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노시환의 타격 생산성은 으뜸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노시환은 구장 환경을 반영한 wRC+(100을 리그 평균으로 둔 조정득점생산력) 168.4(1위)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3.52(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43타석 무안타의 악몽을 잊고 싶지는 않을까. 야구에 가정법은 없다. 그래도 노시환의 43타석(36타수) 무안타를 단순 삭제한다면 그의 시즌 타율은 0.359(256타수 92안타)가 된다. 현실이 됐다면 KBO리그 '역대급 시즌'에 이름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시환은 과거를 잊지 않았다. '만약'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노시환은 "전반기가 몇 경기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돌아보면 힘든 시기도 있었다. 무안타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도 받았다"며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성적이 이렇게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무안타 기간이 없었다면 지금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힘내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화 노시환이 지난 6월 28일 대전 KT전에서 7회 홈런을 친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부진은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하물며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두도록 어프로치를 바꾼 노시환은 흔들리기 쉬웠는데, 참고 버티는 데 성공했다. 노시환은 "나도 방망이가 안 맞으면 폼이나 타이밍을 바꾸던 때가 있었다. 올 시즌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밀고 나갔다. '언젠가 잘 맞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텼다"며 "그때 타격폼을 바꿨으면 무안타 기록이 빨리 깨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깨진 후에도 안 좋은 타격감이 오래 갔을 것 같다. 지난해 그걸 경험했기에 올해는 내 루틴에만 집중했다. 무안타 기간은 길어졌지만, 그래서 그 후에 이렇게 좋게 올라올 수 있었다"고 했다.

어떤 타자든 슬럼프는 있다. 누가 더 빠르고 확실하게 벗어나는지 차이가 잠깐의 '원 히트 원더'와 20년 동안 빛나는 '레전드'를 가른다. 슬럼프를 벗어난 노시환이 전설로 성장하기 위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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