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속 무게추 쥔 영풍정밀 주주…높은 가격 vs 많은 물량 선택 기로에

전성필 2024. 10.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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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제리코파트너스가 영풍정밀을 둘러싼 ‘쩐의 전쟁’을 펼치면서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전세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들이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무게 추가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설립한 제리코파트너스는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영풍 측의 MBK는 최대한 많은 주식을 사들이겠다며 물량 공세를 예고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정밀 주식 지분은 고려아연 경영권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과 달리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 주식 거래량도 관련 기업들에 비해 많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공개매수에 참여하는지가 향후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의 1.8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지분의 21.25%를, 최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가 35.45%의 지분을 가졌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의결권을 3.7% 넘겨주는 것과 같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기울어질 수도 있는 수준이다.

양측은 영풍정밀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자 당근책을 각각 내놨다. MBK파트너스는 주당 2만5000원에 영풍정밀 발행주식의 43.43%인 684만801주를 매수하겠다고 나섰다. ‘많은 물량’을 앞세운 것이다. 반면 제리코파트너스는 주당 3만원으로 MBK파트너스에 비해 20%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매수 목표는 393만7500주로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높은 가격을 내세웠다. 영풍정밀의 주가는 지난 2일 기준 2만5450원이다.

영풍정밀 주주들로서는 양측에 대한 기대 수익이 다른 만큼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MBK는 현재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잔여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선택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영풍정밀 주식 1000주를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전량을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면 100% 확률로 팔 수 있고, 세금 등을 제외하고 2500만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오는 4일에 끝나기 때문에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반면 제리코파트너스에는 현재 주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물량만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에 자칫 매도하지 못한 주식을 떠안을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영풍정밀 주식 1000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57.6%의 확률에 따라 일부만 3만원에 팔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를 마치는 오는 21일 이후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 일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향후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는 선택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영풍정밀 주주들이 우선 제리코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한 뒤 MBK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는 4일 MBK파트너스의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 결과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장외 여론전은 이날도 격렬하게 펼쳐졌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2일 법원에서 기각됐는데 영풍은 같은 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또다시 제기했다”면서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셈이다. 시세조종과 시장 교란 의도를 가진 악의적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가처분과 이번 가처분은 성격이 다른 별개의 소송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의 평시 주가보다 훨씬 높은 공개매수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이는 행위는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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