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휴무일?'...제주4.3 지방공휴일, 적용대상 왜 틀에 갇혔나
초.중.고교, 대학가는 미적용..."추념식 참석, 하고 싶어도 못해요"
도의회 "학교 휴업일 지정해야"...교육청 "학교장 재량 휴업일 검토"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을 추념하기 위해 국가기념일인 4.3희생자추념일(4월3일)이 제주도 조례에 따른 '지방공휴일'로 지정됐으나,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주 제주도의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됐다.

제주4.3의 지방공휴일 지정은 2018년 3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4.3희생자추념일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를 근거로 한다.
이 조례는 "국가기념일로 격상된 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해 제주도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4.3희생자를 추념함으로써 도민화합과 통합을 도모하며, 평화와 인권.화해와 상생의 4.3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고양.전승.실천함으로써 4.3의 완전한 해결 및 세계평화의 섬 조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초 조례를 제정할 당시 법적 근거 논란도 있었지만, 이후 정부에서 '지방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총 4번에 걸쳐 조례가 개정됐다.
그러나 지방공휴일 지정의 취지나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지방공휴일 지정 목적에 걸맞게 적용 범주가 확대되지 못하고, 조례의 테두리 안에 갇혀 7년째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조례에서는 지방공휴일 적용 대상 관공서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특별자치도 본청 및 하부 행정기관 △제주특별자치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제주특별자치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관련 관공서는 추념일 당일 휴무에 들어간다.
추념식 관련 업무 및 유족 수송 지원 등의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 외에는 대부분 출근을 하지 않고 평상시 휴일 때와 마찬가지로 휴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그들만의 휴무일'이 돼 버린 셈이다.
반면, 적용 대상이 아닌 제주도교육청 소속 기관이나 모든 학교는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지방공휴일은 아니더라도, '휴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주도내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업 일정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대학생들의 추념식 참석 독려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올해 4.3추념식에 앞서 전국대학생 평화대행진을 개최하고, 4.3 관련 활동을 진행하기는 했으나, 4월3일 당일은 주중이어서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추념식에 참석할 경우 공식적으로 출석 인정이 된다고 한다면 함께 참석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아 참석을 권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공휴일을 만들면서 왜 학교나 대학은 빠진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 지방공휴일 적용대상, '지자체 관공서'로 끝?
이러한 가운데, 4.3 지방공휴일 적용대상 확대에 관련 기관들이 소극적으로 나서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조례에서는 '4·3지방공휴일 참여 확대' 조문이 신설됐는데, 크게 3가지 내용이다.
"도지사는 제주도 산하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4.3지방공휴일 시행을 권고해야 한다"(1항),
"도지사는 도내 국가 공공기관, 기업, 단체 및 학교 등에 대해 4.3지방공휴일 시행에 적극 동참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2항),
"도지사는 도내 4·3지방공휴일 시행에 참여하는 공공기관, 기업, 단체 및 학교 등의 현황을 조사하고 민간부문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3항).
그러나 조례 개정 후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을 중심으로 지방공휴일 적용이 추가적으로 이뤄진 것이 전부다. 3항의 민간부문 확대는 물론이고, 2항의 도내 학교나 국가 공공기관 등의 동참에 있어서도 진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정이나 교육당국 국가기관의 적극성이 극히 미약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초.중.고교 4.3 휴업일 지정, 내년부터는 가능?
지난 14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의 교육청 추경예산안 심의에서는 지방공휴일 적용을 학교 현장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양병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면서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 (지방공휴일 적용은) 어렵지 않을 것인데, 도교육청이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오승식 위원장도 "공휴일 지정은 국가공무원법, 근로기준법 등이 있어 힘들겠지만 휴업일로 지정해 학생과 교사들도 추모 행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휴업일' 지정 검토를 제안했다.
이에 교육청에서는 '휴업일'에 대한 긍정적 검토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최성유 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은 도의회 답변에서 "법령상 현실적으로 공휴일로 지정하기 어렵지만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일로 정할 수 있다"면서 "4월 3일을 휴업일로 하도록 학교에 안내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휴업일 지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돌봄'과 연관해 휴업일에 대한 숙고를 이어가고 있다.
한문성 제주도교육청 공보담당관은 "추념일 당일은 아니지만, 매해 4.3추념 주간에 일선 학교에서 4.3관련 현장 체험이나 관련 교육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4월3일을 휴업일로 지정하는 부분은, 돌봄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대부분 학부모는 정상적으로 출근하기 때문으로, 돌봄에 문제가 없다면 얼마든지 휴업할 수 있다는게 교육청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 교육감도 지난 15일 주간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휴업일 지정은 '돌봄'에 관한 부분이 먼저 해결해야 가능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추념일에 도청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사기업 모두 휴무에 들어가면 아이들을 돌보는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냐는 어려움이 있다"며 "만약 돌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운영된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의지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휴업일 지정은 교육청 차원의 일괄적 시행보다는 학교장 재량에 맡겨 시행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 제주도의회, 제주도정 입장은?
하성용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장은 "4.3지방공휴일에 지방행정기관만 휴무이고 초.중.고교는 정상적 수업을 하면서 지방공휴일 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며 "지방공휴일 지정의 의미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추념일 당일 많은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4.3관련 행사 참석을 할 수 있도록 지방공휴일 적용을 학교나 대학 등으로 확대할 제도적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일부 학교들에서는 4.3 관련 교류 등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추념일에라도 4.3과 관련한 현장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통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인영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도 차원에서 (초.중.고교의) 휴업을 강제할 수는 없고, 4.3에 즈음해 교육청에 공문을 통해 각 학교들에 4.3추념일의 의미에 맞는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문을 통해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지방공휴일 적용대상 확대 방안에 대해, "지방공휴일을 학교에 적용하기 위한 조례 개정은 제주도청에서 발의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고, 교육청이나 도의원 차원에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4.3지방공휴일이 '쉬는 날'?...취지.목적성 갈수록 퇴색
한편, 지방공휴일 지정 취지가 퇴색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다. 지방공휴일 적용이 7년째 제한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쉬는 날'의 의미와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도의회 회의에서는 "4·3 추념일에 학생과 교사들도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도 있었다. 질의의 핵심은 지방공휴일 적용 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것이지만, 지방공휴일을 '쉬는 날'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
지방공휴일 적용 기관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게 나오는 "왜 공무원들만 쉬느냐" 등의 문제 제기도 '쉬는 날'이란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방공휴일 제정의 본연적 목적보다는 '휴식권'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조례에서는 4·3지방공휴일 시행의 기대효과로 "제주 공동체가 4·3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4·3희생자를 추념하는데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4·3의 전국화 및 세계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등의 목적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적용대상이 지자체 관공서로 한정되면서 지방공휴일의 취지와 목적은 크게 퇴색됐다. 한계점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도민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지방공휴일, 77주년 제주4.3추념일을 기점으로 전반적 재검토와 후속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크게 분출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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