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결국 오스카까지 품에 안았다. 작품 공개 당시만 해도 “K팝과 퇴마 액션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놀라움을 자아냈던 이 작품은, 이제 전 세계 시상식을 휩쓴 대표적인 K콘텐츠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 직후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그 영광을 자축하는 자리를 넘어, <케데헌>이 왜 세계를 사로잡았는지, 또 시즌2는 어디를 향해 나아갈지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4월 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케데헌>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는 총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과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Golden’을 부른 가수이자 공동 작곡가 EJAE(이재), 그리고 OST 프로듀싱을 맡은 IDO(이유한, 곽중규, 남희동)가 참석했다. 오스카 트로피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과 비하인드, 그리고 후속작에 대한 생각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강조된 건 역시 <케데헌>의 중심에 자리한 ‘코리안니스(Koreaness)’, 즉 한국다움이었다. 매기 강 감독은 어릴 적 접한 애니메이션 속에는 일본이나 중국 문화는 많이 담겨 있었지만, 정작 한국 문화가 중심이 된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자신 역시 필요했고, 한국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K팝을 소재로 차용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감각, 음악과 신화, 감정의 결까지 담은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은 <케데헌>의 출발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줬다.
매기 강 감독은 이 과정에서 ‘교포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해외에서 자라온 한국계 창작자들이 흔히 “나는 온전히 한국인이지 못하다”는 감정을 안고 살아가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이재를 언급하며, 두 문화에 모두 속한 사람들이야말로 한국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다고 해서 한국 문화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말은, 이날 간담회 전체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이기도 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역시 “한국다움이 이 영화의 영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아내와 20년 넘게 가족으로 살아오며, 관찰이나 공부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한국 문화를 체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고통을 견디며 강인함을 얻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루미라는 인물 역시 그런 면모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련을 통과하며 더 단단해지는 캐릭터의 힘이야말로 자신이 느낀 한국성의 중요한 축이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왜 <케데헌>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감정적으로도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비하인드도 빠질 수 없었다. 특히 주제가상 수상 당시 IDO 팀의 소감이 도중에 끊긴 장면은 국내에서도 적잖은 화제를 모았던 부분이다. 이유한은 당시 가족들과 더블랙레이블, 테디 프로듀서, 함께한 멤버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 순간 자체가 워낙 영광스러웠던 만큼,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희동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포함해 모든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무대 위에 올라 수많은 배우들을 직접 보는 순간 자체가 재미있고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순간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태도는, 오히려 이 팀이 이번 성취를 얼마나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음악을 통해 <케데헌>의 정체성을 완성한 이재의 소회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 무대에서 판소리와 국악이 어우러진 ‘Golden’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리허설 때부터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와 K팝 감각이 함께 울려 퍼지는 장면 자체가 한국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러웠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뉴욕에서 K팝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은 기억까지 떠올리며, 이제는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전 세계 배우와 감독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자신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한때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취향과 정체성이 이제는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느껴진 <케데헌>의 성취는 단순히 트로피 숫자로만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K팝이라는 글로벌 장르를 빌렸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한국적인 정서와 전통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한국성이 세계 보편성과 충돌하는 대신, 오히려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판소리, 북, 한국 무용, 한복의 실루엣, 신화적 상상력,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는 캐릭터의 정서까지. 이 작품은 ‘글로벌하게 보이기 위해 한국색을 덜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증명한 작품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시즌2는 어떨까. 매기 강 감독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스포일러 없이 보여주고 싶다며 웃은 그는, 현재 큰 아이디어는 잡혀 있지만 아직 세부적으로 다 정해진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시즌2 역시 1편처럼 자신과 크리스 감독이 정말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 것이며, 규모도 더 크고 더 다채롭고 더 이벤트풀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트로트와 헤비메탈 같은 음악적 확장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귀띔했다. 트로트는 한국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이기에 세계에 더 소개하고 싶고, 헤비메탈 역시 K팝의 뿌리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설명은 시즌2가 사운드 면에서도 또 한 번 예상을 깨뜨릴 가능성을 암시했다.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은 시즌2를 향한 방향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팬들이 이 영화를 발견해 주고, 전 세계로 퍼뜨려준 덕분에 지금의 <케데헌>이 있다고 말한 그는 팬들과의 관계를 “가족 같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속편 작업에서도 단순히 1편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은 채 팬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규칙을 깨고, 한계를 확장하고, 더 넓은 이야기를 보여주되 그 저변에는 여전히 ‘한국다움’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야기든 캐릭터든, 혹은 작품 속에 담길 신화적 요소든 모두 한국적 영혼 위에 세워질 것이라는 말은, 시즌2가 더 커질수록 오히려 정체성은 더 또렷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날 가장 강력한 반응을 끌어낸 질문은 단연 진우에 관한 것이었다. 시즌2 제작 소식이 알려진 뒤 팬들 사이에서는 진우의 귀환 여부가 가장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는데, 이에 대해 크리스 감독은 “진우는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 가슴 속에”라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동시에 이보다 더 교묘한 떡밥도 없었다. 완곡하게 말을 돌린 듯하면서도 완전히 선을 긋지 않은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부활을 암시한 것인지, 아니면 팬심을 달래는 농담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제작진이 이 질문의 파급력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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