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통합지원법 시행 두 달, 나쁜 소식이 왜 이렇게 많은가
[김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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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이 누구나, 어디서나, 같은 질의 돌봄을, 헌법적 권리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당위성의 주장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AI생성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23개 공약을 6개 분야로 나누어 중요성을 물어본 결과 보건·의료(86%)부터 아동(84%), 복지(84%), 장애인(78%), 주거(76%). 사회연대경제(73%)에 이르기까지 돌봄 정책의 전 영역에 걸쳐 매우 큰 국민적 기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후보자가 공약에 '통합 돌봄을 포함했는지'의 여부가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도 무려 80%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 주기를 원하는 사업을 분야별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보건·의료 분야는 '예방적 돌봄 및 돌봄이 필요한 모두에게 지원 전면 확대'(57%)와 ''우리 동네 전담간호사' 배치', '읍면동 중심의 건강중심 지원체계 구축'(35%)을, 복지 분야는 '이동권 및 접근성 보장을 위한 이동지원 서비스 대폭 확충'(51%)과 '돌봄 인력 안정적 수급을 위한 처우 개선 및 인식 개선'(49%) 등을 꼽았다.
아동 분야에서는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을 메우는 '아픈 아동 일시 돌봄 서비스 시행''(53%)과 '장애 및 질병 아동 특화 돌봄 서비스 도입'(47%), 장애인 분야에서는 '통합 돌봄 대상을 일부가 아닌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차별 없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30%)과 '의료와 돌봄이 끊기지 않는 견고한 지원체계 구축'(28%), 주거와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는 '주거복지센터 설치 및 통합 돌봄 주거지원 업무 강화'(28%), '주민 돌봄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 돌봄 경제 구축'(48%) 등이 상위에 올랐다.
통합 돌봄 제도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84%(매우 잘 안다, 12% +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은 모른다, 72%)로 매우 높아서 통합 돌봄이 국민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3월 27일 발효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 통합지원법)'의 시행을 '알고 있다'라는 응답은 불과 25%에 그쳐 모순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 자치
돌봄 통합지원법은 전국의 시도와 시군구가 지역사회 돌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점이 법의 큰 의미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당위성의 주장이나, 부분적 시행에 그쳤던 돌봄이 법제화되고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지역사회 돌봄은 성격상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시행해야 할 자치 사무에 속한다. 중앙 정부가 돌봄의 큰 방향을 잡고 제도와 법령을 만들어 전국적인 표준을 잡아 주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역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돌봄은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기초자치단체가 맡아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생활정치의 영역이다. 서구에서도 일차 단계의 보건복지, 지역사회 돌봄, 초등교육, 동네교통 등 주민의 생활에 관한 업무는 기초자치단체들이 담당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앞으로 돌봄 정책에서 보건복지부와 지방 정부의 관계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복지부가 모든 정책을 만들어 지방에 위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에 자율성을 주고 이를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같은 원칙이 기획예산처에도 적용되어 돌봄 예산을 지원하되 지방이 자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사회 돌봄은 한국의 지방 행정에서 분권의 새로운 방식을 열어가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 정부가 자치 업무로서의 돌봄을 추진해 가려면 권력의 이양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자치를 해 나갈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흔히 돌봄 성공의 조건으로 '지자체장의 관심'을 꼽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군구 조직이 주민의 돌봄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는 서비스 패키지를 만들어 제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자치단체 내부의 노인과 장애인 복지 담당 조직들과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지사 등 정부 내의 각 조직 간 협조 체제가 만들어지고, 민간의 복지 및 보건의료 제공자들과 협력하는 민관 협치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신청·발굴-조사-판정-서비스 기획-제공-평가-환류'의 과정을 운영하고 사례 관리를 통해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이 또한 상당한 조직, 인력, 교육훈련, 예산이 필요하고, 제도와 능력이 성숙할 시간이 필요하다.
돌봄 통합지원법이 시행 두 달, 변화는?
지방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좋은 소식은 곳곳의 공무원과 의식 있는 민간 조직들이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요하다. 지역사회 돌봄은 지역에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를 지방 공무원들이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그간의 수동적 지방 행정에서는 낯선 일이었다.
나쁜 소식은 너무 많다. 상당수 지자체의 돌봄 담당 조직이 아직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담당 인력도 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읍면동 인력은 이제 겨우 채용 절차를 밟고 있고, 채용된 인력도 교육훈련이 부족하여 대처 능력을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법 시행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여 통합 돌봄의 신청이 많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지난해에 책정된 돌봄 예산이 너무 부족해서 정부가 홍보를 열심히 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어 시장·군수·구청장이 부재중인 상황 때문에도 아직은 통합 돌봄이 활발해지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변화는 지방 선거 이후에 올 것으로 보인다. 새 지방 정부는 7월 1일 임기가 시작된다.
지역 간 격차
금년을 지나고 나면 지역사회 돌봄의 첫해 평가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매는 상태일 것이고, 소수의 지역만이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잘하는 곳의 대부분은 이전 시기에 시범사업을 경험한 지역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3~4년 정도가 지나면 양상이 바뀌어 지역의 조건에 따라 선후가 갈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보건복지 정책과 유사하게 도시·농촌의 지역 구분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의 차이에 따라 돌봄 사업의 진척 상황이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농어촌지역일수록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돌봄도 낙후될 것이다.
농어촌은 인구당 노인과 장애인 수가 많다. 노인의 비중은 대도시가 20.9%, 농어촌은 36.2%이고(2026년), 장애인의 비중은 대도시 4.7%, 농어촌 8.7%이다(2024년). 그러나 보건복지의 자원은 적다.
의사 수는 대도시 구당 858.1명, 농어촌 군당 61.6명이고, 간호사 수는 대도시 구당 2088.5명, 농어촌 군당 142.8명이다(2025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수의 지역당 수는 정확히 파악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농촌일수록 면적은 넓고 인구는 적다. 대도시 구의 면적은 평균 86.9km, 농어촌 군은 688.3km인 반면(2024년), 인구는 대도시 구 평균 29.2만 명, 농어촌 군은 4.5만 명이다(2026년).
간단히 말해서 농어촌은 돌봄 부담이 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은 적으며, 사업 수행의 조건은 불리한 상황이다.
지역사회 돌봄은 제공자가 가정으로 방문하거나. 가정에 있는 당사자가 주간이용서비스가 나가서 받는 방식이라서 '이동 거리'는 돌봄의 기본적인 제약 조건이 된다.
농어촌은 이 점에서 크게 불리하다. 돌봄의 모든 조건에서 도시와 농어촌은 터무니없는 차이가 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농촌의 돌봄 발전은 크게 뒤처질 것이 당연하다.
지역 간 격차는 시장의 힘으로 일어나는 문제이다.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병원도 회사도, 사회복지사도 젊은이도 도시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총화로 나타나는 도시 집중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경제학이 말하는 '구성의 오류'는 돌봄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시장의 힘을 거스를 만큼 강력한 '적극적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거시적 합리성을 악화시키는 시장의 힘에는 이를 복원하려는 정부의 힘이 대등하게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돌봄은 각종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자원의 적절한 배합이 지역단위로 이루어지고 이를 지역 완결적으로 묶어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단위'들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이런 구성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는 새로운 사회정책을 추진하면서 인프라 구성에 투자해 본 전례가 없다. 1977년 의료의 공공재정을 늘리는 의료보험을 추진하면서 공공병원은 늘리지 않았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늘리면서도 공공요양 공급은 늘리지 않았다. 통합 돌봄을 새로 도입하는 이번에도 이런 경로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돌봄의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역으로 지역사회 돌봄의 공공성 있는 제공 체계를 구성에 낼 수 있으면 한국의 사회정책에 새로운 경로를 까는 큰 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산의 뒷받침이다. 현재까지 200여 개 단체가 모인 '돌봄 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돌봄 재정 공동행동)'은 2027년 예산에 사업비로 2623억 원과 인프라 투자 예산 3824억 원, 총 6447억 원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 간 격차 없이 돌봄이 작동할 수 있도록 돌봄 인프라의 초기 구축을 위한 1조9121억 원을 확보하고 5개년 계획의 개념으로 나누어 투자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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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익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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