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막는 족쇄인가, 공정성 지키는 안전장치인가" 프리미어리그, PSR 폐지 후 새 규정 도입 논의

한준 기자 2025. 10.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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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오랜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이익 및 지속가능성 규정(Profit and Sustainability Rules, 이하 PSR)'을 폐지하고 대체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를 곧 결정할 전망이다. 


리처드 마스터스 프리미어리그 최고경영자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리더스 스포츠 컨퍼런스에서 "대안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5m 파운드 룰'의 그늘


PSR은 2015-16시즌부터 시행된 제도로, 구단들이 무분별한 적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규정에 따르면 클럽은 3년 회계 기간 동안 최대 1억 500만 파운드(약 1,988억 원)의 손실만을 허용받는다. 표면적으로는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현장에서는 "투자를 가로막는 족쇄"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23-24시즌 에버턴과 노팅엄 포레스트가 PSR 위반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다. 또한 애스턴 빌라 공동 구단주 나세프 사와리스는 "이 규정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빅클럽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역시 규정에 따라 선수 매각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했고, 에디 하우 감독은 "결국 유망주를 팔도록 유도하는 제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프리미어리그 공인구.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유럽과의 정합성, SCR로의 전환?


이에 프리미어리그는 UEFA의 제도와 보조를 맞추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UEFA는 이미 '스쿼드 코스트 레이쇼(Squad Cost Ratio, SCR)'라는 제도를 운영 중인데, 이는 구단의 총수익 대비 일정 비율까지만 선수단 관련 지출(연봉, 이적료, 수수료 등)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UEFA 기준은 70%로 설정돼 있으며, 유럽대항전에 진출한 프리미어리그 9개 구단은 이미 해당 제도를 따라야 한다. 첼시와 아스톤 빌라는 지난 7월 UEFA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마스터스 CEO는 "PSR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프리미어리그 역시 UEFA와 정합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는 항상 클럽이 투자를 이어갈 여지를 남겨왔기에 UEFA의 70%보다 높은 85% 수준에서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즉, 구단들이 국제 자본 유입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완충 장치를 두겠다는 뜻이다.


또 다른 대안, '탑-투-바텀 앵커링(TBA)'


흥미로운 점은 프리미어리그가 또 다른 실험적 모델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탑-투-바텀 앵커링(Top to Bottom Anchoring, TBA)' 제도는 리그 최하위 클럽의 수익을 기준점으로 삼아, 최상위 구단도 그 몇 배 이상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즉, '리그 전체 수익 격차를 구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아이디어다. 만약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빅클럽의 과도한 투자와 중소 클럽의 격차 확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프리미어리그만의 자유로운 투자 문화가 훼손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투자냐 공정성이냐, 기로에 선 프리미어리그


이번 논의는 오는 11월 구단 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PSR은 투자 제한 효과를 통해 리그의 재정적 안정성을 지키려는 제도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역설적 효과'를 낳아왔다. 


자금력이 큰 구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규정을 피하거나 로비에 성공하는 반면, 중간급 구단은 필수적인 투자조차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롭게 확대된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월드컵이 막대한 추가 수익을 가져오면서, "추가 수익을 얻는 상위 클럽은 투자 여력도 늘어나는데, PSR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마스터스는 "PSR은 이익 중심의 규정이고, SCR은 매출 중심 규정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정체성은 항상 '과감한 투자'와 '글로벌 자본 유입' 위에 세워져 왔다. 그러나 지나친 투자 경쟁이 불러올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리그 사무국과 20개 구단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프리미어리그의 판도는 물론 유럽 축구 전반의 재정 질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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