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용 해열제, “‘내린다시럽’ 드세요” 홍보하는 식약처

지난 2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제 생산업체 ‘텔콘알에프제약’을 방문한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사진 우측). 손에 들고 있는 의약품은 텔콘알에프제약이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판매하는 '내린다시럽'이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시럽형 소아용 해열제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럽형 소아용 해열제 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가 이례적으로 특정 업체 제품을 홍보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품질이 확보된 소아용 해열제의 안정적인 공급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제 생산업체 ‘텔콘알에프제약’을 2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오상 차장은 시럽제 생산시설을 시찰하고 소아용 해열제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소아용 해열제 주요 제조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해열제 수급현황을 공유하고, 소비자 판매용과 조제용 해열제 모두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연간 생산계획을 점검했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식약처가 증산을 독려했다면서 특정 제약사의 특정 제품을 명시한 점이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국민에게 위해가 되는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특정 제품을 명시하지 않는다. 특정 제품을 광고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점을 무시하고 ‘텔콘알에프제약이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판매하는 내린다시럽의 생산 현황과 증산 계획을 점검했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불편없이 해열제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아용 해열제를 제조하는 기업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 특정 업체만을 언급하며 이 업체에 대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식약처가 언급한 소아용 해열제 제조업체는 맥널티제약과 삼아제약, 텔콘알에프제약이다. 이외에도 다른 제약사들고 소아용 해열제를 제조하는 기업이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소아용 해열제도 다수다.

만약 소아용 해열제 공급이 부족한 점을 고려, 국민에게 어떤 소아용 해열제가 공급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라면 다른 제품 또한 따로 목록을 정리해 알렸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식약처가 배포한 자료에는 이 목록이 없다.

실제로 정부에서 특정 제품명을 거론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력도 있다. 지난 2021년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열이 날 경우, 타이레놀처럼 소염 효과가 없는 단순 해열 진통제는 접종 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복용해도 적절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정 청장이 특정 제품을 언급하자 당장 국회에서는 ‘정 청장이 '타이레놀 복용'을 권고하며 의약시장이 왜곡됐다’며 비판했다. 보건당국이 특정제품을 언급하면서 품귀현상을 빚게 해 잘못했다는 것이 당시 국회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었다.

이후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제품 공급 불안정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생산되고 있는 품목 명칭 전부를 목록으로 만들어 안내하기도 했다. 어느 특정 제품만 따로 홍보한 적은 없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특정 제품을 이렇게 홍보한 적은 정 청장 이후 처음"이라며 "왜 식약처가 수많은 제품 중에서 단 한 품목만 특정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국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마음이 조급한 듯 하다"면서 "대한약사회에서는 이전에도 특정 제품을 언급하는 정부의 처사에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자료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