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의 ‘이재명 저수지’ 폭로 "화천대유서 월1500만원 줬다"
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가 21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폭로를 시작했다. 이날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2015년부터 (대장동 민간 사업자)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증언하면서다. “2013년 유동규 전 본부장이 ‘높은 분’‘형들’에 드릴 돈이라며 현금 쇼핑백을 다른 방에 전달했다”며 정진상(54·구속)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가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이 대표 측을 차명 지분 및 뇌물 등 대장동 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소환하면서 대장동 수사는 물론 재판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수사에선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거(대선)도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겁도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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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천화동인 1호 李측 지분이라고 해”
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로부터 2015년 1월부터 천화동인 1호(지분율 30%·배당액 약1212억원)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차명 의혹의 전말을 설명했다. 검찰에서 진술과는 달리 법정에서 위증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남 변호사는 2014년 12월 10일께 김만배씨가 ‘이재명 시장이 너(남 변호사)가 있으면 사업권을 안 준다’고 얘기한 뒤 자신의 대장동 사업 지분이 45%→35%→25%로 점점 줄어들었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2011년 초창기부터 개발을 추진한 판교(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를 맡는 등 원조 개발업자였는데 김씨가 이 대표 측과 지분을 논의한 뒤 자신의 몫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그는 “2015년 2월 김씨가 저더러 25%만 가지라고 할 때 본인은 12.5%밖에 안 된다고 했고, 실제 자기 명의 49% 중 나머지 37.4%는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했다”며 “지난해 김씨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 측 지분이 24.5%로 확정됐고, 그때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이름이 정확하게 거론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약속한 428억원 전부 유동규 전 본부장 몫이냐’는 검찰 질문에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최소한 정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이 이걸 공유하고 오히려 의사결정권은 정 실장이 갖고 있는걸로 안다”고 못박았다.
남 변호사는 애초 로비스트였던 김씨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에 대해 “김씨가 2014년 이재명 시장 재선 과정에서 역할을 한 뒤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으면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이 시장 측이 갖기로 합의하고, 사업 주도권을 김씨가 갖게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2013년 유동규 전 본부장에 3억5200만원 뇌물을 건넨 경위를 설명할 때도 정 실장, 김 부원장을 거명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최초 금품을 요구할 땐 그런 말이 없었는데, 나중에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말했다”며 “높은 분은 정 실장, 김 부원장으로 알고 있고 그 이상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형님들’ ‘형제들’이라고 말해 그게 정 실장, 김 부원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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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준 3억도 대부분 정진상·김용 전달”
지난해 10월 21일 기소된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과 지난 9월 26일 기소된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위례신도시 관련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3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사업 편의 제공을 약속하고 3억원을 요구하면서 “나도 좀 커야 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컨트롤하려면 총알이 좀 필요하니 돈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 정재창씨(위례자산관리 대주주)와 함께 돈을 마련해 2013년 4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에 약 3억52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남 변호사는 같은 해 4월 16일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일식집에서 유 전 본부장에 그 중 9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하면서 “(유 전 본부장이) 받자마자 바로 현금이 든 쇼핑백을 다른 방에 가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당시는 몰랐는데 나중에 형들(정 실장, 김 부원장)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2일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유 전 본부장에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줄 때도 “(유 전 본부장이) ‘돈 받을 분이 오실 거니까 먼저 가라’고 해서 돈만 전달하고 미리 나왔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3억여원 중) 유 전 본부장 본인이 쓰겠다고 한 건 2000만원이고, 나머지는 소위 이야기하는 형들(정 실장, 김 부원장)한테 전달해야 한다 이런 취지로 얘기했다”며 “대부분 다른 윗분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이 돈들은 앞서 검찰이 정 실장 구속영장에 적시한 1억4000만원 뇌물 혐의와는 별개의 돈이다.
“경기지사 선거 때도 김만배가 정진상에 돈 줬다”
남 변호사는 2014년 4~9월 위례·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씨를 통해 22억5000만원을 받아 12억5000만원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자금 용도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례 사업권의 대가로 약속한 선거자금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용처로 유 전 본부장과 정 실장, 김용 부원장에 지급한 선거자금(선거 전 4억원, 선거 후 1~2억원)과 최윤길(6000만원)·강한구(5000만원) 당시 시의원 선거자금, 모 종교단체 간부들에 대한 선거운동 자금(1억8000만원) 등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선거 전 정 실장에게 5000만원, 김 부원장에 1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어 2018년 이 대표의 경기지사 선거자금도 김만배씨가 조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씨가 선거 이후 ‘유 전 본부장도 모르게 정 실장 등에 직접 얘기해서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다. 그는 이어 “김씨가 화천대유의 월 운영비를 현금화해 월 3000만원을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 전달한다고 했다”며 “나중에 확인하니 유 전 본부장이 월 3000만원이 아니라 월 1500만원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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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李 대통령 되면 비료 대북지원’ 얘기해 투자”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서강대 법대 후배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공모지침서 작성, 사업자 선정 당시 편의를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정 변호사에게 절대, 누가 봤을 때도 합법적인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사업 방식이 혼용에서 민간 측에 유리한 수용으로 바뀐 데 대해선 “김만배씨, 정 회계사와 수용 방식에 대해 상의한 적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성남)시에서 결정했고, 2014년 8월 유 전 본부장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해서 최종 포기했다. 그때까지는 혼용 방식으로 진행하다 공모에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공받은 특혜에 대한 보답으로 2020년 정 변호사에게 다시마 비료 사업(유원오가닉) 투자 명목으로 35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이 2020년 8월 ‘이재명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지원사업으로 자기가 추천해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얘기했고, 거기에 혹해 투자한 것”이라며 “나중에 그걸 주관하실 분이 누구라고 얘기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이라고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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