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차 핵실험 목표는 ‘전술핵’… 화산-31 성능 검증 나서나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성능 검증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화산-31이 핵실험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산-31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순항미사일, 무인잠수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투발수단을 통한 공격을 꾀하면 우리 군의 대처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북한이 국내외의 많은 예상대로 오는 11월 미 대선을 전후해 실제 7차 핵실험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은 핵실험이 북한의 대중(對中) 관계는 물론 대미(對美) 관계에도 이롭지 않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든다. 반면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중이 느낄 위기감은 관리하면서 한국에 대한 위협 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실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술핵은 통상의 핵(전략핵)보다 파괴력이 낮다. 전략핵은 수백㏏(킬로톤·1kt은 TNT 1000t 폭발력)에서 Mt(메가톤·1mt은 TNT 100만t의 폭발력)의 위력을 발휘하는 핵무기를 말한다. 강력한 파괴력으로 도시나 산업 시설 등을 완전 무력화할 수 있다. 반면 전술핵은 이보다 작고 제한된 지역의 목표를 공격하는 수십㏏ 이하 위력의 핵무기를 일컫는다. 화산-31의 위력은 10kt 안팎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전술핵탄두 화산-31의 실물과 이를 적용한 8종의 투발수단 자료를 노출한 바 있다. 600㎜ 초대형방사포,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화살-1·2형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4·KN-25,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추정됐다. 화산-31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전술핵탄두 탑재를 위한 북한의 무기개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한은 지난 1월에도 신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시험발사한 후 불화살-3-31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존 코드번호는 화살-1형, 화살-2형 등이었는데 불화살이라는 코드명이 새롭게 등장하고, 31이라는 코드명이 등장했다.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목표한 대로 전술핵 투발수단을 탄도미사일부터 순항미사일이나 600㎜ 초대형방사포에까지 다종화하는데 성공하면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요격체계를 다층적으로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북한이 화산-31 다종화에 성공한다면 남한 전역을 전술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며 “우리도 (고중량 초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를 보유했지만, 재래식 무기로는 북한 전술핵에 대한 억제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화산-31이 각 투발수단에 최적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핵 폭발력이나 신뢰성 검증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속도나 비행고도 등 다양한 투발수단의 개별적 조건에 맞춰 적용할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핵탄두 투발수단 각각의 속도와 가속도, 발생하는 열 등으로 탄두에 영향을 주는데 이 과정에서 탄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량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여러 투발수단에 맞춰 개량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1차 핵실험에 이용한 함경도 길주군 풍계리 1번 갱도는 붕괴됐고, 이후 6차 핵실험까지 사용한 2번 갱도도 지반이 약해진 상태다. 차기 핵실험을 진행할 장소로 유력한 3번 갱도는 파괴력이 비교적 낮은 전술핵을 실험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북한이 화산-31 전술핵 실험을 통해 미국과 중국, 한국 사이에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나 러시아가 메가톤급 이상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북한이 다음 핵실험에서 6차 핵실험 결과(150㏏ 미만) 이상의 성과를 내도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에서 화산-31은 북한의 핵실험 중 실패 가능성이 가장 적은 선택지다”라고 말했다. 과거 전략핵 실험의 경우 일정 목표 달성이 어려웠던 반면 정치적으로는 역효과도 많았다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현시점에 전략핵이든 전술핵이든 핵실험 자체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미묘하게 다른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실험의 유불리를 계산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실험은 할 것처럼 하면서 끝내 감행하지 않을 때 도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과연 이로울지 예상할 수 없을뿐더러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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