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변요한의 ‘남다른’ 진심 [D:인터뷰]
배우 변요한에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남다른’ 작품이었다. 2%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감사했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담은 메시지가 전달된 것 같아 만족했다. 피해자의 아픔이 담긴 작품인 만큼, 홍보도 마다하며 진심을 다해 드라마에 임했지만, 결국 ‘작품의 힘’이 통했다는 것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았다. 변요한은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고정우 역을 맡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스릴러의 긴장감도 물론 있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결코 가볍지 않게 다루며 묵직하게 ‘정의’의 의미를 묻는다. 고정우는 물론, 심보영과 박다은 등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섬세하게 다가가며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은 것. 변요한 또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의도에 깊이 공감하며 진지하게 작품에 접근했다.
“평소에 다큐멘터리를 많이 시청한다. (제안을 받은 당시, 어떤 피해를 입은) 한 인물에 대해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봤었는데, 그 직후 시나리오를 읽게 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이 일(연기)을 왜 하지’라는 생각을 했을 때, 누군가가 겪은 트라우마나 상처를 표현하는 것도 해야 하겠더라. 원작 속 주인공과 한국의 정서로 표현이 된 고정우는 확연히 다르기도 했다. 거기에 아무 장치도 없었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인물이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약자였는데, 내가 그들의 편에 서고 싶었다. 얕은 감정과 보잘것없는 몸뚱이지만, 어떻게든 표현을 하고 싶었다.”
캐릭터의 깊이감도 남달랐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고정우의 깊은 억울함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변요한은 감정을 분출하기보단, 삼키는 것으로 고정우의 내면을 표현했다. 다소 답답할 순 있지만, 전개상의 재미보다는 고정우라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적대자들이 강할수록 딜레마가 더 깊어졌다. 주인공이 끌어가야 할 임무가 있지만, 다른 장르와 달리 (고정우에겐) 힘이 없다. ‘얼마나 쓸쓸하고 힘들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우에겐 대사가 많이 없다. 그런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 정우를 연기하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의 메시지가 무거웠던 만큼, 홍보 활동도 지양했다. 작품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그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겼다.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만큼, 결국엔 그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닿을 것이라고 믿었다.
“초대박 작품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봐주실 것이란 확신은 있었다. 요즘엔 프로모션 때부터 유튜브에도 나가고, 예능에 나가서 소개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연기하면서 어디에 나가서 웃을 순 없겠더라. 순수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옛날 감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렇듯 남다른 진심을 담아 연기한 만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향한 호평이 더욱 감사하기도 했다. 2024년 MBC 연기대상의 대상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변요한의 열연에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변요한은 상에 대해서는 “안 받아도 괜찮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변영주 감독님의 대상 언급은) 어머니의 마음이자 감독님의 마음인 것 같다. 그냥 배우를 응원하고 아껴주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을 받으면 너무 좋겠지만 안 받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이미 전 상을 받았다고 생각이 든다. 마음속으로도 고정우에게 이미 상을 줬다고도 생각한다. 상은 제가 아닌 신인 배우들에게 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앞으로 그 친구들이 보여줄 연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삼식이 삼촌’부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까지. 올해 유독 쉽지 않은 작품들을 소화한 변요한은 그럼에도 여러 작품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40살을 앞둔 지금은, 전처럼 ‘뜨겁지’ 않지만, 지금처럼 꾸준하고, 즐겁게 연기를 해 나갈 생각이다.
“내년에 마흔인데, 노상철 형사의 대사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라’라는 걸 느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30대 때는 다 해본 것 같다. 하고 싶었던 도전도 다 해봤다. 뜨겁기도 해 봤고 차갑기도 해 봤고 이성적으로 살아보기도 했고 연약해보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100% 답은 내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40대 초반에는 사람으로서의 행복한 기준은 찾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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