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원형 건물, 반인반수 미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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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수 괴물 미노타우로스와 깊이 연관된 크레타 섬에서 미로 같은 원형 구조물이 발굴됐다. 연대 측정 결과 지어진 것은 약 4000년 전으로 추측됐다.
그리스 문화부(GMC)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지중해 관광 명소 크레타 섬에서 기원전 2000년에서 기원전 1700년 사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원형 구조물을 소개했다.
수수께끼의 구조물은 크레타 섬 최대 도시 이라클리온에서 남동쪽으로 약 51㎞에 자리한다. 전체 면적은 약 1.8㎢로, 중심부에 지름 약 15m의 거대한 원형 건축물이 있고 낮은 벽 8개가 약 48m 거리까지 방사상으로 배치됐다. 공중에서 보면 반은 인간, 반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갇힌 미궁을 떠올리게 한다.
GMC 관계자는 "크레타 섬에 번성한 미노아 문명(미노스 또는 크레타 문명)의 의식에 사용된 시설로 보이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며 "발굴 작업 도중에 나온 도자기 파편으로 미뤄 이 건물은 미노아 문명 중기에 지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3000년~기원전 1100년까지 번성한 청동기 문명이다. 크레타 섬 최초로 복잡한 유럽 문화를 확립했으며, 그 영향은 그리스와 로마에도 미쳤다. 지금까지 정교한 도기와 장식품, 프레스코화 등이 출토됐으며 이들이 만든 암호 문자는 아직도 해독되지 않았다.
미노아 문명은 소멸된 뒤 한동안 잊힌 상태였다가 20세기 초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가 연구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아서 에반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이 섬에 살았다고 기록된 미노스 왕의 이름을 따 미노아 문명이라고 명명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노스 왕은 난폭한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하늘이 내린 장인 다이달로스에 명해 미궁을 지었다. 여기 갇힌 미노타우로스에게는 9년마다 아테네의 소년 소녀 각 7명이 제물로 보내졌는데,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가 자원해 미궁에 침입,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렸다.
GMC 관계자는 "수수께끼의 미로형 건물은 주거 용도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낮고, 내부에서 수많은 동물 뼈가 나온 점에서 의식이나 제사에 활용됐을 것"이라며 "지역 전체의 의식을 위해 정기적으로 음식이나 포도주, 기타 공물을 바친 곳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크노소스나 파이스토스 같은 크레타 섬의 궁전은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이기 때문에 이 원형 미로는 아주 특별하다"며 "원형은 미노아 문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고, 파이스토스 궁에서 나온 원형 암호문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만큼 향후 정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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