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지연, 왜 이렇게 잦을까?
지난해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네 대 중 한 대는 예정된 시간보다 최소 15분 이상 늦게 출발하거나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지연율이 25%를 넘어섰으며, 특히 국제선에서는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체 정비, 공항 혼잡,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항공기 지연이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개 항공사의 국내·국제선 평균 지연율은 25.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3.6%) 대비 2.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총 67만 8,489편의 항공편 중 17만 4,078편이 지연됐으며, 특히 국제선 지연율이 29.8%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내선은 22.2%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낮아졌지만, 국제선 지연율이 6.5%포인트 증가하며 전체적인 지연율을 끌어올렸다.
항공사별로 보면 국제선에서는 에어서울이 46.6%로 가장 높은 지연율을 기록했다. 이어 이스타항공(38%), 진에어(35.4%) 순으로 지연율이 높았다.
반면, 에어부산은 17.3%로 가장 낮았다. 국내선에서는 티웨이항공이 31.3%로 가장 높은 지연율을 기록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이 17.2%로 가장 낮았다.
지연 사유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은 ‘항공기 연결 문제’였다. 국제선 52.6%, 국내선 79.1%를 차지하며 가장 큰 이유로 손꼽혔다.
또한, 기술 정비 문제(0.7%)보다도 기상 악화 문제(3.3%)가 더 큰 요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난기류로 인한 비행로 통제 문제도 지연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항공기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난기류 증가는 최근 가장 이목을 끄는 이상 기후 문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청천난류(CAT·Clear-Air Turbulence)’는 예측이 어려워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천난류는 구름 없이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난기류로, 최근 기후 변화와 함께 점점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대서양 횡단 항공편이 겪은 강한 난기류가 55% 증가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난기류 발생 빈도가 유럽과 미주보다 2배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지리적 특성상 제트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는 지역으로, 청천난류에 특히 취약하다. 이에 따라 항공기상청은 250억 원 규모의 ‘NARAE-Weather(나래웨더사업)’을 추진하며 난기류 예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량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공항 혼잡과 난기류 문제가 심화하면서 항공기 지연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항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항공사의 정시 운항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이제 단순한 기체 정비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난기류, 공항 내 혼잡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항공기 지연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와 관계 당국은 보다 정교한 기상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연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