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드론 수십만대 공급"…우크라군 아닌 국민들이 만들어 [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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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재무 분석가로 일하는 블라디슬라브 립코는 저녁과 주말엔 친구들과 함께 무인기(드론)를 만든다.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일하는 일종의 자원봉사다. 부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돈으로 구입하거나, 아예 친구들이 3D프린터로 제작하기도 한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우크라이나에선 500여 소규모 업체·자원봉사자모임이 한 달에 수십만 대 드론을 만들어 군대에 공급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옛 러시아 투데이)는 소셜미디어로 대규모 크라우드 펀딩을 한다. 이렇게 모금한 돈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의 러시아 부대에 드론 등을 전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RT 부편집장 안톤 아니시모프가 이런 ‘작전’을 관리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국가 지원을 받던 선전 매체가 군조달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정보기관으로 변신했다는 설명이다.
2년 넘게 전쟁을 치러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드론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드론이 전장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양 측 모두 전선 곳곳에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18일 북한산 미사일 등이 보관된 러시아의 미사일 무기고가 화염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군의 자폭 드론 100기가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있는 이 무기고를 공습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0일 드론 144대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공격했다. 러시아군도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타격한 데 이어 지난 6월 지상 자폭 드론 ‘개구리’(랴구시카)로 우크라이나군 기관총 부대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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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마을, 자선재단도 드론 자금 모금
우크라이나엔 독창적인 방식으로 군에 필요한 드론을 공급하는 이들이 많다. FP에 따르면 소규모 자원봉사단체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마을도 드론을 구매해 군에 기부한다. 전직 TV 진행자인 세르히 프리툴라와 활동가인 세르히 스터넨코가 각각 주도하는 두 유명 자선 재단은 드론과 다른 군사 장비를 위해 수천만 달러를 모금했다.
정부도 관련 법과 규정을 바꿔 민간의 드론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드론 부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인증받는 데 소요되던 기간을 줄이고(3~5년→2~3개월) ▶무기 제조업체의 이익 상한선(연간 3% 이상 수익)을 없앴다.
그 결과 전쟁 전 소수 업체가 농업용 드론을 만들고 있었던 우크라이나에서 ‘드론 혁명’이 일어났다는 평이다. 전쟁 초기엔 정찰용 드론이 주로 생산됐지만, 이젠 공격용 드론 개발도 활성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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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이상 날아가는 ‘미사일 드론’ 개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7~10인치(14~24cm) 길이의 소형 자폭 드론이다. 거의 모든 최전방 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숙련된 조종사는 하루 최대 15대까지 출동시킨다. 현재 우크라이나산 드론은 최대 30피트(약 9m) 너비 날개의 소형 비행기부터 지뢰를 제거하고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율 주행 차량인 지상 드론, 해상 드론까지 다양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엔 러시아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제트 추진 드론(팔랴니차)을 처음 실전에 투입했다. 당국은 이 ‘미사일 드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CNN은 기존 최대 1500㎞이던 드론의 비행 범위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드론을 100만 대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비해 드론에 투입할 자금이 충분치 않은 편이다. 전체 정부 예산의 약 절반인 400억 달러(53조원)가 국방에 투입되고 있고 서방의 지원을 받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드론 부품 상당수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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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속도전’ 지시한 까닭은
러시아도 드론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올해 드론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약 10배 늘어난 140만 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드론 제조 시설 48개를 추가로 설립하겠다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장의 요구에 더 빨리 대응하는 쪽이 승리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전날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524억원어치 러시아 무기고를 초토화한 뒤 나온 발언이다. 푸틴의 이날 발언을 두고 중국산 드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정찰드론을 비롯한 장비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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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드론, 중국 장비 의존 벗어날까
러시아가 특정 자폭 드론(가르피야-A1)을 중국 기업으로부터 엔진과 부품을 공급받아 제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행거리가 최대 1500㎞에 이르는 이 장거리 공격용 드론은 러시아 국영 방위산업체의 자회사가 지난해 7월~올해 7월에 2500여 대를 생산했는데, 과거엔 독일 기업이 설계·제조했던 엔진을 지금은 중국 현지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새뮤얼 벤뎃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중국산 부품으로 이런 드론을 만든 게 사실이라면 이란의 장거리 드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러시아는 개전 초기부터 이란산 샤헤드 자폭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러시아군이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에 날려 보낸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8060대라는 우크라이나 측 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떨어진 타타르스탄 공화국에 공장을 짓고 자체 제작한 부품으로 샤헤드 드론을 대량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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