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설계 건물에 흉물 소리라니" - 대책위 "가르치려드나"

윤성효 2024. 9.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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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대첩 역사공원 콘크리트 구조물 논란 관련 강연 열려... 시민대책위는 비판 논평

[윤성효 기자]

 승효상 건축가, 20일 오후 경상국립대 100주년기념관 '건축과 기억' 강연.
ⓒ 진주시청
"건축한 지 50년째이지만 제가 설계한 건물이 흉물이라고 하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명예스러운 훈장으로 생각한다." - 건축가 승효상

"경복궁, 남대문 앞 50m에 저런 흉물을 세우면 서울시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 - 철거 시민대책위

경남 진주성 정문(촉석문) 앞 진주대첩광장(역사공원)에 들어선 관람석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인 공원지원시설(진주성 호국마루)을 두고, 이를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와 '진주대첩광장흉물콘트리트철거 시민대책위원회'가 밝힌 상반된 입장이다.

진주대첩광장 조성 공사를 진행하며 가려놨던 가림막이 최근 철거되자 시민들 사이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두고 '흉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시민대책위가 결성되어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진주시는 승효상 건축가를 초청했다.

20일 오후 경상국립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건축과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회가 열렸다. 진주시는 '흉물' 논란이 일고 있는 진주성 호국마루는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 작품이라고 밝혀왔다.

승 건축가는 강연에서 해당 건축물에 대해 "역사가 기억하게끔 일어서는 땅"이라는 의미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시민대책위는 곧장 이날 저녁 논평을 내 비판했다.

승효상 건축가 "역사가 기억하게끔 일어서는 땅"

이날 강연에서 승효상 건축가는 진주성 호국마루에 대해 "왜군의 침입에 맞서 의병이나 백성들이 일어났던, 역사가 기억하게끔 일어서는 땅이라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세우고 추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승 건축가는 "어차피 역사공원이 수용해야 할 시설들이 있었고 이미 공사가 된 상태였다. 땅 속의 역사적 사실들을 드러내서 노출했기 때문에 일어서는 땅이라는 개념을 뒀다"라고 말했다.

공원지원시설의 설계 변경에 대해 그는 "기존에 설계된 건축물의 높이에 추가되지 않게끔 높이를 설정하고 내부에는 시설을 담아야 하는 등 이런 각도를 정해 전체 안을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내가) 건축을 한 지 50년째이지만 제가 설계한 건물이 흉물이라고 하는 소리는 처음들었다. 명예스러운 훈장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가 "공원지원시설 스탠드는 진주성을 침략하는 일본군 울타리를 형상화한 것 아니냐"라고 질문하자, 승 건축가는 "땅 속에 파묻힌 역사적 진실이 드러난다는 의도로 설계했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답했다.

강연에 함께한 조규일 진주시장은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를 이끌어온 승효상 건축가를 진주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면서 "오늘 강연을 통해 그의 건축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함께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주성 앞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진주대첩광장. 관람석 콘크리트 구조물(원안)과 조경수를 두고 논란이다.
ⓒ 윤성효
시민대책위 "다 만들어진 후에 설계 의도를 가르치나"

강연 이후 시민대책위는 비판 논평을 통해 "강연회는 건축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좋은 기회였다. 이런 강연회와 이어지는 토론이 2년 전에 있었다면 우리는 아주 훌륭한 진주대첩광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도 들었다"라면서도 "그러나 진주시의 공공건축물을 다 만들어진 후에 그 설계 의도를 시민에게 가르치려는 강연회를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건축물의 설계자가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지 시민이 공공건축물 설계자로부터 교육받는 어처구니없는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시민들이 무식해서 죄송하다고 위대한 설계자 승효상에게 머리 조아려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시민을 가르치려는 이런 황당한 계획을 부끄럼 없이 세우고 실천한 진주시의 무도함과 이에 부화뇌동한 승효상의 무지함에 한숨이 나온다. 시민은 당신들이 가르쳐야 할 학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민대책위는 "경복궁, 남대문 앞 50m에 저런 흉물을 세우면 서울시장을 계속할 수 있을까? 경복궁 처마 밑까지, 남대문 처마 밑까지 오는 건축물을 50m 앞에 장벽처럼 가리는 건축물 세운다고 상상해 보자"라며 "그게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말을 꺼내는 순간 서울시장은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주대첩광장(역사공원)은 사업비 947억 원이 들어갔다. 대지면적 1만9870㎡에 연면적 7081㎡ 규모로, 지하 1층은 149면의 주차장과 다용도 이용 시설, 지상은 역사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강유등축제·개천예술제 등 10월 축제를 앞두고 오는 27일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관련 기사]
940억 들인 진주대첩광장 공개, 시설물-조경수 논란 https://omn.kr/29pwc
"진주대첩광장 흉물 콘크리트 철거하라" https://omn.kr/29v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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