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탈 난 창고형 약국… 마약류·의약품 오남용 우려에 제동

이다연 2025. 12. 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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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제조 가능한 약품 버젓이 진열
동물약·수험생 약 등 할인 경쟁도
정부, 마트형 등 용어 사용 제한 예고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마약성 전구물질이 포함된 조제용 의약품이 창고형 약국에서 일반 상품처럼 진열된다. 동물 약과 탈모약, 수험생 피로회복제의 가격·판매처 정보가 퍼지며 수요가 몰린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박리다매형 약국과창고형 약국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약류 오남용과 약물 남용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약국 유통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창고형 약국이 대형마트에 처음으로 입점한 사례가 나왔다. 부산 도심의 한 대형마트 내부에 문을 연 이 약국은 약 300㎡ 규모 매장에 3000여종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마트처럼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선택·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도 성남의 ‘메가팩토리’가 지난 6월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창고형 약국이 확산하는 추세다.

약업계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보건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약사회는 일부 창고형 약국에서 ‘액티피드정’ 등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함유된 조제용 의약품이 다량 진열돼 일반 상품처럼 판매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슈도에페드린은 감기·비염 증상 완화에 사용되지만, 메탐페타민(필로폰) 등 불법 마약 제조에 전용될 수도 있는 대표적인 전구물질이다.

현행 제도상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은 의사 처방에 따라 1인당 최대 4일분으로 판매가 제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부터 관련 공문을 통해 약사회와 제약업계에 주의와 협조를 요청해왔다. 그럼에도 일부 창고형 약국에서는 충분한 상담이나 복약지도 없이 대량 진열된 제품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구매할 수 있다.

창고형 약국 등장 이전부터 논란이 돼온 박리다매 약국도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약품을 싸게 팔며 입소문을 탄 일부 약국은 ‘성지약국’으로도 불린다.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약국은 간판에 ‘성지’ ‘최저가’ ‘창고보다 싸게’라는 문구와 함께 ‘탈모’ ‘여드름’ 등 특정 질환명을 표기해 보건소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물 약 성지’ ‘수험생 약 성지’ 등으로 불리는 약국 정보가 가격과 위치, 제품명과 함께 공유되고 있다. 재고 부담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희귀 품목까지 특정 약국에 집중 유통되는 사례도 잦다. 가격 경쟁이 심화할수록 복약지도와 의약품 관리 기능이 약화돼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제동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약국의 표시·광고와 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년 1월 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최고’ ‘최초’ ‘제일 큰’ 등 우월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창고형’ ‘마트형’ ‘성지’ ‘특가’ ‘할인’ 등 가격·규모 경쟁력을 암시하는 용어 사용이 제한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이 확대될 경우 지역 내 수백개 약국으로 구성된 생태계가 흔들리고, 동네 단위 보건 안전망이 무너질 수 있다.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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