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냥해 '그물망' 짜는 미국…아시아판 나토는?

강현태 2024. 9.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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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적 소다자 협력체 꾸리는 미국
핵심 성과로 한미일 협력 강화 꼽혀
중국 염두에 둔 3국 공조 강화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자료사진) ⓒAP/뉴시스

압도적 일극 지위를 잃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맞서 대외관계 기조를 뜯어고치고 있다.

미국이 중심을 잡고 양자관계를 확대했던 '바큇살 구조(Hub and Spoke)'에서 벗어나 다층적 소다자 협력체로 그물망을 꿰는 '격자형 구조(lattice-like)'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감당해 온 무게를 동맹 및 파트너 국가가 나눠지면 협력 과실도 상응해서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접근법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탄력을 받았다. 동맹을 갈취 대상으로 인식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역효과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당국자들은 격자형 구조 관련 핵심 성과로 한미일 협력을 꼽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가 주관한 '인도·태평양 역내 강대국 경쟁' 관련 청문회 서면 증언에서 "동유럽과 중동의 전쟁 및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초점은 지속 가능하다"며 "우리는 강화된 양자 관계 위에 뜻을 같이하는 국가 간 연결된 파트너십의 격자를 구축해 공유된 과제를 해결하고, 자원을 동원하고, 더욱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노력으로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과 함께 한미일 3자 협력을 언급했다.

특히 한미일 협력과 관련해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며 "3국 협력이 오늘날의 도전에 대처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고, 번영하는 미래를 위한 무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맥락에서 한미일은 "한반도 및 인태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3국 정상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 위협·도전 상황에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찍이 미일이 "가장 큰 공동의 전략적 도전"으로 중국을 꼽은 상황에서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실제로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성장관은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주관한 대담에서 "한반도 너머의 더 광범위한 역학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며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가지는 일본과 한국 군사 당국 간 양자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3자(한미일) 간 (군사)활동도 더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워머스 장관은 "한국군이 훈련을 위해 한반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생산적이고 도움이 되기 때문에 큰 초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일본 총리 후보
"아시아판 나토 창설해야"

중국을 염두에 둔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에선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일본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당 총재 선거 주요 공약으로 집단 방위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아시아판 나토를 신설해 중국을 억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방위상(우리의 국방장관)을 지낸 이시바 전 간사장은 과거부터 미일동맹을 고리로 한국과 호주·뉴질랜드 등을 포함한 집단안보 체제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아시아판 나토 출범 가능성은 중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중국과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북한과 러시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이 구축하는 각종 소다자 협력체를 '배타적 소그룹'이라 칭하며 "아시아판 나토를 위한 획책"이라고 반발해 왔다. 북한 역시 한미일 훈련과 유엔군사령부 재활성화 흐름을 아시아판 나토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인식하고 말폭탄을 쏟아낸 바 있다.

다만 아시아판 나토 창설의 키를 쥔 미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 단계에서는 인태 지역에 형성돼 있는 기존 협력체에 투자를 강화하고, 공식 및 비공식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최근 스팀슨센터가 주관한 인태지역 관련 대담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연대해 "격자형 구조를 갖춰가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공식적인 집단 안보 체제(아시아판 나토)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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