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건물로 1000억 벌었다? '재계 30위' 강남사옥 비밀
■ 오늘의 더중앙플러스 - 부동산 X파일
「 부동산 투자와 개발로 큰돈을 번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도전과 작전, 그리고 인허가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리 의혹까지 철저히 분석하고 날카롭게 파헤친 기사를 약속드립니다.
랜드마크급 건물 개발 비화부터 부동산 거부들이 돈을 번 기막힌 방법까지, 흥미롭고 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거나 그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파트별 1화를 전문 무료로 공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의 '부동산 X파일'(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1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제 1부〉그 기업의 땅테크
「 ‘성매매’에 망한 강남 그 건물, ‘텅빈 방’이 1000억 올려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3294
고작 26억으로 1400억 벌다…루이비통의 ‘청담동 땅테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4899
BMW에 한푼도 못 받았다…인국공 ‘호구 땅계약’ 전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1558
」
서울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인 조선팰리스 강남 호텔에서 성수대교 방면으로 500m가량 가면 검은색 외벽의 16층 대형 건물이 눈에 띕니다. 자산 16조4620억원, 6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30위(2024년 공정위 기준) SM(삼라마이다스) 그룹의 강남사옥입니다.
대지 1074㎡에 16층, 연면적 1만4700㎡(용적률 926%)인 오피스 건물(업무시설)로 건설부동산업계에서 추정하는 시세는 1500억원 안팎입니다. 이 건물 인근(64m 거리)에서 가장 최근(2023년 6월)에 거래된 업무시설 건물의 실거래가(㎡당 1200만원)를 이 건물의 연면적에 대입하면 1764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오네요.
요즘 부동산경기가 침체해 있지만, 서울 오피스 시장은 완전히 딴 세상입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의 ‘실질 임대료’가 15.1% 올랐습니다. 서울 강남권역의 공실률도 0.7%에 그치고요. 자연스러운 사무실 이전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공실이 없는 셈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수년간 방치된 ‘애물단지’ 호텔
이렇게 지금 SM그룹 강남사옥은 인기가 높고 미래가치도 큰 강남 한복판의 알짜배기 부동산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팔리지도 않고 건물을 쓸 수도 없어 수년 간 빈 채로 방치됐던 ‘애물단지’였습니다.
이 건물이 방치됐던 이유는 건물의 용도가 ‘호텔’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은 2004년 ‘호텔라미르’란 이름으로 건립됐고, 2015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만든 특별법(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특혜를 받아 증축(연면적 1267㎡ 증가)했습니다.
당시 서울시내에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앞으로 부족해질 것이란 이유로 호텔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때 본래 토지용도지역(이 건물의 경우 일반상업지역)에서 정한 용적률 상한 범위를 넘어 건물을 짓거나 넓히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호텔은 영업정지, 부진 등으로 ‘더 클래스300’, ‘파고다 호텔’ ‘케이팝호텔’ 등으로 수 차례 이름이 변경됐다가 일반 매매 시장에서 거래가 안돼 경매시장으로까지 내몰렸고 2017년 10월 SM그룹이 437억원에 낙찰받았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 호텔 측이 호텔 내에서 영업하던 단란주점 손님 등에게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다 적발돼서였습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이 호텔의 성매매 업소가 ‘한국의 명소’로 입소문까지 났다고 합니다.
‘호텔 특별법’으로 증축한 게 용도변경 발목
SM그룹은 경매로 매입한 건물을 활용하지 못해 다시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놨습니다. 그런데 매수자를 못 찾았습니다. 매수 희망자들은 이 호텔을 업무시설로 쓰길 원했지만 용도변경에서 막혔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증축할 때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당시 대형빌딩 전문 중개회사로부터 매물로 나온 이 건물을 소개받았다는 부동산투자회사 대표 김모씨는 “입지 여건이 좋고 매입 가능 가격도 400억원대로 주변 다른 건물 시세에 비해 저렴해 건물 용도변경 인허가권자인 강남구청과 관계가 좋다는 건축사사무소 등을 통해 업무시설로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알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건축사 등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용적률 인센티브 환원과 관련한 법규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용도변경에 따른 건물주의 이익이 워낙 큰 건이어서 강남구청 자체적으로 인허가를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며 “강남구청 외 서울시 의견도 들어야 하는데 관계된 ‘공무원 작업’을 위한 로비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들여 로비한다고 해도 용도변경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환수조치 없는 특별법
여기서 나오는 ‘용적률 인센티브 환원’은 이런 얘기입니다. ‘호텔 용도’로 용적률 특혜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호텔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경우 특혜로 받은 용적률을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특별법을 만들 당시 환수조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일단 법 시행부터 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환수조치를 못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건물이 용도변경을 하려면 건물을 잘라내거나 받은 용적률만큼 공공기여를 해야 하는데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에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외국 관광객이 몰려들어 호텔이 부족할 것이란 서울시의 예상은 완전 빗나갔습니다. 2017년 사드 여파, 2019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외국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서울 시내에 문을 닫는 호텔이 즐비했습니다. 호텔을 업무시설 등 타 용도로 용도변경하려는 호텔업자,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계속됐지만 모두 수포가 됐습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 한 곳이 업무시설로 용도변경을 한 경우 외에 2021년 11월까지 호텔이 업무시설로 용도변경돼 서울시에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에 갑자기 용도변경 급추진
2017년 이 건물을 매입한 후 4년 넘게 이 건물을 활용하지 못했던 SM그룹은 2021년 11월 자체적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합니다. SM그룹은 강남의 한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11월 1일 서울시에 ‘관광숙박시설의 용도변경’ 과 관련한 질의를 했고, 서울시는 11월 4일 이에 회신했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의 해석이 필요해 민원인에게 서울시 회신을 받아오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회신 내용은 일반적인 법 규정을 설명했을 뿐, 이 호텔이 처한 상황에서의 용도변경 가능 여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서울시는 민원인에게 회신한 바로 다음 날인 11월 5일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에 이 건에 대해 질의를 했습니다.
서울시는 공문에 ‘민원인으로부터 질의가 있었으나 이견이 있어 국토교통부에 법령해석을 요청하오니 민원과 관련된 사안임을 고려해 조속히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고, 국토부는 11월 29일 회신했습니다.
서울시 회신을 받자마자 바로 다음 날 국토부에 질의한 것도 이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해석이 강남구청이 인허가를 내주는 데 ‘충분’하지 않아 국토부의 다른 해석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 같다고 풀이해 줬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의 회신도 서울시의 회신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국토부 건축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고 법률에 따른 일반론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고 용도변경이 된다, 안 된다를 명시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울시 회신이나 국토부 회신 모두 인허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가 국토부에 질의한 공문에도 나와 있듯이 서울시 내에도 이 건을 두고 ‘이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특별법에 환원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이상 국토계획법 133조 1항 10호에 의해 위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토지 용도에서 정해진 용적률을 위반해 건축한 것으로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연구원 “특혜로 얻은 시세차익 세금으로 환수해야”
서울시의 정책 씽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의 한 보고서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호텔은 사용 승인 후 10년 또는 20년 동안 용도 변경을 못 하게 하거나, (특혜로 얻은) 시세차익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서울시 내 이견, 그리고 서울시와 국토부의 ‘일반적’인 회신에도 불구하고 강남구청은 12월 17일 용도변경 허가를 전격적으로 내줬습니다. 강남구청이 허가를 내준 근거는 ‘공개공지 추가 조성’입니다. 서울시나 국토부 회신에는 공개공지에 대한 일반 법률만 명시했는데, 강남구청은 공개공지를 특별법에 따라 받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환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한 겁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인허가 실무를 담당했던 과장이 인허가가 이뤄진 이후 퇴직해 지금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서울시, 국토부 등 상위 기관 법 해석을 바탕으로 인허가를 내줬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해 서울시 전체적으로 논의가 된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인허가가 난 시점은 강남구청장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강남구청을 여러 번 찾아가고 서울시 건축 관련 부서에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용도변경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강남구청에서 만난 건축과의 한 팀장은 “이건 용도변경이 안 되는 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문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렵게 전화로 연결된 서울시의 모 간부는 강남구청 측이 설명한 인허가 근거와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강남구청의 얘기와 너무 똑같아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인허가권자는 강남구청이고 서울시나 국토부 공식 회신이나 명확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강남구청과 같은 논리로 얘기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흐렸습니다. 이 간부도 최근 퇴직했습니다.
아무도 안 들어가는 ‘시민 휴식공간’
공개공지는 건물을 지을 때 건물 외부에 휴게공간 등을 조성해 365일, 24시간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게 개방(개방 안내표지판 설치)하는 것으로, 지자체는 공개공지 면적에 따라 용적률을 더 높여줍니다. 예를 들어 건물 앞 1층 공간에 100㎡의 시민 휴게시설을 조성하면 이 면적의 10배인 1000㎡가량 건물 연면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도심에 시민 휴게시설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법률입니다.
건물에 있어 용적률은 곧 ‘돈’입니다. 용적률을 높여 받아 건물 연면적을 늘리면 그만큼 건물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강남 오피스 건물의 한 평당 시세가 3000만원 정도일 정도로 높습니다.
이렇게 막대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 공개공지(이 건물이 특별법에 따라 늘린 용적률은 1267㎡인데 공개공지로 내놓은 건 이의 10분의 1인 127㎡)이지만 막상 SM그룹이 조성한 공개공지는 공개공지의 개념과 완전히 딴판입니다.
건물 입구 양옆에 180㎡의 공개공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건물 양옆에 시민을 위한 공개공지는 찾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2021년 12월 이전 현황과 지금 상황을 확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또 실내에 조성했다는 70㎡의 공개공지는 건물 안에 텅 빈 곳인데, 이곳을 이용하는 외부인은 물론 식당 등 편의시설이 전무한 이 건물에 들어가려는 시민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개공지를 설치한 건 명백한 위법입니다. 용도변경 인허가를 내준 기준이 불명확한데, 그나마 강남구청이 ‘인허가 근거’로 내세운 공개공지조차 법을 위반한 ‘무늬만 공개공지’인 셈입니다.
사상초유의 인허가로 건물가치 1000억 수직상승
이 인허가로 인해 SM그룹이 얻은 평가이익은 어마어마합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이런 인허가로 빌딩 가치가 크게는 1000억원가량 수직 상승했다고 봅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SM그룹 측이 이 건물을 호텔 상태로 팔기 위해 내놓았던 가격대가 400억원대이고, 호텔을 사무실로 바꾸는 데 들인 공사비용 30억원, 그리고 업무시설로 용도변경된 이 빌딩의 시세가 1500억원 안팎임을 고려한 겁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빌딩의 인허가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 위법 논란과 인허가 관청의 ‘재량권 남용’ 논란이 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SM그룹 관계자는 “SM그룹 강남사옥의 인허가는 법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이 1988년 광주광역시에서 창업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해 적극적인 M&A(기업인수합병)로 사세를 키운 기업입니다.
이 건물 용도변경 당시 강남구청장은 민주당 출신의 정순균씨였고, SM그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생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동생이 근무했습니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는 것처럼 건물의 운명도 순식간에 달라지나 봅니다. 건물 주인이 수차례 바뀌고, 영업정지나 폐업, 그리고 매각 실패 등으로 수년간 빈 건물로 방치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인허가 ‘한방’으로 ‘귀하신 몸’으로 탈바꿈한 SM그룹강남사옥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만약 이 건물이 다른 주인을 만났더라면 이 건물의 운명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 📝‘부동산 X파일’ 목차
「 〈제 2부〉대우산업개발 '마담' 사건
나란히 한남 100억 집 쥐었다…회장·부회장네 ‘기막힌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587
신림동 월세 30만원 살던 남자, 어떻게 대우산업 부회장됐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8299
〈제 3부〉착한 집주인 이야기
이런 집주인, 어디 또 없다…120채 ‘강남 아파트왕’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1280
2000억 강남땅 재앙이 됐다…‘컨테이너 노인’ 유족에 생긴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3177
더중앙플러스에서 ‘부동산 X파일’ 연재 중입니다.
」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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