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송으로 본 <현역가왕3> 결승, 차지연 무대에 울어버렸다
[황윤옥 기자]
재방송으로 <현역가왕3> 결승 무대를 보다가 결국 울고 말았다. 나는 평소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에도 잘 울지 않는다. 그런데 차지연의 무대를 보다가 결국 흐느끼며 울고 말았다.
<현역가왕3>는 지난해 12월에 시작하여 3월 10일까지 무려 석 달간 경연을 통해 최종 TOP 7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무대 가운데에서도 결승전에서 보여준 차지연의 무대는 특히 기억에 남았다. 최종에 오른 가수들은 2026 한일가왕전3로 이어진다.
나는 트로트를 좋아한다. 그런데 결승전이 방송되던 시간에는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후에는 밤 늦게 퇴근해 오는 남편의 밥상을 준비해야 했던 터라 그날 본방송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놓쳤던 무대를 뒤늦게 재방송으로 보게 됐다.
사실 뮤지컬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차지연이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가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계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어느 날 뮤지컬을 마치고 찾아간 식당에서 사장님이 한 말이 배우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차지연 배우를 좋아하지만, 뮤지컬은 쉽게 보러 갈 수 없어 아쉬워요. 텔레비전에서도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들은 차지연은 더 많은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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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지연의 결승 무대 현역가왕3 결승 무대에서 ‘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차지연. 방송 화면을 찍었다. |
| ⓒ 방송화면 캡처 |
시골 노인의 사투리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노래자랑에 나오게 된 사연과 자식들을 향한 마음이었다. 예쁘게 보이려고 한복을 입고 나왔다는 말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흘렀지만, 곧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 살아보니께 인생이 별것이 없더라. 너무 애씀서 살지 말아라."
자식들에게 건네는 그 말이 객석의 마음을 흔들었다. 사투리로 전해지는 삶의 회환과 철학이 담긴 무대를 보며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애쓰지 말고 살아라'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는 세월을 살아낸 사람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같았다.
방청객들이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고 심사위원들도 휴지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던 우리 부부 역시 흐느끼며 울고 말았다.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사람의 마음이 차지연 무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결승 곡 '봄날은 간다'가 시작됐다. 1절은 정말로 여든이 넘은 노인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듯 힘을 빼고 담담하게 불렀다. 그러다 2절에 이르자 비로소 차지연 특유의 힘 있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연 내내 그는 '차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강하고 씩씩한 무대를 보여줬다. 그런데 결승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혀 달랐다. 강함 대신 세월의 깊은 감정을 노래에 담아냈다.
방청석에는 차지연 가수의 어린 아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아들은 엄마의 노래를 들으면서 큰 소리로 응원해 주었고 무대가 끝나자 간신히 참아낸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차지연은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참으로 뭉클하고 귀한 장면이었다.
노래를 듣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신 시어머님과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내가 한창 힘들던 시기에 두 분은 편찮으셨고 떠나시기 전 딸에게 그리고 며느리에게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애쓰지 말아라. 다 지나간다."
이제 내가 아들에게 그런 위로의 말을 해 줄 나이가 되었다. 노래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 무대가 다시 느끼게 했다.
무대가 끝났을 때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감동 받는 일은 종종 있지만,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에 눈물이 난 것은 처음이었다. 화려한 기교나 큰 성량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차지연의 '봄날은 간다'는 단순한 경연곡이 아니라 한 편의 짧은 이야기처럼 마음에 남았다.
내가 직접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차지연 가수는 마음으로 응원한 가수였다. 결승전에서 2위를 차지한 차지연의 소감은 아들에게 향했다.
"아들, 엄마 2등 했어."
앞으로 열릴 한일가왕전 무대에서 한국 가요를 널리 알릴 '차장군' 차지연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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