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말에도 궁합이 있어요
사람 간에만 궁합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말에도 궁합이 있다.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고역이듯 문장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같이 쓰면 비문이 돼버린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랜 영화” “삶의 애환을 위로하는 드라마” “이민자들의 애환을 씻어낸 명작”. 영화나 드라마, 문학작품 등을 소개하는 문구에서 이 같은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매우 자연스럽게 읽히기 때문에 많은 이가 잘못된 표현인 줄 모르고 쓰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함께 들어가 있다.
‘애환’의 정확한 뜻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처럼 궁합이 맞지 않는 단어를 함께 쓰는 것으로 보인다. ‘애환(哀歡)’은 ‘슬플 애(哀)’ ‘기뻐할 환(歡)’ 자로 이루어진 낱말로, 슬픔과 기쁨을 아울러 이른다.
그런데 흔히 ‘애환’을 슬픔과 고달픔 등으로 잘못 알고 쓰고 있다. 그래서 ‘애환’을 ‘달래다’ ‘위로하다’ ‘씻어내다’ 등과 같은 단어와 함께 쓰곤 한다. 슬픔은 달래고 위로할 수 있지만, 기쁨을 달래고 위로하는 건 의미상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슬픔은 걷어내고 씻어내야 하겠지만, 기쁨은 씻어내면 곤란하다. 기쁨은 ‘누리다’ ‘만끽하다’ 등과 함께 쓰여야 어울린다.
그렇다면 ‘애환’은 어떤 낱말과 어울릴까.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서린) 영화” “삶의 애환을 풀어낸 드라마” “이민자들의 애환을 그려낸 명작” 등처럼 써야 자연스럽다. ‘달래다’ ‘위로하다’ ‘씻어내다’를 쓰고 싶다면 ‘슬픔’ ‘시름’ 등과 짝을 이뤄 사용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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