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보장구 잇단 사고...법적 보행자 분류 ‘안전 사각’
노인·장애인 이용 전동휠체어 등
면허증·교육 필요없어 관리 안돼
인도 통행 불편에 도로 이용 잦아
광주·순천·곡성 등 교통사고 잦아
후미등·안전벨트 설치 등 보완 필요
광주·전남 지역에서 노인·장애인이 이용하는 전동휠체어와 의료용 스쿠터 등 전동보장구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보행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의 전동보장구 활용이 늘고 있으나, 전동보장구는 법적 규제 미비로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순천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 40분께 순천시 풍덕동 팔마대교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A(80)씨가 동천강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고령의 A씨가 전동휠체어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달 2일에는 광주시 서구 금호동 한 아파트에서 B(70)씨가 술을 마신채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다 승강기 통로에 빠져 중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17일 오후 6시께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의 한 아파트 옆 편도 1차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 70대 남성 도로를 역주행하다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도 장성군 황룡면 편도 1차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무단횡단을 하던 80대 여성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6시께 곡성군 석곡면 한 농로에서도 밭일을 마치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귀가하던 C(여·82)씨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승용차 운전자는 앞서가던 C씨를 미처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휠체어는 최대 속도가 시속 15㎞로 성인이 뛰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무게가 100㎏을 웃도는만큼 보행자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8일 광주지방법원은 곡성군 한 도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후진하다 뒤에 앉아있던 80대를 들이받아 숨지게한 80대 D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전동보장구가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필수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해 사고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동보장구는 전동킥보드 등 PM과 유사한 형태지만, 현행법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해 보행자로 분류하고 있다.
때문에 별도의 면허증·안전교육 등이 필요 없다. 안전장치 설치 의무도 없으며,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음주 운전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도로가 아닌 인도로 달려야 하지만 노인들의 경우 도로로 주행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가 좁거나 연석이나 보도블록이 솟아나오는 등 주행이 불편하다는 이유다.
도로를 주행하는 노인들의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워 차량과 충돌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종표 한국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안전교육부 교수는 “반복되는 전동휠체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후미등과 안전벨트 등 안전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노인복지관 등을 통해 헬멧이나 안전벨트 착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면서 “광주·전남 지역의 인도가 전동보장구가 통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어르신들이 도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전거 도로처럼 전동보장구 통행이 잦은 지역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동보장구 교통사고는 보행자 사고로 분류되는 맹점이 있다. 이에 따라 경찰 등 각 기관도 도로에서 발생한 전동휠체어 교통사고 현황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 기초적인 사고통계가 이뤄지지 않아 효율적인 안전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많은 농촌 지역에서 전동휠체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특히 전동휠체어에 후미등이 없거나 있어도 약한 불빛만 나와 어두운 시간대 좁은 시골길을 가는 전동휠체어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던 운전자들이 뒤늦게 발견하면서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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