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1억 옷에 끼고가" 법정서 재현… 김용 '폭소'

김대현 2023. 3.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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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변호인 : 기왕 시현했으니, 1억원을 어떻게 넣었다는 것인지 직접 좀 보여주면…

재판장 : 네. 해봐야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 재질은 이것보다 좀 더 부드러운 쇼핑백이었습니다. (양복 안쪽으로 쇼핑백이 불룩 튀어나오게 끼고 방청석 쪽으로 돌아서서) 쇼핑백에 넣어서 이렇게….

방청인들 : (웃음)

재판장 : 무언가 가져가는 것처럼 외부에서 보이긴 하네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현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재현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민간개발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지만, 최근 공판들엔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재판부 요구에 따라 김 전 부원장에게 현금을 전달한 상황을 시현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4월 경기 성남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1억원, 6월 수원 포레나광교 근처 도로에 세운 차 안에서 3억원, 같은 달 경기도청 근처 도로의 차 안에서 2억원 등 총 6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법정 중간에 마련된 증인석에서 일어나 김 전 부원장이 처음 1억원을 전달받아 현금을 품에 넣고 가는 모습을 따라했다. 당시 자신이 "여기에 감춰"라고 말하며, 현금이 든 상자를 작은 쇼핑백에 넣어 김 전 부원장 양복 오른쪽 안에 품게 했다는 취지다.

유 전 본부장이 양복 한쪽이 불룩해져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서자,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전 부원장도 입을 벌리고 웃었다.

"당시 김용 피고인이 외투를 입지 않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코트를 빌려 입고 다시 재연에 나섰지만, 한쪽이 튀어나온 모습은 그대로였다. 재판장은 "무언가 가져가는 것처럼 외부에서 보이긴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돈을 준 장소라고 하는) 유원홀딩스가 있는 곳은 2020년도 총선을 치른 제 지역구다. 아침에 출근 인사를 했던 데"라며 "유동규 증인은 그곳에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분당에서 주차난이 심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제가 이렇게 들고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금 2억원이 전달된 상황도 재현됐다. 유 전 본부장은 현금 1억원씩이 담긴 갈색 골판지 상자 두개를 종이 쇼핑백에 넣고 "이렇게 넣으면 (쇼핑백 입구) 양쪽이 벌어져서 테이프로 밀봉했다"며 "여기다가 한겹 더 넣어서 이렇게 (다른 쇼핑백에 겹쳐 담아) 들고 갔다"고 전했다.

"이렇게 들고 경기도청 앞을 걸어갔다는 것이죠? 재판부에도 한번 주실래요?" 재판장과 배석판사들도 유 전 본부장이 들고 있던 쇼핑백을 직접 건네받아 무게를 가늠했다. 재판장은 "가져가는 게 불가능한 정도의 무게라거나, 힘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시현에 앞서 현금 2억원과 비슷한 무게의 생수병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는데, 검찰은 휴정 시간을 이용해 실제 2억원을 임시로 마련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2억원의 무게는 약 4㎏"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 전 본부장의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오는 21일 다음 공판기일을 열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 대표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서 대선 자금 조달·조직 관리 등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2021년 2월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20억원가량을 요구했고, 이 내용을 전달받은 남 변호사가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돈을 보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건넨 돈 중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쓰고 1억4700만원은 전달하지 않아, 김 전 부원장이 실제 받은 돈은 총 6억원으로 판단했다.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개발업자 남욱 변호사, 정 변호사 등 김 전 부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공소장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불법 선거 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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