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통 벤치마킹 1순위…다카하시 야스노리 CCC 사장 [Interview]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T-SITE).
2011년 개점 이래 전 세계 유통 업계 종사자들이 ‘성지순례’하듯 찾는 곳이다. 단순한 서점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공간 혁명의 발상지라서다. 이 혁명을 주도한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은 창업 이래 한국의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벤치마킹 1순위로 꼽아온 기업이다.
비디오 렌털숍에서 서점으로, 다시 가전(츠타야 가전)과 데이터(V포인트), 그리고 공유 오피스(셰어 라운지)로 끊임없이 업태를 변주하면서도 ‘기획 회사’라는 본질을 잃지 않았다.
2026년 왜 다시 CCC를 주목해야 할까. ‘기획의 신’으로 불리는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자신의 뒤를 이을 적임자로 인사(HR) 부문을 오래 이끌어온 다카하시 야스노리(52) 사장을 선택했다. 마스다 창업자는 경영권을 넘기며 그에게 “사람을 키워달라”는 특명을 내렸다. 카리스마 넘치는 창업자 1인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획자가 돼 움직이는 ‘집단 지성’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현재 약 700개의 점포와 1억3000만명(유효 ID 수)에 달하는 V회원 데이터를 지휘하며 CCC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A. 2003년 오픈한 ‘TSUTAYA TOKYO ROPPONGI(현 롯폰기 츠타야 서점)’를 기점으로 CCC는 서점과 카페를 융합해 커피와 함께 책을 고르는 문화를 만들어왔다. 현재 스타벅스와 함께 전개하는 이런 매장은 약 100개 점포로 확대됐다. 20년 이상 이어진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모델이 ‘라운지&카페(LOUNGE & CAFE)’다.
이 모델의 핵심은 공유 오피스 개념인 ‘셰어 라운지(SHARE LOUNGE)’와 스타벅스를 물리적, 경험적으로 각각의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매끄럽게(Seamless)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고객은 그날의 기분과 목적에 따라 편안하게 독서를 하거나, 집중해 업무를 보거나, 혹은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담소를 나누는 등 자신이 머무는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두 브랜드가 영역을 초월해 공창(共創)함으로써 고객이 머무는 시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Q. 기치조지점은 키즈 공간을 갖추는 등 타깃층을 확장한 점이 인상적이다.
A. 패밀리층에 특화했다. CCC 전략은 획일적인 점포 확장이 아니라, 그 거리에서 필요한 기능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도시와의 협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앞으로는 상업 시설뿐 아니라 호텔 로비, 맨션의 공용 공간, 오피스 빌딩 등 전혀 다른 업태에도 셰어 라운지 기능을 유연하게 이식(장착)해나갈 계획이다. 각 도시와 지역의 니즈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 솔루션을 기획, 제공하는 것이 CCC 공간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다.
Q. 2025년 5월 본사를 요코하마 커넥트 스퀘어로 이전하며 ‘CCC PARK’라는 콘셉트를 선포했다. 공간 혁신 기업으로서 정작 직원들에게는 어떤 새로운 업무 환경과 방식을 제공하는가.
A. 새로운 오피스 콘셉트는 ‘공원(PARK)’이다. 공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머무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안에서 뜻밖의 교류와 발견이 일어나는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공간이다. 우리는 인사 전략인 ‘커리어 자율’ 철학에 따라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ABW(Activity Based Working)’ 방식이다. 직원들은 그날 업무 내용이나 기분에 따라 사무실, 자택, 셰어 라운지 중 어디서 일할지 선택한다. 사무실 내에서도 조용히 집중하고 싶을 때는 개인 부스를, 아이디어 회의가 필요할 때는 개방형 테이블을, 휴식이 필요할 때는 미나토미라이의 경치와 예술 작품이 보이는 공간을 선택한다. 공간 자체가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셈이다.
Q. 마스다 무네아키 창업자로부터 CEO직을 승계받을 때 “사람을 키워달라”는 특별 주문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은 무엇인가.
A. 나는 CCC에서 인사 부문을 중심으로 사람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교육에 주력해왔다. 마스다 창업자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 그런 특명을 맡겼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차세대에 바통을 확실히 넘겨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성장의 핵심은 ‘경험’이다. 사람은 ‘현재의 능력을 넘어서는 도전의 장(場)’, 즉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하는 자리’에 섰을 때 가장 크게 성장한다. 따라서 미래에서 역산(Back-casting)해 조직을 디자인하고, 직원들에게 과감한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며, 그 기회를 개인에게 온전히 위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이 스스로 기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힘을 기르며, 압도적인 주인의식(당사자 의식)을 가진 인재를 키우는 것이 육성 철학의 핵심이다.
Q. 임원 승진 후 한창 일할 시기에 딸을 위해 3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선택했던 이력이 있다. 복귀 후 ‘무보수’ 각오로 사장직을 시작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이 ‘멈춤’의 시간이 경영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쉼 없이 달리는 한국 리더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A. 일 중심의 커리어에서 벗어나 3년간 주부로 살면서 비로소 ‘내 인생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가’, 그리고 ‘이 소중한 시간을 무엇에 쓸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됐다. 많은 리더들이 매일 쏟아지는 과제 앞에서 ‘내가 없으면 조직이 돌아가지 않을 것’ ‘내가 앞장서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 하지만 내가 CCC를 떠나 밖에서 지켜본 결과, 조직은 내가 없어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히려 내가 비워둔 자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무언가를 내려놓고 비우는 경험을 통해 나는 내면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여백’을 얻었다. 그 공백이 내 인생의 폭과 깊이를 만들어줬다. 계속 달리는 것도 용기지만, 멈추는 것 또한 큰 용기다. 멈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이면에 희생되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A. CCC의 업(業)의 본질은 창업 이래 변함없이 ‘기획 회사’라는 점이다. 츠타야(렌털), 츠타야 서점, 그리고 현재 1억3000만명의 유효 ID를 보유한 V포인트 사업까지, 이 모든 것은 ‘이런 생활은 어떤가’라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우리가 제안한 기획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성장 동력이다.
AI 시대의 데이터 경영에 대해 마스다 창업자는 “데이터에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C는 단순히 숫자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을 중시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고객의 실제 체험과 가치로 연결하고, 그것을 자기 일로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기는 ‘스루풋(Throughput)’ 역량이 핵심이다. AI는 효율화를 위한 도구일 뿐, 진정한 가치 창출은 결국 ‘사람의 질문과 발상’에서 나온다.
Q. 창립 40주년을 맞아 공개된 ‘AI 마스다 무네아키’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창업자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철학을 학습시킨 AI다. 사내에서 직원들이 기획을 하다가 막혔을 때나 고민이 있을 때 상담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마스다 창업자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시뮬레이션하며 직원들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인간의 지혜와 AI를 결합해 조직 기획력을 가속화하는 실험적인 시도다.
Q. 온라인이 일상화된 시대에 사람들이 굳이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CCC의 2026년 라이프스타일 키워드와 함께 설명 부탁한다.
A. 오프라인이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효율이나 기능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체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우연한 만남, 아트와 테크놀로지의 융합,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커뮤니티 등 감성 자극 요소로 고객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새해 CCC가 제안하는 핵심 키워드는 ‘웰빙(Well-being)’이다. 일본은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 사이에 약 10년의 격차가 있다. CCC는 힘든 ‘단련’이 아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정돈(Conditioning)’하는 것에 주목해 ‘츠타야 컨디셔닝(TSUTAYA Conditioning)’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전국 매장과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가 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를 편안하게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전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Q.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기업가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A.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시대는 점점 불확실해지고 정보는 넘쳐난다. 앞길이 보이지 않을수록 흔들리지 않는 ‘코어(Core)’, 즉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 유일한 무기가 된다. 환경이 급변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변화를 만들어내는 원천인 업(業)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리더를 더 나은 의사결정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창업자 “인재 양성” 특명 받고 조직 문화 혁신 선도
1억3000만 회원…스타벅스와 협업 700호점 돌파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2호 (2026.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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