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용 방에 20명 가둔다…中 구치소 '만석' 만든 이 현상
" “중국 내 구치소가 점점 가득 찬다. 12인용 방에 20명이 지내야 할 정도다.” "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변호사 슝커(熊珂)의 말이다. 슝커는 “접견을 갈 때마다 변호사들이 길게 줄을 서야 했다”면서 “우한을 비롯해 많은 지역의 구치소가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구치소(看守所)는 범죄 피의자를 일시적으로 구금하는 곳으로 체포 이후 형사 구속됐거나 형량이 1년 미만 남은 범죄자가 머무는 곳이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구치소는 중국 전역에 2300곳 이상 설치돼 있다.
3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은 중국 변호사들을 인용해 “경제 불황으로 인해 중국 내 범죄가 증가하면서 구치소 과밀화가 심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검찰의 체포 승인은 36만 7000건, 기소는 76만 1000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5%, 6.8% 늘어난 수치다.
범죄 증가 원인을 두고 중국 변호사들은 경제적 이유 대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과 자동차 대출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진 사람들이 다단계 조직에 가담하거나 자금 세탁에 연루되면서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허위 청구서를 발행하거나 사기 계약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볍게 생각한 행위가 범죄로 간주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임야에서 나물을 채취하거나 강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았다가 사법 기관에 적발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정한 자격·면허가 없는데도 소규모로 영업하다가 적발되는 이들도 많다. 과거엔 당국이 어느 정도 묵인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변호사들은 설명했다.
각 지방 공안당국의 적극적인 단속 활동도 범죄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혔다. 음란물과 도박, 의표 분야 부패 등 주요 핵심 범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범죄를 적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39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해온 베이징 소재 자안(嘉安) 법률사무소의 정아이리(鄭愛利) 주임변호사는 “법률의 온도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과도하게 엄격하고 기계적인 법 집행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 관련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인 정아이리의 더우인(抖音·중국판 틱톡) 계정은 100만 명에 달하는 팬들이 구독하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광둥성 광저우시의 량웨이(樑瑋) 역시 “업무 성과를 올리기 위한 맹목적 기소와 체포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사법 당국은 개인과 가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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