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스프부터 넣는 오뚜기, 면과 넣는 농심…전문가 의견은?
자신의 조리법 만드는 모디슈머
따뜻한 비빔면, 치즈 든 사발면
라면 업계도 다양한 입맛 공략
라면을 끓일 때 물이 끓은 뒤 건더기 스프를 넣느냐, 물이 끓기 전에 건더기 스프를 넣느냐.
‘라면 좀 끓여봤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늘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주제다. 라면 봉지에 쓰인 조리법은 왜 각기 다른지, 라면 조리법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라면 조리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민일보가 전문가에게 물었다.
왜 같은 국물 라면인데 조리법에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농심 관계자는 물이 끓기 전 건더기를 넣을 경우 향이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더기 스프가) 건조됐다 하더라도 원물의 향을 보존하려면 물이 끓은 후 넣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오뚜기는 “물이 끓기 전 건더기 수프를 넣으면 채소와 고기 육수가 우러나와 더 맛있는 국물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국물 맛을 원하면 미리 넣고, 음식 향을 우선시하면 나중에 넣으면 된다.
이런 차이점에도 공통된 점은 물이 끓고 난 뒤에 분말스프와 면을 넣으라는 점이다. 다만 농심은 면과 스프를 동시에 넣고, 오뚜기는 스프를 먼저 넣고 면을 넣으라고 돼 있다.
농심이 스프와 면을 동시에 끓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심 관계자는 “동시에 끓여야 면에 국물이 밸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만들어진다”며 “물에 면이 부풀면 유탕면의 기름은 전분과 함께 면 밖으로 나온다. 기름과 전분이 빠져나온 공간에 국물이 들어가 국물과 면을 조화롭게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현진 한국폴리텍대학 외식조리학과 교수는 “면을 기름에 튀기면 원래 부피보다 1.5배~2배 팽창해 면의 조직이 성기게 된다”며 “끓이면 국물이 스며들어 식감이 부드럽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오뚜기는 스프를 넣고 면을 끓이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전 교수 역시 스프를 먼저 넣는 것을 추천했다. 전 교수는 “라면 공장에 따라 다르지만, 면이 스프에 잘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양의 물을 10㎖ 정도 덜고 스프를 먼저 넣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라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두 회사의 조리법과 달리 물이 끓기 전 스프를 넣는게 라면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스프를 넣어 염분이 높아지면 끓는점도 높아져 3~4℃ 정도 더 높은 온도에서 면이 끓는다. 그럼 면이 빨리 익어 면의 전분 구조가 덜 풀린 채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라면 제조사들은 끓는점의 차이가 맛을 좌우할 만큼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통 라면 스프는 10∼12g 정도로 작아 물의 끓는점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만큼 큰 용량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면발의 종류와 굵기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이 1분 정도 차이나거나 물 양이 500~550㎖로 달라지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조리법은 각 회사마다 끓이는 방법이 다르고 연구원들이 맛과 향을 최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기록하기에 각사의 조리법에 나와있는 방법대로 끓이는 것이 제일 맛있다”고 전했다.
라면은 신라면 이후 불닭볶음면, 열라면 등 각종 기형적인 매운 라면이 등장하며 ‘매운맛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맛에 따라 제품을 새롭게 만들어 먹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가 유행하며 소비자 사이에서 주목받는 인기 커스텀 레시피를 제품화한 라면들도 속속들이 출시되는 중이다.
농심은 오는 23일 신라면 투움바 큰사발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제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은 대표적 레시피로 실제 제품화한 것이다. 신라면에 생크림, 체다치즈, 파마산치즈의 맛과 버섯, 마늘, 청경채 등으로 완성도를 더했다. 취향에 따라 전자레인지 조리도 가능하다.
팔도는 지난달 8일 ‘팔도비빔면2’를 선보였다. 보통 차갑게 먹는 팔도비빔면을 뜨겁게도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차돌박이, 골뱅이 등 선호하는 토핑을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기존 팔도비빔면은 여름철에 한정됐지만 뜨거운 비빔면도 먹을 수 있게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파생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오뚜기도 지난해 하반기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신제품 ‘마열라면’을 출시한 바 있다. 마열라면은 SNS에서 열라면에 마늘, 후추, 순두부 한등을 넣은 ‘순두부 열라면’이 유행한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모디슈머 제품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는 매운맛 안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운맛뿐 아니라 색다른 방식으로 라면을 즐기는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여러 가지 부재료를 넣은 ‘모디슈머’ 제품을 꾸준하게 출시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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