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핵협상 진전... 트럼프 만족시킬 합의 가능할까?
[정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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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이란 3차 핵협상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의 3차핵협상에 참여한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특사(가운데)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오른쪽) [AP 연합뉴스. 오만 외무부 제공] |
| ⓒ AP 연합뉴스 |
이란 협상단을 이끌었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또한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가장 진지하고 긴 회담이 이뤄졌다"면서 일부 현안에는 합의가, 다른 일부 현안에는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빈에서 있을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추가 협상 계획을 확인했다.
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의 평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NBC 방송은 회담에 대해 잘 아는 인사 두 명이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협상의 상세 내용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진전"이 있었다는 것 외에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의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BBC는 이란 국영방송의 보도를 인용해 이란 협상단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고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이 요구한 400킬로그램의 농축 우라늄 반출 또한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협상단은 일부 내용에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이며 그중 하나는 국제기구의 감시하에서 3~5년 동안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 후 최소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받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양보를 암시하듯 아그라치 장관은 이란 티비 방송을 통해 협상 타결의 대가로 미국에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미국 vs. 이란 무력 충돌 피할 '마지막 기회'... 일단 안도할 결과
이번 협상은 중동 지역에 2003년 이라크 침공 이래 최대 규모의 전력을 배치한 미국이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가운데 이뤄졌다. 때문에 이번 협상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이번 협상에서 군사적 긴장 상황을 완전히 타개할 어떤 합의나 확실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란 모두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중동 지역은 물론 세계는 일단 안도를 하게 됐다.
이번 회담 결과가 특히 중요하고 의미 있게 여겨지는 이유는 회담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참석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이뤄지면 IAEA는 이란의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게 될 전망이다. IAEA 사무총장의 참석은 이번 협상에서 사실상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IAEA의 검증이 논의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음 주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란 오만 외무장관과 이란 외무장관의 확인은 협상이 합의 도출을 위한 세부 내용 논의 단계로 넘어갔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미국과 이란 모두에서 이번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최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다시 말해 이란이 핵무기 개발 포기에 합의할 때까지 무력 시위와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 달 이상 이어진 이란에 대한 무력 시위와 전쟁 가능성 언급을 정당화할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하루 전까지도 이란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그는 25일 국정연설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우린 거래를 원하지만 아직 (이란으로부터) 그런 비밀스런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또한 이란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대해 이란은 거듭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몇 시간 전에도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언급했고 전날에도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에스마에일 바콰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이 "그릇된 정보(disinformation)"로 이란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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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2월 24일 화요일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 연설을 보이콧하고 내셔널 몰에서 열린 '국민의 국정 연설'이라는 대안 집회에 참석했다. |
| ⓒ Kenny Holston/UPI/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전 미정보국 부국장이자 CNN의 법집행 및 정보 분석가인 존 밀러는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현재 가진 것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이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란은 미국의 핵시설 공격 이후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서 훨씬 멀어졌고 현재로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우려하는 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인데 이는 핵무기 개발이 안 되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건 중동 지역과 전 세계에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 지역에 배치한 전력을 철수할 수준의 합의, 그리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고 IAEA의 검증을 수용할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런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장 큰 문제는 양국 간의 높은 불신과 적대감이다.
미국에 쌓인 이란의 불신과 적대감은 2025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최대치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란의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외교의 관례를 깬 불성실한 인물이다.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유럽 연합이 합의하고 후에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의 일방적 탈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합의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일부를 중단시키고 대신 서방의 경제 제재 완화를 약속했고 이후 이란이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성과를 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합의에 문제가 있다면서 탈퇴를 언급했고 취임 후 이를 실행에 옮겼다.
2025년 6월에는 핵협상 도중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이번 세 번째 핵협상을 하루 앞둔 25일에는 미국 재무부가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란의 미사일 생산과 석유 거래에 관련된 개인, 기관, 선박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협상 도중엔 보통 적대 행위를 중단 내지 자제하는 국제사회의 규범 및 외교 관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불신과 적대감을 잘 설명해 준다.
미국 또한 이란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이란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을 숨기지 않아왔다. 그가 지난 1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외교적인 언사로 강하게 비난하고 조롱한 것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또한 이란과 적대적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과 이들 국가들에 대한 위협 제거에 관심을 보이는 것 또한 그렇다. 미국이 핵협상에서 중동 지역 무장세력들에 대한 이란의 지원 중단을 요구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8년 이란핵협상 탈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일 년 후인 2019년 5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합의 이행에 대한 증거가 아닌 이란에 대한 정치적 수단으로 탈퇴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이란에 적대적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미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와 같은 선상에 있음을 언급했다.
이런 양국 간 불신과 적대감, 특히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과 적대감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의 성패는 결국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칼을 빼들었으나 이는 미국 국내 여론은 물론 중동 지역과 전 세계의 우려를 사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실질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명분과 실질적 이익을 모두 챙기는 합의가 필요하고 이 점이 이란과의 핵협상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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