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역차별, 14년 만에 풀릴까?…새벽배송 허용 “의무휴업 손 안 보면 반쪽”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5일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2월 8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당정청)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2012년 대형마트 영업 제한 규제가 도입된 이후 14년 만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SSM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시간대에는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도 금지다. 월 2회 의무휴업도 포함돼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당시만 해도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전통시장 소비를 유도해 지역 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통 시장은 오히려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오프라인 점포가 규제에 묶인 동안,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쿠팡 연매출은 약 13조3000억원에서 41조2900억원 수준으로 3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은 27조3326억원에서 28조6218억원으로 4년간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부터 쿠팡 1곳이 대형마트 3사 매출을 웃돌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에 족쇄를 채운 사이 특정 플랫폼의 독점 지위가 강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서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 개정 논의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시도로 본다. 대형마트 3사가 전국에 보유한 점포는 약 670곳이며, 이 가운데 460여곳은 이미 온라인 주문을 받아 배송하는 기능을 갖췄다. 김동아 의원은 “새벽배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물류센터”라며 “대형마트는 지역 거점에 있는 마트가 물류센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만 열어준다면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바로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정도 현행 제도가 유통 환경 변화에 뒤처졌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통해 ‘새벽배송 제도 개선 영향’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온·오프라인 유통 환경이 급변한 만큼 양쪽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제도를 현실화해야 하겠다는 취지다.

소상공인 “새벽배송 허용 땐 골목상권 학살”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선 새벽배송 시장 경쟁 구도가 다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형마트가 전국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배송 거리 단축과 비용 효율화가 가능하다. 신선식품 재고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팔리지 않은 신선식품을 심야·새벽 시간대 온라인 수요로 흡수할 수 있어 납품 업체와의 상생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경쟁 체제가 구축돼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고 서비스 품질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입법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새벽배송 허용이 골목상권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에 나설 경우 결과는 무차별 학살일 뿐”이라며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의 주 거래 품목이 신선식품인데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시장에 올 이유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벽배송 규제를 풀어도 이미 시장은 쿠팡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회의론도 있다. 막대한 물류 투자와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를 갖춘 선두 업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논리다. 새벽배송은 일정 주문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건비·물류비 부담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 대형마트 업계 내부에서도 “수익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다.
또 다른 쟁점은 의무휴업일이다. 새벽배송만 허용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정한 현행법을 그대로 둘 경우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의무휴업일에는 주간배송도 못 하는데 1년 365일 주문 가능한 이커머스와 동등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무휴업 규제가 또 다른 소상공인인 SSM 가맹점주에게 족쇄가 되는 것도 문제다. SSM 가맹점주는 개인사업자로서 본인 명의 매장을 운영하고, 본사에 로열티를 낸다는 점에서 편의점·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같다. 그런데도 대기업 직영점과 동일하게 ‘매달 2회 의무휴업’ ‘0~10시 영업제한’ 규제를 받는다. 규제가 신설될 당시 SSM 대다수가 직영점 위주였기 때문인데, 지금은 전국 SSM 1464개 점포 중 가맹점 비중이 절반 수준인 49%다. 지역 식자재마트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송파구에서 SSM ‘GS더프레시’를 운영 중인 가맹점주 정 모 씨는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진열해도 10시 전에는 판매 못해 오전 손님을 대부분 놓치는 격”이라며 “새벽배송만 풀 게 아니라 최소한 가맹점에 한해서라도 규제를 풀어야 역차별이 해소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제로섬’으로 보지 말고 역할을 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교수는 “규제 완화에 앞서 수많은 자영업자 생계 기반인 오프라인 상권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는 과감하게 풀되 물류 시스템 연계나 지역화폐 확대 등 지역 상권 지원 정책도 긴 관점에서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동아 의원은 “상생협력기금 마련이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유통망 공동 등 창의적인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 (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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