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식장값만 1600만원 드네요"…결혼 앞둔 예비부부 울상
#내년 6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신부 김모(30)씨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결혼식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의 한 메이크업 샵은 지난 5월 첫 상담 때만 해도 90만원대였던 비용이 9월이 되자 120만원대로 훌쩍 올랐다. 김씨는 “넉 달 만에 30만원이 올랐다고 해서 예약을 포기했다. 웨딩홀의 경우 지난 4월에 예약했는데 당시 8만8000원이던 식대가 지금은 9만2000원까지 올랐다”며 “충분히 고민할 새가 없다. 무조건 일찍 예약하는 게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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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웨딩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결혼비용 보고서’(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올해 평균 예식장 비용은 1283만원으로 전년(1057만원) 대비 21% 올랐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은 전년(333만원)보다 8% 오른 360만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워낙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데다가 인건비 상승 여파가 크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고물가 여파로 예식에 들어가는 꽃값과 식·음료 관련 비용이 매년 약 10% 정도씩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식장 관계자는 “요즘 2030은 서비스업을 비선호하는 경향이 커 인력난이 심하다. 최저임금으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웃돈을 얹어주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폐업하는 예식장이 많아진 점도 웨딩 비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통해 예식장 수 추이를 보면 올해 7월 전국의 예식장은 713곳으로 2020년(850곳)보다 16%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팬데믹 때 잠시 줄었던 결혼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데 폐업으로 예식장 공급이 줄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수 업체에 경쟁 몰려 '배째라'식 장사↑
다만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웨딩 업체의 갑질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 업체에 수요가 몰리다 보니 ‘배째라’식 장사를 해도 항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기가 많은 서울의 일부 식장은 100석도 채 되지 않는 홀 좌석을 마련해놓고 식대 최소 보증 인원을 ‘250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예식장에선 업체가 고용한 전문 사회자를 원하지 않더라도 보조 사회자로 두게 해 관련 비용 50만원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일부 스튜디오에선 촬영 원본 파일을 받으려면 30만~40만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김모(32)씨는 “예식장을 예로 들면 대중교통이 잘 돼 있고, 주차장이 넉넉하고, 식사가 잘 나오는 곳만 기준으로 추려도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많지 않다”라며 “업체들이 독소조항을 넣은 것을 알면서도 이런 곳을 예약하려면 수십통씩 전화를 걸며 상담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객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가을철 결혼 성수기를 맞아 2주에 한 번씩 지인 결혼식에 가고 있다는 이정현(30)씨는 “이제 축의금 기본 단위가 10만원이다.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올 4월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전국의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축의금 비용을 조사한 결과 결혼식에 참석한다면 '10만원'을 낸다는 응답자가 67.4%로 가장 많았다.
정부, '가격표시제' 도입 예고…연내 발표 예정
정부도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 문제를 인식한 후 대책을 마련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청년친화 서비스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결혼 서비스 업체가 가격·서비스 항목 등을 의무적으로 알리는 ‘가격표시제’ 도입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 가격 정보를 먹거리처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참가격)에 공개하고 불리한 면책조항이나 과다한 위약금 등 계약 관련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결혼준비대행업에 대한 표준약관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은희 교수는 “방향성은 좋지만, 속도를 좀 더 낼 필요가 있다”며 “스드메든 예식장이든 한꺼번에 대책을 발표하려고 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협상이 조금 더 쉬운 것부터 먼저 발표를 해 예비부부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을 준비 중인 정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깜깜이로 이뤄져 오던 상황이라 업체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관련된 사업자들도 얘기가 다 달라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도 “대책 발표 시점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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