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관위 독립성보다 선거 공정성

2023. 6. 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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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수 클린선거시민행동 대표, 변호사

대한민국의 선거 사무가 취약한 보안시스템 때문에 외부의 해킹 위협에 노출돼 있다. 2020년 8월 쓰레기 더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망에 대한 패스워드와 아이디가 발견됐다. 그해 7월에는 투표지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됐다. 당시 선관위는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투표지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전산망의 보안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근 들어 선거 시스템에 대한 보안 위협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보안 점검 권고했는데도 선관위의 독립성을 이유로 들어 거부했다.

‘아빠 찬스’로 불리는 선관위 간부들의 고용세습 행태가 드러나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 독립성을 들어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셀프 검증’ 하겠다는 면피성 입장을 발표해 공분을 사고 있다. 내막을 따져보면 앞서 보안점검 권고 거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관위 자체적으로 알아서 할 테니 투명하지 않은 선거 행정사무를 용인하라는 억지와 다름없다.

「 부패·무능으로 얼룩진 선관위
고용세습 의혹에도 감사 거부
선관위 개혁이 민주주의 출발

시론

노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법관으로서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 헌법 제97조는 감사범위를 ‘행정기관’이라 규정하고 있다. 선거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선관위를 감사 대상으로 하고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만을 감사 예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명시적 규정이 없어도 당연히 해석을 통해서라도 국가기관에 대한 통제와 견제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노 위원장은 헌법과 법률을 넘는 해석을 내놓고 선관위를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만들고 있다. 2020년 4·15 총선 결과에 불복하는 선거무효 소송이 100여건 제기됐다. 선거관리의 책임을 묻는 고발도 줄을 이었다. 그때도 선관위의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선관위는 수사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선관위 입장을 수용해 단 1건의 압수수색영장도 청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단 1건의 선거무효 소송도 선거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한 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선관위의 일방적 주장만을 들어 기각 판결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검찰과 경찰은 물론 법원까지도 선관위의 무소불위 행태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사전투표소 대혼란과 함께 기표가 된 투표지를 다시 교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후진적인 선거 행정의 민낯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선관위는 지금과 똑같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들어 거부했다. 당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했지만, 그 자리를 노태악 대법관이 이어받았다. 중앙선관위뿐 아니라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을 법관들이 겸임하면서 선관위와 사법부가 한통속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같은 사법통제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노 위원장뿐 아니라 선거소송을 관할하는 각급 법원의 법관들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를 관장하는 선관위가 독립성을 운운하며 안하무인의 독단적 행태를 계속 보이고, 다른 국가기관이 이를 묵인하거나 용인한다면 대한민국 선거의 공정성을 짓밟게 된다.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법관과 일부 선관위 구성원의 ‘밥벌이 방패막이’로 쓰여서는 절대 안 된다. 선관위의 전횡·부패·무능까지 모두 드러났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바로잡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협이 초래될 것이다. 유권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 위원장은 아빠 찬스라는 고용세습은 물론 선거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까지 모두 수용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이 현행 선거관리제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선관위 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선관위를 해체하고 선거 행정사무의 중립성을 사수하려고 직접 나설 것이다. 무소불위의 선관위는 이런 목소리가 두렵지 아니한가.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승수 클린선거시민행동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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