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2배’ ETF 27일 상륙…자본시장 ‘양날의 검’ 되나
‘선물·종가 변동성 확대·소부장 자금 이탈’ 우려
미국, 테슬라 엔비디아 등 2배 ETF ‘급격한 변동성’
전문가 “개인투자자, ‘단기 투자’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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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16종이 오는 27일 시장에 상륙한다. 그동안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성장해온 국내 ETF 시장에 처음으로 ‘개별 종목 2배 베팅’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는 단순한 신상품 상장을 넘어 국내 ETF 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을 국내로 되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국민주’마저 초고위험 단기 매매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는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 투자자들이 홍콩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 1·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이었다. 한국인 투자자의 누적 거래금액은 두 상품 합산 5억달러(우리돈 약 8000억원)를 넘어선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금기처럼 여겨왔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한 배경에는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투자자 자금을 되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내 규제에 막힌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홍콩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ETF를 적극적으로 거래하고 있어서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ETF 자산총액 대비 동일종목 증권 투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100%로 확대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설정을 허용했다. 해외로 유출되던 고위험·고수익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단일 종목 거래를 위한 안내 및 교육 신청자 수는 4만4628명, 최종 수료자 수는 4만3038명을 기록했다.

홍콩 간 레버리지 자금 유턴…“본주 블랙홀 우려는 기우”
증권가에서는 홍콩 상장 ETP 투자자금과 기존 반도체 ETF 자금 일부가 이동할 경우, 단일종목 2배 ETF 상품으로 최소 1조7000억원에서 최대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홍콩 상장 ETP 투자자 가운데 단기 매매 성향이 강한 계좌는 거래 효율성과 세제 측면에서 국내 ETF로 이동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본주 수급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주주들이 현물을 매도하고 2배 ETF로 이동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운용업계는 이같은 ‘수급 블랙홀’ 우려는 과도하다고 본다. 신규 ETF 설정 과정에서 대규모 현물 매수도 함께 발생하는 만큼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순매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기존 보통주 투자자의 이동에 따른 매도 압력보다 신규 ETF 설정을 위한 현물 매수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본주에는 단기적으로 우호적인 수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ETF운용 본부장 역시 “이미 반도체 중심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단일종목 2배 ETF 투자자의 단기 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관련 상품의 규모가 무제한 커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설정액만 24조원에 달하는 KODEX200 등 기존 지수형 상품들의 삼성전자 편입 규모가 훨씬 큰 만큼 시장 전체 수급을 흔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선물·종가 변동성 확대·소부장 자금 이탈’ 우려
전문가들은 본주 현물 시장보다는 선물 시장의 수급 영향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형주들의 자금 이탈을 우려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우선 운용업계는 파생상품 시장과 장 막판 종가 변동성을 주목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마감 기준으로 2배 수익률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장 후반 선물·스왑·현물 포지션을 기계적으로 조정(리밸런싱)한다. 거래 규모가 커질 경우 특정 시간대 주문이 집중되며 종가 왜곡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기계적 리밸런싱에 따른 종가 변동성 우려는 정방향 레버리지뿐만 아니라 역방향인 인버스 2배(곱버스) 상품까지 맞물리며, 상승장·하락장 모두에서 시장의 추세 방향으로 매수·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모멘텀 가속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운용사들이 현물을 직접 사는 대신 스왑이나 개별 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구조라 현물 매수보다는 선물 매수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장 마감 직전 주문 쏠림에 따른 종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에는 또 다른 ‘잔혹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ETF가 기존 반도체 테마 ETF의 대체재 역할을 하면, ETF 환매 과정에서 소부장 종목들의 패시브 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상장된 K-반도체 투자 ETF 설정액은 약 31조원 규모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기존 반도체 ETF와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ETF 내 비중이 큰 중소형 소부장 종목들의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적극 이전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반도체 소부장 섹터에서만 1조2023억원 규모의 자금 이탈이 예상된다.

미국, 테슬라 엔비디아 등 2배 ETF ‘급격한 변동성’
앞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미국에서 우량 대형주조차 ‘복권형’ 투기 자산으로 변질되는 부작용이 관찰됐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전보다 훨씬 높은 단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테슬라·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미국 대표 대형 우량주의 레버리지 ETF 상장 전후를 비교한 결과, 제도 도입 이후 기초자산 주가 수익률 분포의 왜도(비대칭성)와 첨도(꼬리 두께)가 동시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통계적으로 왜도와 첨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극단적인 수치, 즉 급등·급락이 발생하는 빈도가 잦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테슬라의 경우,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평소에는 지루한 횡보를 하다가도 어느 날 두 자릿수 급등·급락을 반복하는 ‘복권형’ 패턴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주가 레버리지 ETF로 상장되면서 극단치가 더 빈번하게 발생해 복권 같은 성격이 강화됐다”며 “당첨될 확률은 낮지만, 한 번 움직일 때는 기존보다 훨씬 과격하게 움직이는 패턴이 국내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개인투자자, ‘단기 투자’ 접근 필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이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에 기대 해당 상품을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인덱스 펀드는 10~20년에 걸쳐 묻어두는 적립식 장기 자금 비중이 큰 반면, 레버리지 상품에는 공격적인 성향의 단기 트레이딩 자금과 하락장 단기 헤지 수요만 들어오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신규 ETF 상장 시 유입 자금의 상당 부분은 초기 단 5거래일 동안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레버리지 ETF 특유의 ‘음의 복리(Volatility drag)’ 구조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기초자산 가격이 박스권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횡보하더라도 변동성이 누적되면 투자자의 자산가치는 장기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본주를 장기 적립하던 개인투자자가 같은 감각으로 2배 레버리지 ETF를 장기간 들고 가면 생각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역시 시장 과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투자자들에게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금융위는 관련 상품들의 출시를 알리며 “국내 주식 제한폭(±30%)을 고려할 때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이 가능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투자자 쏠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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