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당원 반응…김 지지 “정 되면 당 쪼개질라” 정 지지 “과반으로 끝낼 것” [김성탁의 민심풍향계]
승부처 권리당원 만나 보니
더불어민주당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정청래·김민석 후보의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금까지 권리당원 투표 합산 결과 정 후보가 5만5518표(45.51%), 김 후보가 5만4307표(44.52%), 송영길 후보가 1만2156표(9.97%)를 얻었다. 다른 지역이 남아있지만,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로는 전체 당원의 약 3분의 1이 몰려있는 호남이 꼽힌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지지세가 가장 강한 호남에서 후보들의 선전 여부가 승부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의 판세는 당원 규모가 큰 수도권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우열은 투표권이 있는 권리당원 표심이 가른다. 현 판세처럼 광주에서 만난 당원들의 의견도 갈려 있었다. 민주당 권리당원 100여 명과 오래 모임을 하고 있다는 김모(57·서구)씨는 "광주에서 정 후보를 미는 당원들이 많아 김 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당원들을 만나 지지 이유를 물었다. 맥락을 전하기 위해 문답을 소개한다.
"이재명과 같이 갈 사람 필요"
송정역 건너편에서 곰탕집을 하는 여사장 남모(60)씨는 수십 년째 민주당 당원이다. “옛날에는 고속열차가 2시간에 한 번 오니 기다리다 손님들이 식사하곤 했는데, 지금은 KTX와 SRT가 워낙 자주 서니 가버립니다.” 반도체 단지 부지인 광주 군 공항에서 차로 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미래에 손님이 대폭 늘지 않겠냐는 질문에 남씨는 이렇게 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 당 대표 후보들 인기가 어떤가요.
“반반인 것 같아요, 김민석하고 정청래하고. 정청래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법사위원장 할 때보다 당 대표하면서는 포용할 줄 모르더라고 얘기하더라고. 제 생각은 그래요.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잖아요. 그믄 당 대표도 따라가 줘야제.”
- 유시민씨가 지지층의 뜻과 달리 이 대통령이 ‘재건축’을 시도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유시민씨를 엄청 욕하더라고. 김대중 정부 거시기 할 때도 그랬다고 나오더만.”
- 정 후보가 식사하는 사진이 식당 벽에 붙어 있네요.
“여기서 식사하고 가셨어요. 대표 한번 했으니 물려줄 줄도 알고 그러면 좋지 않냐고들 합니다. 사우나 같이 다니는 언니들도 과거 정청래씨를 엄청 지지했어요. 근데 일이라는 게 혼자는 못하잖아요. 한 가지만 맘에 들어도 부부로 살잖아요. 나는 정치도 그런다고 생각해요. 누가 당 대표가 되든 한 몸으로 이재명 정권하고 같이 갈 사람이 돼야 해요. 이 대통령 뒷받침하면 다음 대권 주자로도 성장할 수 있잖아요. 좀 굽히고 협조를 해야지, 말은 협조한다면서 행동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 대통령이 이만하면 잘 하지 뭘 얼마나 더 바라요.”
“속된 말로 책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른 맥락에서 지지했던 사람들도 있고, 안 그래요? 일단 갔다 와서 지금 잘하면 되잖아요.”

━
"김민석 지지인데 송영길 찍어"
김 후보를 선호하는 김성철(65)씨는 민주당 당비를 일부러 두배 내는 당원이다. 남구 봉선동에서 만난 그는 “광주는 지지세가 갈리는 것 같은데, 김민석과 송영길”이라고 했다.
- 정 후보는 지지 대상에 없나 보죠.
“정청래는 아니고. 1차 경선 투표에서 김민석을 찍었는데, 민주당 당원인 친구들 중에 송영길 찍었다는 이들이 꽤 있어요. 2차 때 누구 뽑을 건지도 김민석과 송영길이 갈려요. 송영길이 전남 고흥 출신이고 학교를 광주에서 나와 여기가 고향이다 이 말이지.”
- 왜 정 후보는 싫어하나요.
“정청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죠. 지방선거에서 진 책임을. 근데 이재명 정권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헛소리나 하는 건 아니죠. 우리 친구들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들 합니다.”
-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재명 정권을 잘 되게 하고 싶은 마음이죠. 문재인 정권처럼 해 가지고 이상하게 또 엉망인 세력에게 정권을 줘버리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정청래가 대표 되면 민주당이 좀 찢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요즘 주변에서 욕하는 사람이 유시민입니다. 지적이고 그랬는데, 별 거나 된 것처럼 말하고 말이야. 정청래와 유시민이 한 팀 같이 보이는 게 더 싫어.”
- 결선 투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봅니까.
“호남에서 김민석과 송영길이 나눠 먹기를 해버리면 정청래가 과반을 넘어버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합니다. 송영길이 지역구를 이 대통령에게 주고 희생을 해서 생각보다 많이 찍어주다 보니. 정청래가 50%를 못 넘으면 김민석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
「 두 후보 초접전 양상, 호남 결과가 승부의 분수령
"대통령이 실용주의 한다면 당 대표도 따라 줘야"
"송영길 꽤 찍었는데, 이러다 정청래 과반 넘기나"
"듣도 보도 못하던 세력의 '반명 몰이' 기분 나빠"
」
"정청래가 더 잘 받쳐줄 것"
이 대통령과 관계가 좋은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정 후보에 대한 지지 목소리도 강했다. 자신을 ‘진성 당원’이라고 밝힌 택시기사 양모(58)씨는 익명을 전제로 속내를 털어놨다. 답변하는 목소리의 톤은 높았고, 강조할 때는 울분을 토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 누가 될 것 같습니까.
“당연히 정청래죠. 말이 김민석이지, 제 주변은 다 정청래에요. 인기가 얼마나 좋은데요. 김민석? 아이고 그쪽 프레임이지. 정청래가 언제 ‘반명’을 했다고….”
-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 손발을 잘 맞출 거라는 이들이 많던데요.
“호남이라든지 진성 당원들은 당을 먼저 보지 대통령을 보는 게 아니에요. 대통령은 5년 갈 사람이지만, 당은 '백년 정당'이 돼야죠.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정통성은 뭘 말하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민주당에서 이 대통령을 배출했지, 당이 이재명 당인 건 아닙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지지하고 당연히 잘하고 있죠. 하지만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당은 당이라고요. 근데 왜 대통령이 당에 관여하려 하느냐는 게 엄청 커요. 차라리 대통령이 당에 간섭한다는 뉘앙스를 안 풍겼으면 김민석이 됐어요. 지금 광주에서도 역풍이 엄청 불잖아요. 나도 김민석 찍으려 했는데, 하는 것 보세요. 윤석열 하듯 당을 뽀개불고 있잖아요.”
- 친명 측이 당을 분열시킨다는 건가요?
“정청래가 무슨 분열주의야. 오히려 정청래가 이 대통령을 더 잘 받쳐줄 것이라고 진성 당원들은 판단하는 거예요. 김민석은 이 대통령이 무너지면 배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최근 최고위원 선거에서 정청래 팀이 다 올라갔잖아요. 그것만 봐도 느껴지지 않습니까? 중앙위원들은 정청래 팀을 거의 안 찍었을 겁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박찬대 후보의 경우 안 보셨나요. 그때도 정청래가 당원들의 힘 만으로 61% 정도로 됐잖아요. 정청래가 무조건 돼요.”
- 이 대통령과의 협조를 우려하던데요.
“민주당의 코어층은 노무현부터 이재명까지 줄기차게 그분들을 지지한 층이고, 전체 당원의 60%가 그런 당원이라고 봅니다. 당연히 친노에 친문에 친명이죠.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쪽 사람들이 와서 진성 당원들을 향해 ‘반명 몰이’를 해버리잖아요. 기분이 얼마나 나쁜지 알아요?”
- 유시민씨 발언에 동의할 것 같네요.
“코어층은 완전 동의하죠. 발언 취지도 조언이고요. 유시민이 이재명 정부 망하라고 말하겠습니까? 재건축을 하려면 코어 기둥을 바탕으로 한층씩 올라가는 게 바람직한데, 이 대통령 하는 것은 기둥을 무너뜨린다는 거죠. 이재명이 생각하는 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유시민이 말해주니 코어층이 반응하는 거죠.”
- 이 대통령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건 아니지 않나요.
“민주당 코어층은 완전히 '노사모'에요.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을 때만 민주당의 정통에 해당합니다. 이 대통령 하고 싶은 것 다 하되, 단 하나 검찰 개혁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필수 사항이에요. 이걸 건드리면 안 됩니다. 보완수사권 폐지만이라도 완벽히 하길 바랐는데, 계속 안 하려 하다 핵심 지지층이 밀어붙이니 못 이긴 거죠. 김민석이 대표 되면 다시 무너질 수 있다며 안 믿는 겁니다.”
- ‘뉴 이재명’은 외연 확장이라 반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뉴 이재명 세력은 이 대통령을 좋아할 뿐 민주당에는 투표를 안 해요.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로 올라갔을 때 민주당 지지율은 40%대에 그쳤는데, 뉴이재명 사람들이 당은 지지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 선호투표제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층이 2순위로 김민석 후보를 고르면 불리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이번에 더 뭉치는 거죠. 한 번에 끝낸다, 1차에 끝내자는 겁니다.”


김성탁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길음이 20억? 마래푸 세일가네”…하반기 뛸 한강벨트 20곳 | 중앙일보
- 163 옆에 지워진 ‘245’ 숫자…김포 투표수 허위입력 전말 | 중앙일보
- “방 있나요” MB 교회 찾아왔다…추리닝 여인 집 얻어준 사연 | 중앙일보
- 비키니 슬쩍 내리고 밀착…헌팅포차 된 한강수영장 ‘충격 현장’ | 중앙일보
- 전국 불타오를 때, 여긴 0.9도…에어컨 필요없는 한국 이색 피서지 | 중앙일보
- 엄마 성폭행한 “사람 좋은 장씨”…얼마 뒤 딸 배도 불러왔다 | 중앙일보
- ‘700억 건물주’ 서장훈 “세입자 먼저 내보낸 적 한 번도 없다” | 중앙일보
- 허지웅 “우리가 지지했던 인간들이 이 꼴 만들었다”…무슨 일 | 중앙일보
- “내 딸 건드렸지”…성폭행범 집으로 유인해 총격한 美 아버지 | 중앙일보
- “아침이 제일 위험해”…24시간 극한폭염 시대 뜻밖의 경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