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네티즌 투표에 1위 바뀌고, 조연이 주연상을? 논란의 청룡영화상

손예진, 현빈 (KBS2 청룡영화상 시상식 중계 화면 캡처)

국내 최고 권위를 자처해 온 청룡영화상이 제46회 시상식을 치른 직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자랑해 왔던 청룡영화상이 이번엔 화제성에 매몰돼 신뢰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투표가 운명을 가른 시상식
공짜도 아닌 '유료 인기투표'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네티즌 투표’다. 청룡영화상은 전문가 심사위원 8표에 네티즌 투표 결과 1표를 더해 총 9표 중 과반(5표 이상)을 얻은 후보를 수장자로 선정한다. 겉으로는 ‘전문성(심사위원)과 대중성(네티즌)을 조화롭게 반영한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네티즌 투표가 올해 주요 부문에서 결정적인 캐스팅보트가 됐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심사위원 심사표 (사진: 스포츠조선)

공개된 심사표에 따르면, 감독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신인남우상 등 네 개 부문에 심사위원 표가 4대 4로 갈린 상황에서 네티즌 1표가 승부를 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상의 경우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이 동률을 이룬 가운데 네티즌 표를 획득한 박찬욱 감독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남우주연상의 경우 <얼굴>의 박정민이 심사위원 1차 투표에서 <하얼빈>의 현빈에 4:2로 앞섰지만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진행된 2차 투표에서 심사위원 투표를 동률로 마감한 후 네티즌 표 1표를 현빈이 더해 최종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손예진의 여우주연상 수상의 경우도 1차에선 이혜영이 앞섰지만, 네티즌 표를 이미 얻은 손예진이 2차에서 4표, 3차에서 6표를 얻으며 수상하게 된 것이다.

청룡영화상 네티즌 투표를 독려하는 SNS 게시물 (사진: 셀럽챔프 SNS)

이밖에 여우조연상과 신인남우상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사실상 ‘유료 인기투표’ 성격을 띤 네티즌 1표가 방향키를 쥐고 수상자를 결정한 셈이다. 시상식 측은 투표 기간 동안 순위를 공개하며 유료로 진행되는 투표 참여를 독려했고, 이에 대해 일부 팬들은 “돈 내고 뽑는 인기상 아니냐”, “심사위원 8명은 들러리냐”라는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지현 (사진: 청룡영화상 홈페이지)

네티즌 투표 방식 자체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된다. 규정에 따르면 수상에는 과반(5표)이 필요하지만, 1차 투표에서 네티즌 1위 후보가 탈락하더라도 그 표는 사라지지 않고 ‘후순위 후보’에게 다시 적용된다.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네티즌 1위는 전여빈이었으나 1차에서 탈락했고, 이후 투표에서 3위였던 박지현에게 네티즌 표가 넘어가 최종 수상으로 이어졌다. 신인남우상에서도 네티즌 1위 박진영이 1차에서 떨어지자, 다음 투표에서 4위였던 안보현에게 네티즌 표가 적용돼 결국 수상자가 됐다.

안보현 (사진: 청룡영화상 홈페이지)

“투표 1위가 떨어져도 표는 살아남아 다른 후보를 살린다”는 이 독특한 구조와, 그 표가 ‘유료’라는 사실이 겹치며 전문성과 공정성을 앞세워온 시상식이 스스로를 ‘상업화된 인기투표’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연이 주연상을?"
손예진 여우주연상 수상에 쏟아진 물음표

손예진 (사진: 청룡영화상 홈페이지)

두 번째 논란의 중심에는 손예진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이성민) 등을 포함해 6관왕에 오르며 밤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손예진에게 안겨지는 순간, 온라인에서는 “그림은 예쁜데, 납득은 어렵다”는 반응이 폭발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 발표 장면 (KBS2 청룡영화상 시상식 중계 화면 캡처)

<어쩔수가없다>에서 손예진이 맡은 인물은 해고된 가장 만수(이병헌)의 아내 미리다. 가족 옆을 지키는 인물로 극의 정서에 기여하지만, 분량과 서사 중심성만 놓고 보면 ‘주연’이라기보다 ‘조연에 가까운 역할’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여우주연상 후보군에는 <파과>의 이혜영, <검은 수녀들>의 송혜교, <하이파이브>의 이재인과 <악마가 이사왔다>의 임윤아 등 작품을 원톱으로 이끈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고, 특히 이혜영의 수상 불발에 대한 아쉬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흥행성과 화제성 면에서 <어쩔수가없다>가 가장 앞선 작품인 건 사실이지만, “주연상이라면 적어도 작품의 중심축을 이끈 배우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에서 “손예진을 캐스팅한 뒤 역할 분량이 늘었다”고 밝힌 것과 별개로, 관객 체감상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조연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결과적으로 ‘스타 부부의 동반 주연상 수상’이라는 완벽한 조합을 위해 조연급 역할에까지 주연상을 안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가 됐다.

현빈이 박정민·이병헌을 제쳤다고?
"좋은 그림 위해 선택한 결과?"

현빈 (사진: 청룡영화상 홈페이지)

남우주연상 부문 역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 <얼굴>의 박정민, <좀비딸>의 조정석, <보통의 가족>의 설경구, 그리고 <하얼빈>의 현빈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영화계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이는 박정민과 이병헌이었다.

제작비 총 2억의 저예산으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얼굴>은 “올해 가장 강렬한 독립영화”라는 평을 들었지만, 결국 단 한 개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다. 박정민은 “남우주연상은 박정민일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질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네티즌 표가 현빈에게 향하면서 심사위원 4:4 동률 이후 고배를 마셨다.

남우주연상 수상자 발표 장면 (KBS2 청룡영화상 시상식 중계 화면 캡처)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작품 전반을 홀로 끌고 가며 “연기 차력쇼”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결과는 스타 부부의 동반 수상으로 귀결됐다. <하얼빈>은 하얼빈 의거를 정적이고 우아한 미장센으로 담아냈다는 호평과 함께 491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흥행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극의 감상주의적 전개와 호불호 강한 톤 때문에 올해 최고의 연기라 부르기엔 아쉽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반면 <좀비딸>은 올해 최고 흥행작임에도 관객상 하나를 받는 데 그쳤고, 촘촘한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파과> 역시 수상 소식을 듣지 못했다. 또한 <야당>의 강하늘은 시상식 자체에도 초대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결과적으로 <어쩔수가없다>와 <하얼빈>, 그리고 현빈·손예진 스타 부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반면, 저예산 영화와 장르 영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흥행작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온라인에서는 “얼마나 영화판이 어려우면, 화제성이라도 잡으려고 부부에게 줬을까”, “박정민을 제치고 현빈이라니, 좋은 그림을 위한 선택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네티즌 유료 투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구조와 맞물리며, “결국 시상식이 선택한 것은 화제성”이라는 냉소로 귀결되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가 된 시상식
청룡영화상이 안고 가야 할 숙제

손예진 (사진: 청룡영화상 홈페이지)

청룡영화상은 그동안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상’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왔다. 영화계 내부의 평가와 대중적 신뢰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위상이다. 그러나 올해 시상식은 유료 네티즌 투표에 과도하게 의존한 심사 구조, 조연급 역할의 여우주연상 수상, 스타 부부 동반 수상에 쏠린 화제성 등으로 인해 그 권위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빈, 손예진 (사진: 청룡영화상 홈페이지)

특히 한국영화 시장이 침체를 겪으며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이슈’에 목마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화제성을 위해 심사 기준을 스스로 희석한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객들은 “그들만의 잔치”로 느껴지는 시상식에 신뢰를 남겨두는 법이 없다.

어쩔수가없다
감독
출연
차승원,유연석,김해숙,윤가이,오달수,우정원,이석형,박찬욱,이경미,돈 맥켈러,이자혜,박찬욱,박찬욱,백지선,오현암,박찬욱,김우형,김민재,김상범,김호빈,조영욱,류성희,박재완,조상경,송종희,안복남,김석원,이승제
평점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