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미 헨드릭스 'Bold As Love', 부산 생각 나"…어떤 의미?
평범한 상식인의 일반적인 취미 또 드러내
과거 삼국지 게임, 침착맨 피규어 등도 주목
인위적 '추석밥상 민심', 기성 정치문법 거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 연휴 기간 중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음악방송'을 함께 했다. '추석밥상'을 운운하며 명절 때마다 정치 이슈를 쟁점화하려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상반된 자세로 여러 음악을 추천하며 귀경길 국민들과 함께 했는데, 한 대표의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한동훈 대표는 17일 저녁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일곱 곡을 귀경길에 오른 국민들께 추천하며 음악과 관련한 대담을 나눴다.
출연하게 된 계기에 관해 한 대표는 "(대담 프로그램의) PD께서 음악 얘기를 많이 해줘서 내가 설득됐다. '재밌겠다'라는 생각에서 승낙했다"라며 "그 이후에 여러 정치 상황이 많이 생겨서 '취소해야하나' 고민도 많이 했는데, 약속해놓고 취소하는 것은 이상한데다가 추석이니까 1시간은 (국민들께서 보시기에도) 괜찮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 대표는 방송 과정에서 △톰 웨이츠의 Way Down In The Hole △지미 헨드릭스의 Bold As Love △도어즈의 Summer's Almost Gone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프라노와 관현악을 위한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Im Abendrot △크라잉넛의 명동콜링 △그린 데이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비틀즈의 '애비 로드' 중 Come Together 등 일곱 곡을 추천했다.
또 '음방'을 진행하면서 90년대 홍대 클럽을 자주 찾아 밴드 공연을 즐겨 들었던 면모를 나타내기도 했다. 크라잉넛의 명동콜링을 추천하면서 한 대표는 "이 (크라잉넛) 밴드를 데뷔할 때부터 봤다. 90년대 '드럭'이라는 클럽이 홍대에 있었을 때, 크라잉넛이 드럭의 스타였다"고 회상했다.
다만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가 SNS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으면서는 "나도 한 번 (친구를) 신청해야 되겠다"면서도 "안 받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이라고 안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아울러 "음악에는 네편 내편 없으니까……"라며 "혹시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음악 얘기를 하다보면 마음이 열리고 그러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슬몃 내비쳤다.
모든 언동이 정치적 유불리에 맞춰 '설계'돼 있기 마련인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한동훈 대표가 음악감상 등 평범한 상식인의 일반적인 취미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한 대표는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같은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집무실에는 이날 음악을 추천한 지미 헨드릭스를 비롯해 일본 만화 '원피스'의 조로 피규어 뿐만 아니라 유튜버 '침착맨'(이말년 전 웹툰 작가)의 피규어를 소장하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과거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즐겨하면서 남만의 맹획을 선택해 플레이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을 때에는 '기성 정치문법'에 따른 우려와 비판이 봇물 터지듯 가해졌었다.
"승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가는 게 필요해 보이는데 (맹획) 이것은 메인 캐릭터도 아니다" "젊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게임 얘기한 것 같은데 요즘 20대 친구들은 삼국지 안한다. 소설도 안 읽는다" "정치인의 말에는 숨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더라" 등이 그러한 우려와 비판이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무슨 취미가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정'이라는 둥 '지역구민의 민원 해결'이라는 둥 말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정치문법으로 한동훈 대표의 언행을 해석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코에이 삼국지 건도 의도적으로 젊게 보이려고 그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실제로 본인이 코에이 삼국지를 즐겨했으니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이날 추천한 음악들도 본인이 실제로 감명 깊게 들은 음악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일반인들은 음악 이야기, 게임 이야기 등 상식적인 취미로 추석 명절 대화를 나누는 게 당연한데, 정치인들만 '추석밥상 민심'이라며 정치적 득실로 달이 뜨고 지는 게 오히려 황당한 일"이라며 "이제 정치지도자도 평범한 상식인들 중에서 나와야 할 때가 됐다고 보면, 한 대표의 '인간적인 면모'가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을 지점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음방'으로 대담을 나누다가 지미 헨드릭스의 Bold As Love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 중에 '부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 대표는 '조국 사태' 때 조국 현 조국혁신당 대표 일가 관련 사건을 수사하다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수사'와 무관한 보직인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던 적이 있다.
지미 헨드릭스의 Bold As Love를 추천하면서 한 대표는 "부산에 좌천돼 있을 때 'Bold As Love'를 주구장창 카피했다. 이 곡을 생각하면 부산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있는 실용음악 학원을 찾아가서 등록하고 그랬는데, 부산 서면에서 좀 젊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는데, 그분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늘 방송을 들으면서 기성 정치문법으로 '설계'가 됐음직한 멘트는 그 긴 방송 중에 이 대목 하나 뿐이었다. 곧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라면서도 "한 대표의 그간의 언동과 면모를 생각해보면, 이 멘트조차도 보궐선거를 생각해서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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