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죄, 진화론은 비과학" 주장에 '동의'한다는 국민의힘 의원
[곽우신 기자]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되지 못한 '진화론'을 맹신."
"세계인권선언 정신에서 한참 벗어나고 인류보편인권에서 변질된 인권을 강요하는 UN."
"이미 변질·타락했으며 편향되게 작동하는 인권."
"국제기준을 들먹이며 문화사대주의적인 시각."
"성경의 가르침은 동성애가 죄."
극우 개신교회 예배당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진 목소리였다. UN의 권고는 '변질된 인권을 강요'하는 것이며,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되지 못'했으니 창조론과 함께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반복한 것이다.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죄'로 규정하는 등의 혐오 발언도 반복됐다.
보수 기독교계 단체들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편향된 인식을 옹호하며, 이를 지적한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했고, 이들 단체의 기자회견에 배석하기까지 했다. 공당, 그것도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일부 기독교계의 혐오 발언 확성기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심지어 이같은 인식과 요구에 '동의한다'라고도 밝혔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과 역사관 논란 등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안 후보자 뒤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
ⓒ 유성호 |
세 의원 모두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안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질타한 이들이다. 또한 기독교계 신앙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주교 세례를 받은 신자이고,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신학교에서 목회학으로 석사 학위를 딴 전도사 출신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아버지가 목회자인 개신교 신자이다.
해당 단체들은 "인사청문회를 빌미로 기독교인의 신앙을 폄훼하고 조롱하듯 질문한 것은 한국교회를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라며, 김성회 의원의 질문은 "마치 예수님을 심문한 빌라도 총독처럼, 안창호 후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신앙을 사정 없이 매질한 것과 진배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위장한 기독교인으로 예수님을 은 30에 팔아넘긴 가롯 유다와 같은 자"라며 "과학적으로 제대로 입증되지 못한 '진화론'을 맹신하는 것을 넘어 '창조론'을 믿는 신앙인을 차별·배제하는 독선과 인권침해"라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 기독교 신앙을 가졌던 과학자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왜 '창조론'을 믿는다는 이유로 비과학적 사고의 소유자인 것처럼 폄훼한단 말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고 의원을 향해서는 "차별금지법을 옹호"했다며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처럼 매국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이라고도 표현했다.
"오늘날 UN이 말하는 인권이 세계인권선언 정신에서 벗어나고 인류보편인권에서 변질된 인권"이라며, UN의 권고를 따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짓밟는 UN의 간섭에 굴종하여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수가 역차별당하는 사이비인권이 난무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천 의원을 향해서는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받지 못한 진화론을 반대하고 창조론을 믿는 게 왜 위험하며 공직에 부적격 사유가 된다는 말인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반발했다. "사상·신앙을 검열하는 식의 인사청문회라면, 인사청문회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라고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천 의원이 "진화론만 일방 주입하는 학교에서 기독교의 핵심인 창조론을 가르치면 안 되는 게 비상식인 것처럼 발언한 잘못"이 있다고 비난했다.
▲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자료사진) |
ⓒ 연합뉴스 |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조 의원은 이날 마이크를 잡고 "지난번에 임명되신 우리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의 김성회 고민정, 개혁신당의 천하람 의원이 질의를 하면서 그 내용이 기독교를 능멸하고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그리고 또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 그다음에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 인천시기독교총연합회 등 전부 한 1200개의 시민단체가 여기에 대해서 같이 뜻을 같이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후 기자회견 현장에도 함께했다.
통상적으로 외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의원실에서 예약할 때, 해당 단체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의원의 입장과 같은 것은 아니다. 진화론 부정이나 동료 의원의 의원직 사퇴 요구를 포함한 이들의 성명 내용에 동의하는지 의원실에 묻자, "그렇다"라며 "(성명에) 동의하니까 (기자회견장을) 쓰신 것 아니겠느냐?"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앞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없다" "교육과정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면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여러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등의 문제적 발언들을 쏟아낸 바 있다(관련 기사: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인가 목사인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 문재인 "한반도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남북 대화 나서야"
-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 고교 무상교육 예산 99% 삭감, 왜? 특례 일몰 앞두고 '발등에 불'
-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 "이걸로 닦아!"...걸레통과 엄마
- '이재명 저격' 오세훈 "돈 주며 청년 환심 사는 건 누구나 해"
- 부산서 '정권 퇴진' 대규모 시국대회 열린다
- 올해에만 3000마리 발견된 붉은불개미, 75% 유입경로 '미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