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 맞선 히어로의 귀환, 다른 마블 드라마와의 차별점

김상화 2026. 3. 26. 1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디즈니+ 신작 시리즈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김상화 칼럼니스트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 본 어게인' 시즌2 포스터
ⓒ 디즈니플러스
지난 25일 첫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최신작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이하 '데어데블 : 본 어게인 2')는 여러 측면에서 '두 번째 출발'에 가깝다. 2025년 공개된 시즌1이 제작 과정의 혼란과 방향성 문제로 끊임없는 논란을 낳았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비교적 안정적인 틀을 갖춘 채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시즌1은 '이어가기'와 '리셋'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던 작품이었다. 10여 년 전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된 <데어데블> 시리즈를 계승하려는 시도와 동시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맞물린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제작진과 일부 출연진 중도 교체, 재촬영 등 여러 혼선 속에서 최종 완성된 시즌1은 일정 부분 산만한 구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더욱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은 악의 세력과 이를 막아내려는 정의로운 시민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다시 시작된다.

킹핀의 무자비한 철권 통치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 본 어게인' 시즌2
ⓒ 디즈니플러스
지난 시즌 말미, 뉴욕 시장 윌슨 피스크/킹핀(빈센트 도노프리오)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자경단 활동을 전면 불법화하는 등 뉴욕 전체를 철권으로 틀어쥐었다.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자비한 숙청으로 제거했으며, 시즌 2의 첫 회는 바로 그 여파 속에서 출발한다.

시각장애인 변호사이자 히어로 맷 머독/데어데블(찰리 콕스)은 다시 한번 마스크와 슈트를 착용하고 피스크와의 전면전에 돌입한다. 다시 돌아온 동료 카렌 페이지(데보라 앤 월)와 함께 그는 피스크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저항 세력을 구축하며 뉴욕시 곳곳에서 독재 권력의 균열을 만들고자 한다.

피스크 시장의 불법 무기를 밀수하던 화물선에 머독이 잠입하자 아예 선박을 침몰시키며 동시에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등, 1회 도입부는 예측 불허 사건의 연속으로 채워진다. 예상대로 피스크는 이에 아랑곳 없이 반자경단 특별수사대(Anti-Vigilante Task Force, AVTF)를 앞세우고 영장 없는 수사와 체포, 고문 등을 일삼는다.

AVTF 요원들에게 마스크가 벗겨져 신분이 탄로나는 순간, 누군가가 던진 수많은 단검 세례에 요원들이 제거되면서 머독은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바로 시즌 1의 핵심 빌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조력자로 변신한 벤자민 포인덱스터/불스아이(윌슨 베델)가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절제된 서사와 현실 정치의 반영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 본 어게인' 시즌2
ⓒ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는 다른 마블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절제된 톤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개된 마블 작품들이 복잡한 크로스오버와 거대한 사건을 앞세우며 이야기의 중심을 흐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데어데블 vs 킹핀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갈등 구조에 집중한다.

이러한 접근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다소 느슨해진 MCU와의 연결 고리를 통해 시청자가 드라마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덕분에 시즌1은 디즈니플러스 특유의 최근 흐름보다는 오히려 초기 넷플릭스 시절의 <데어데블>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고, 많은 마블 팬들로부터 안정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번 시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요소는 시즌1 후반부에 등장했던 반자경단 특별수사대(AVTF)다. 통제력을 잃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은 최근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민세관집행국(ICE)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표적으로 삼는 이들의 행위에 일부 시민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2026년 미국의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처럼 우연처럼 보이지만 설득력 있게 구축된 설정은 미국 현실 정치와의 유사성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동시에 원작인 마블 코믹스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현실 반영'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다. 이 점은 한동안 MCU에 실망했던 팬들에게 <데어데블 : 본 어게인 2>를 다시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압도적 캐릭터가 만드는 긴장감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 : 본 어게인' 시즌2
ⓒ 디즈니플러스
물론 드라마의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마블 시리즈물 답게 등장 인물의 수가 여전히 많다보니 이야기 전개가 다소 산만해질 여지도 있다. 시즌1 중후반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부 드러났고 시즌2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19금' 등급을 달고 등장한 액션 역시 넷플릭스 시절 <데어데블>이 보여주었던 거칠고 육중한 스타일과 비교하면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즌 2는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시즌 1 초반처럼 긴 빌드업 없이, 시작과 동시에 머독이 데어데블로 등장해 곧바로 싸움에 나선다.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하는 피스크/킹핀 역시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두 캐릭터의 확실한 존재감 덕분에 〈데어데블: 본 어게인 2〉는 영웅과 악당의 대결이라는 친숙한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높여 놓았다. 곧 등장할 넷플릭스 시절의 동료 제시카 존스(크리스틴 리터 분)의 귀환 또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총 8회 분량 중 아직 1회만 공개된 상황이라 두 인물의 전면전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변호사 머독이 다시 슈트를 입고 데어데블로서 악당들과 목숨을 건 전투에 나서는 순간, <데어데블: 본 어게인 2>는 이미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