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막론하고 국가 구한 건 ‘국민’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하지만 금 모으기 운동이 한국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1871년 프랑스 국민이 그 시초입니다. 프랑스가 금 모으기 운동을 했다고 하면 의아할 수 있는데요. 1870~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보불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물게 된 배상금을 갚고자 전국적인 보상운동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독일 민족의 중흥을 꿈꾸던 프로이센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프랑스를 최우선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고 결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영국과 러시아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치밀한 외교전을 구사했죠. 참모 체계 도입, 철도 보급망 구축 등 군사력 보강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이후 전개된 전쟁은 유럽 최강이라고 평가받던 육군을 믿고 안일하게 대응한 프랑스가 프로이센군의 거센 공격에 연전연패합니다. 급기야 나폴레옹 3세가 포로가 되고 파리가 4개월간 포위당하자 결국 50억프랑 배상금을 지불하고 알자스-로렌 지역을 할양한다는 굴욕적인 항복 조건에 서명하면서 전쟁이 끝납니다.
이에 프로이센군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제국 수립을 선포하고 당당히 파리 시내에서 개선 행진을 한 뒤 배상금을 다 갚을 때까지 파리와 프랑스 북동부를 점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초 비스마르크는 프랑스가 배상금을 갚지 못해 합법적으로 파리를 영구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고, 프랑스 정부는 보르도로 천도할 준비를 하는 지경에 내몰립니다.
이때 분개한 프랑스인들이 일어납니다. 도심의 부자부터 시골 노인까지 기꺼이 끼고 있던 반지 하나까지 모두 국가에 보냅니다. 그렇게 금과 은, 보석은 물론 구리까지 모으는 보상운동을 전개해 1년 8개월여 만에 50억프랑을 모아 파리를 해방시킵니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배상금을 2~3배 더 요구할 걸 잘못 판단했다”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영토를 잃고 가혹한 배상금을 갚다 보니 불황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공화국으로 완전히 자리 잡고 국민들이 똘똘 뭉쳐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돼 그날의 굴욕을 고스란히 독일에 되갚아줍니다. 또 쿠베르탱 남작은 건강한 신체가 국력의 바탕이라는 생각하에 올림픽 부활도 추진합니다.
‘프랑스인’ 저력에 투자해 이익 본 JP모건
그런데 말입니다. 전쟁 당사자인 이 두 나라보다 더 큰 이익을 본 곳이 있으니 바로 미국 금융사 JP모건이었다고 합니다. 헐값으로 나온 프랑스 국채를 죄다 사들였다 대박이 난 것입니다. 당시 세계 금융 중심이던 영국 금융계는 혹독한 배상금으로 인해 프랑스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리라 예측했지만 JP모건은 프랑스 국민들의 자존심상 극복할 것이라 믿은 게 적중한 것이죠.
마치 최근 한국 상황과 비슷한 듯합니다. 정세가 어지럽자 초기에는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선 것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속전속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풀어내는 한국인의 힘을 믿은 것이겠지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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