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공소취소 국민 아무도 모른다”는 민주당의 내심

“‘시민들한테 공소취소가 뭐예요?’라고 한번 물어보세요. 10명 중 8~9명은 잘 몰라요.”
귀가 의심스러웠다. 그것도 국회 ‘조작 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성준 의원이 6일 CBS 라디오에서 한 공개발언이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검찰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며 특위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이른바 ‘공소취소 특검법안’까지 발의했다. 법안엔 특검이 재판 중인 이 대통령 관련 사건과 공소유지 권한을 넘겨 받는 내용이 담겨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본인 사건에 대한 특검을 임명할 수도 있어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위헌·위법적 논란이 제기된 중대 현안에 관해 여당 의원, 그것도 특위 간사를 맡은 의원이 ‘어차피 국민은 잘 모른다’는 식의 발언을 한 건 민주당이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우려를 자아낸다. 국민이 잘 모르는 법안을 속전속결, 깜깜이 방식으로 강행 처리하려 한다는 의구심만 남는다.

그랬던 민주당이 지방선거 위기론이 쏟아지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6일 새로 선출된 한병도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국민과 당원 의견을 수렴해 숙의 절차를 충분히 거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실 있는 숙의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미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특검법안의 방향성에 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 후에도 오락가락했다. 법안 공개 당일 “법안 내용은 공소취소 취지가 아니다”고 했다가 “공소취소는 특검 몫”이라고 뒤집었다. 민주당도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운 이 법안을 국민이 이해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사실 우리 국민은 국회의원으로부터 종종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곤 했다. 지난 총선을 앞둔 2023년 11월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논의하던 허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은 그걸(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 알 필요 없다”고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많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당연한 원칙이 있는데도 ‘10명 중 8~9명은 잘 모르는’ 공소취소가 포함된 특검법안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통과시키려 했다는 건 무슨 뜻일까. 혹시나 ‘국민이 이해 못하는 틈을 타서 법안을 처리하려 했다’는 양심 고백은 아닐까.
이찬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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