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봤다, 전주환 범행 25분전…검찰 "심신미약 아냐"

'신당역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이 지난 9월서울 중구 남대문경철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평소 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31)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그는 재판부 앞에서 “정말 잘못했음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서 후회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속죄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박정길 박정제 박사랑)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의 첫 공판을 열었다. 전씨 측은 공소 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범행 이전에 피해자의 주소를 4번 찾아가 주거침입으로 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동기로 찾아간 것이 아니라, 선고를 앞둔 사건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찾아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사건 관계자 진술 조서 등 각종 증거의 요지를 설명했다.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비명 등을 들은 시민 서너명이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용변 칸을 발로 차자 전주환의 범행 장면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씨는 문을 닫아 잠근 채 범행을 지속했다. 목격자들이 밖에서 계속해서 문을 차서 연 다음 전주환을 제압한 뒤에야 범행은 끝났다.

폐쇄회로(CC)TV에는 전씨가 범행 당일 기둥에 숨어 피해자를 지켜보며 범행을 준비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찍혔다. 범행을 저지르기 25분 전에는 피해자가 다른 직원과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자 뒤를 밟았다가 다시 몸을 숨기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가 피해자와 일부러 마주치기보다 계속해서 피해자의 뒤를 따라가려는 점을 강조했다. 범행 시점에 전씨가 피해자에게 합의 등 대화를 시도하는 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씨가 일단 합의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거짓이라는 취지다.

▶동선을 감추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 조작 프로그램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범행 당일에 일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한 점 ▶흔적을 감추기 위해 헤어 캡과 장갑을 준비한 점 ▶인상착의를 바꿀 수 있도록 양면 점퍼를 착용한 점 ▶범행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일부러 초기화한 점 등도 재확인됐다.

검찰은 전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전씨는 정신과 진료 내용 등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통합심리분석 결과 ‘계획적인 범행을 실행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판단된다’는 전문가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보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심리 상태와 범행의 동기, 재범 가능성 등을 깊이 있게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심리분석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을 요청했다. 또 검찰 신청에 따라 피해자의 아버지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다음 기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CCTV 영상 파일과 각종 진술서 등 증거가 방청객들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법정 모니터를 끄거나 돌려놓았다. 이는 검찰과 피해자 측이 2차 피해를 우려하며 재판 비공개 신청을 했던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