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킬러’ 日총선 등판… ‘밀월’ 자민당과 정면대결
도쿄 24구서 ‘아베파’ 하기우다 고이치와 맞대결
통일교·비자금 등 약점… 이미 불안한 하기우다
일본에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해온 인물이 총선에서 도쿄 내 핵심 선거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거구는 통일교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자민당 의원의 지역구다.
현지 매체 일간겐다이는 입헌민주당 아리타 요시후(72) 전 참의원이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도쿄 24구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고 22일 보도했다. 주기상 다음 중의원 선거는 내년 10월이지만 일본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면 그 전에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다.
24구는 거의 전역이 도쿄 서부 하치오지시에 해당하는 선거구다. 하치오지는 도쿄 중심부인 23구에서 40㎞ 정도 떨어진 곳으로 도쿄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대도시다. 일종의 베드타운인 이곳 인구는 57만명 정도다.
일간겐다이는 24구가 통일교와 가까운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을 지낸 6선 하기우다 고이치(61) 중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리타 전 의원이 이 지역에 출마하면 통일교 문제를 중심으로 하기우치 의원과 정면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이후 자민당에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다.
그는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뒤 2012년 당선될 때까지 매달 한두 번씩 하치오지에 있는 통일교 시설 내 강당에서 신자 수십명을 모아 연설했다고 교단 관계자가 2022년 8월 17일 발매된 주간신초(週刊新潮)에 밝힌 바 있다. 하기우다 의원은 통일교 설립자 문선명 한학자 부부를 ‘진정한 부모님’이라고 부르며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완수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기우다 의원은 2013년 참의원 선거 직전 자민당 본부 내 총재 응접실에서 당시 아베 총리가 일본 통일교단 회장 등과 만나 선거 협력을 요청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하기우다를 겨냥하는 아리타 전 의원은 언론인 시절 통일교를 비롯해 사이비 종교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한 인물이다. 통일교와 일본 정치인들 간 유착 관계를 비판해온 그는 아베 피살 후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일간겐다이는 아리타 전 의원의 24구 출마 가능성을 두고 “통일교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하기우다의 입장이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통일교 킬러’와의 직접 대결이 이뤄지면 불편한 진실을 덮어두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기우다 의원의 약점은 통일교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일간겐다이는 지적했다. 그는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아베파 간부 중 한 명이다. 자신도 2728만엔(약 2억5356만원)의 비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기우다 의원은 이미 조바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도쿄도지사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하치오지시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그가 지원한 시의원이 무소속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대패했다. 이 결과에 하기우다 의원은 크게 당황했다고 지역 관계자는 일간겐다이에 말했다.
그는 “(하기우다 의원이) 최근엔 지역 축제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뿐만 아니라 친분이 있는 스낵바(소규모 술집)나 라멘 가게를 찾아다니며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있다”며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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