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울고웃던 코스피·원화, 이젠 따로 논다

박유미 2026. 1. 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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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 4624.7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론 사상 처음 4600선을 넘어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47포인트(0.84%) 오른 4624.7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새해 첫 개장 이후 7거래일째 최고치 기록을 ‘새로고침’하고 있다. 장중 한때 4652.54까지 올라 지난 8일 세운 장중 최고가(4622.32)도 넘어섰다.

미국 증시에서 시작된 훈풍이 온기로 번졌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은 0.48%, S&P500은 0.65% 상승 마감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의 파장이 크지 않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관련 판결이 지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

반면에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470선을 터치하며 8영업일 연속 약세(환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통화가치 하락과 주가 급등이 함께 나타나는 건 이례적이다. 통상 국내 증시가 활황일 때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원화도 강세를 나타낸다. 반대로 원화값이 내려가는(환율은 상승) 상황에선 외국인 투자가 위축된다. 보유한 원화자산 가치가 달러 기준으로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런 디커플링(비동조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국내 증시 활황에도 미국 투자를 이어가는 ‘서학개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원저(低)는 코스피의 상승세와는 무관하게, 원-달러 시장에서의 수급 변화가 이유라는 의미다.

원화값은 8일 연속 약세
현재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수혜를 보는 대형 수출 기업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을 비롯해 조선·방산업종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로 과거보다는 환율 변수에 둔감해졌다지만, 원저는 원화로 환산한 영업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준다. 특히 현재의 상승장은 환율 리스크보다 기업의 성장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실적 장세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이 팔아도 국내 기관과 개인이 실적 우량주를 적극적으로 받아내며 지수 하단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증시보다는 한·미 금리 차와 연관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통적으로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금리를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유럽·일본 등에선 자국 통화를 팔고 미국 국채를 사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해당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와 다른 ‘뉴노멀’이 나타나고 있는 것엔 입을 모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반도체에 대한 기대심리가 관성처럼 작동하면서 코스피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 가계의 자발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미국 주식을 사고 있고, 원화 가치와 주가 간 디커플링이 뚜렷해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선 종목별로는 지정학적 불안과 업종 호재가 더해진 조선·방산·기계·원전주 등으로 상승세가 확산했다. 건설(8.5%), 금속(3.4%), 기계·장비(3.3%), 운송·창고(3.1%)가 오름세였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가 원전 기업들과 대규모 발전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면서 현대건설(20.18%), 두산에너빌리티(4.63%) 등 원전 테마주가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14% 하락한 13만8800원이었다.

증권사 “솔직히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 등 증시 주변 자금도 늘면서 투자 심리는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지난 9일 102조원을 돌파했고, ‘빚투’가 포함된 신용거래융자 규모(9일 기준 28조3497억원)도 사상 최대 기록을 고쳐쓰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 증가는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숨가쁜 상승세와 반도체로의 과도한 쏠림을 둘러싼 불안감도 크다. 12일 한 증권사 임원은 연일 고점을 찍는 코스피 불장에 “결과에 이유를 끼워맞추는 기분”이라며 “솔직히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단기적으로는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며 “너무 많이 오른 반도체·자동차에서는 지난주 후반부터 외국인 매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단기 등락을 거치며 다른 종목으로 매수세가 옮겨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 기업이 실제 올해 전망을 어떻게 제시할지 어닝 시즌(실적 발표)이 첫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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