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돈키호테 같다"…시민 영웅에서 범죄자로 기행 속출[트럼프 또 암살 모면]

정혜정, 조수진 2024. 9. 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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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살해하려다 체포된 용의자가 미국인 백인 남성으로 밝혀진 가운데 기행과 미담이 혼재된 그의 좌충우돌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미국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를 체포했다. 1966년생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라우스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였으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온적인 정책에 실망해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 거주지가 하와이로 확인된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했으며, 2018년 하와이에서 '캠프 박스 호놀룰루'라는 이름의 소형 주택 건설 회사를 시작한 것으로 링크드인에 게재되어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하와이 지역의 한 광고지는 그가 노숙인을 위해 건물을 기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심한 불만을 노출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우크라이나 국경에 가서 죽을 용의가 있다"고 적을만큼 우크라이나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서방의 미진한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등에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의 약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58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 로이터=연합뉴스


또 젊은 시절 강간범으로부터 피해 여성을 구한 영웅담으로 지역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으며, 과거 총기 소지 등 범죄 혐의로 8번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2년에 대량살상 무기 소지 혐의로 두 차례 기소 당한 이력이 있는데, 그 중 한 번은 도로에서 단속 중이던 교통경찰과 세 시간 가량 총격 대치전을 벌이다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 지역 신문에 따르면 그해 12월 라우스는 도로에서 단속 중이던 교통경찰이 자신의 차를 멈춰세우자 기관총을 겨누며 도주해 인근의 한 빌딩에 들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했다. 약 3시간의 대치 끝에 경찰은 그를 무사히 체포했다고 밝혔으며 그는 은폐 총기 소지 및 무면허 운전,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그보다 10여년 전인 1991년 당시 25살이었던 라우스는 같은 지역 신문에 강간 용의자로부터 여성을 구출하는 것을 도운 '시민 영웅'으로 소개된 사실이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기행에 가까운 라우스의 여러 행적에 WP는 그가 "돈키호테식(quixotic·공상가적인) 과거를 지녔다"고 짚었다.

또 라우스가 과거 우크라이나에서도 갖은 기행으로 외국인 의용병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의용병 부대인 '우크라이나 국토방위 국제군단'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라우스가 당시 부대원들 사이에서 자신이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신병 수백명을 모집해오겠다"는 거짓 약속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며 그가 "쓰레기(shit)와 허풍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라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외국인 자원병 부대인 국토방위 국제군단을 창설하자 여기에 합류하고자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라우스가 당시 군단의 모병 활동에 관여하려고 했지만 사실 "방해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라우스가 "여러 차례 군단 관계자들에게 불려 나가 헛소리를 멈추라는 주의를 들었지만 이것은 그를 멈추지 못했다"면서 "그는 대부분 꽤 기이했다. 나는 멀리서도 그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토방위 국제군단 측도 이날 성명을 내고 라우스는 "절대 어떤 역량으로도 (우리 조직에) 참여했거나 관련 혹은 연결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라우스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골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으며, 라우스는 도주해 경찰과 추격전 끝에 인근 마틴 카운티의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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