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의 중심 ‘영양 집중 치료’, “환자 진정 위하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돼야”

이슬비 기자 2024. 10. 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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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코로나19 중증 환자 중 '이 지원'을 받은 환자는 받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40% 낮았다. 루게릭병 환자는 '이 지원'만 받아도 예후가 좋아진다. 바로 '영양 집중 치료(NST)'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을 다루는 걸 '필수 의료'라고 본다면, NST는 그 중심에 있다.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40%가 수술 등으로 영양불량을 겪는데, 적절한 영양 처방과 관리를 하면 면역기능이 보전돼 상처가 빨리 치유되고, 대사적 합병증이 최소화돼 입원 일수가 줄어든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다만, 수술 등처럼 효과가 바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NST의 중요도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당연해서 오히려 잊혀진 필수 의료인 것.

서울대병원 NST팀 문진수 팀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필수 의료의 질과 성과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중의 하나가 병원 내 영양 지원 활동이다"며 "많은 논의 가운데 병원 영양지원팀 활동에 관한 관심과 지원에 대한 논의는 결여돼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NST팀과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가 지난 12일 '제22회 서울대병원-KSPEN NST WORKSHOP'을 개최해, 가치보다 덜 인정받는 NST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내용을 짚어본다.

◇의사·간호사·약사·영양사 모여 최적의 영양 치료 제공
NST는 입으로 영양소를 직접 섭취하는 게 불가능한 환자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치료법으로, 크게 경장 영양과 정맥 영양 두 가지로 나뉜다. 경장 영양은 튜브로 위장관에 경장영양액을 넣어 환자가 직접 소화하도록 하는 방법이고, 정맥 영양은 정맥으로 영양 수액을 넣는 방법이다. NST는 미국에서 먼저 1970년대에 활동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NST 인증 평가제를 시행했다. 영양치료에 관한 소정의 연수를 수료한 전문의, 간호사, 약사, 임상영양사가 팀을 이뤄, 진행한다.

영양 불량이 문제니, 영양소를 충분하게만 주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네 영역의 전문가가 팀까지 이뤄서, 치료를 진행하는 걸까? 생각보다 영양집중 치료는 간단하지 않다. 첫 번째 세션에서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의학과 이지연 교수는 "입원한 지 초반인 1~2일에는 신진대사가 불안정하고, 근육 분해로 체내에서 영양소가 생성돼 외부에서 많은 영양소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정화를 찾아가면서 점차 근육 합성을 고려하며 각 환자 상태에 맞게 제공하는 영양 성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일반인 권장섭취량의 70% 이하로 시작하도록 하고 있다. 의정부을지병원 중환자의학과 선현우 교수는 "초반부터 열량을 많이 공급했을 때 오히려 중환자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게 여러 연구로 증명됐다"며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7일까지 열량을 적게 제공했을 때 예후가 더 좋았다"고 했다. 물론 너무 적게 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질환마다 제공해야 하는 열량도 다르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는 "3도 화상 환자는 과다 대사한 상태가 계속 증가해 오히려 열량을 많이 제공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특히 탄수화물 양을 높여야 제공하는 단백질도 근육 합성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중환자는 입원 후 24~48시간 이내에, NST에 들어가야 예후가 좋아진다고 알려졌다.

◇치료 계획 짜도 도루묵… 낮은 수가, 현실화 필요
NST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의료기관 평가 인증 항목으로 포함됐고 2014년 8월부터 '집중 영양치료료'가 수가화됐다. 다만 안타깝게도 NST팀은 “정책이 견고하지 못하고 수가가 낮은 탓에 오히려 활동이 불편해졌다”고 밝혔다. 수가가 생기자 의료기관에서는 실적을 바라게 됐는데, 수가를 받으려면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영양치료에 관한 소정의 연수를 수료한 전문의, 간호사, 약사, 임상영양사가 각 1인 이상 포함돼, 4인 이상의 NST팀을 구성해야 한다. 이 중 한 명 이상은 집중 영양치료 업무만 전담해야 한다. 영양 치료는 빠르게 시작해야 하므로, 영양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NST팀은 없는 시간을 쪼개, 각 직종에서 환자 상태를 보고 의견을 나눠 최적의 영양치료법을 계획한다. 아산병원 간호부 송정미 간호사는 워크숍 발표를 통해 한 환자당 평균 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처방되지 않으면 수가는 받을 수 없다. 송정미 간호사는 "충분한 영양소를 스스로 먹기 힘든 환자라도 몇 번 음식을 경구로 먹을 수 있거나 그 사이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는 등 영양 치료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수가를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이슬비 기자
게다가 집중 영양치료료 산정은 한 환자당 주 1회로, 팀당 하루에 30인 이내로 제한된다. 송정미 간호사는 "영양치료는 1회 협진을 하고 마치는 게 아니라 환자 호전 추이를 보고 전해질 불균형, 간수치 상승 등으로 2~3일 이내에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주 1회만 수가 산정을 할 수 있어, 재의뢰는 수가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3일에 한 번 수가를 책정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희의료원 영양과 이인석 임상영양사는 "휴일이 많은 날에는 다음날 합쳐서 진행해 30건이 넘어가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하루 30건 제한 제약으로 수가를 신청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지원되는 수가는 환자 1명당 상급종합병원 4만 3000원, 종합병원급 3만 2000원 수준이다. NST팀 내에서는 활동에 투여되는 인력, 시간, 노력을 감안하면 현재 수가의 네 배는 돼야 한다고 봤다.

◇중증 환자 치료 근간인데, 병원 나서면 받기 어려워
영양치료는 중환자라면 병원을 나선 이후 일상에서도 지속돼야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외래나 가정에서 영양치료를 제공하기엔 제약이 있는 실정이다. 송정미 간호사는 "간혹 퇴원한 환자가 영양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안 좋아져 다시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땐 처음부터 다시 영양치료를 시작해야 하므로, 환자 측면을 고려했을 때 가정까지도 영양치료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가정에서 진행되는 영양치료인 가정 정맥 영양(HPN)은 유럽, 미국 등에선 이미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 발전이 더디다. 지금까지는 의료기관의 가정간호와 중증 소아 재택의료 시범 사업으로 HPN을 제공하고 있다. 가정 간호 재택의료팀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완전비경구영양(TPN) 제제를 전달하고 교육하고 필요한 의료 장비 등을 연결·해제한다. 다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이 제한돼 있고, 인력에 제한이 있어 환자의 TPN 연결과 해제를 모두 재택 의료팀이 하기는 어려운데 보호자가 대신하는 건 의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또 HPN에 필요한 의료 장비나 소모품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홀로 부담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동국대 약대 권경희 교수가 각 나라의 HPN 정책을 분석해 발표했다. 미국은 HPN을 처방하는 곳과 제제를 조제해 제공하는 곳이 나뉘어져 있었다. 병원이 아닌 약국에서 TPN을 따로 조제해 배달했다. 영국은 건강 보험 범위가 매우 폭넓다는 게 특징이었다. 정부에서 대부분을 보장했다. 또 홈케어 회사가 HPN에 필요한 대부분 서비스를 제공했고, 약국뿐 아니라 라이센스를 취득한 의약품 제조업자도 TPN 제제를 조제할 수 있다. 프랑스는 의료기관 조제실에서만 TPN이 조제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주도 특화된 의료기관에서 HPN 치료를 담당하도록 했다. 2014년부터 관련 장비와 서비스에 보험을 적용했다. 독일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HPN 관련 처방이 가능하고, 의약품제조업자도 TPN 제제를 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판매와 배달은 라이센스를 취득한 약국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했다. 권경희 교수는 "외국 사례를 우리나라에 도입한다면 제한적으로 영국, 프랑스 모델을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며 "전국에 있는 정부 보장 센터를 통해 안전하게 TPN 제제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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