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회 꿈꾼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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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이 말씀은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울 때 즐겨 인용된다.
구교형 목사가 쓴 <목사님의 택배일기> 를 읽으면서 이 구절이 내내 떠올랐다. 목사님의>
<목사님의 택배일기> 는 구교형 목사가 <오마이뉴스> 에 연재한 기사를 묶어 낸 책이다. 오마이뉴스> 목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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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석 기자]
▲ 구교형 목사 <목사님의 택배일기> |
ⓒ 도서출판 산지니 |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이 말씀은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울 때 즐겨 인용된다. 구교형 목사가 쓴 <목사님의 택배일기>를 읽으면서 이 구절이 내내 떠올랐다.
<목사님의 택배일기>는 구교형 목사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기사를 묶어 낸 책이다. 모니터 화면으로 읽으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는데, 종이책으로 다시 읽으니 살가운 온기마저 느껴졌다.
처음 구교형 목사의 택배 이야기를 읽으며 적잖이 놀랐다. 내가 아는 구 목사는 작은 체구였고 그래서 택배 일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다. 나는 그를 2015년 무렵 알게 됐다. 당시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의 성 추문으로 한창 세상이 떠들썩했다.
전 목사가 속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는 처벌에 미온적이었다. 가해자 전병욱은 사과는커녕 버티기로 일관했고, 이에 나와 삼일교회 동료 교인들과 활동가들은 전 목사 면직 운동을 펼쳤다. 당시 구 목사는 예장합동의 목회자이자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으로 면직 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 생각만 하면 늘 감사한 마음이다.
자신이 속한 교단을 향해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목회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구 목사는 거리낌이 없었다. 현재 구 목사는 예장합동의 여성 목사 임명 운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런 그가 택배 일을 시작했다니 한편으론 놀랐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을 해칠까 염려했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택배 일을 하는 데 키가 작아 좋을 때가 있다. 특히 좁은 골목, 오래된 주택가가 많은 구로동, 가리봉동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낮은 대문, 좁은 계단과 높은 난간을 올라 배송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물건을 양 겨드랑이 사이나 가슴 가득 움켜쥐고 오르내린다. 나도 이렇게 겨우겨우 오르내리는데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기사들은 어떻게 다닐까 생각하며 혼자 뿌듯해한다. 무게중심이 낮아 흔들림이 크지 않고, 좁은 곳을 지날 때도 무난한 나는 주택가 택배에 최적화된 몸이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즐기곤 한다." - 본문 84쪽
'막장 현실'에 다가가서 참여하라
요즘 개신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다. '목사'에 대한 인식도 예전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졌다. 한편으로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세습·횡령·성 추문 등등 교회는 온갖 부조리의 진원지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신교는 동성애 혐오와 극우 이념 선동에 말 그대로 '올인'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교회가 타락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품는다. 목사들이 그저 종교적 권위를 앞세워 신도 위에 군림하면서, 더 나아가 '종교적 거룩'의 울타리에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분리되면서 타락의 구렁텅이로 빠진 건 아닐까?
이 같은 의문은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신으로 변해갔다. 저자의 말이다.
"사실 나를 포함한 종교인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그럴듯한 명분과 가치로 가득 차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사회에서 배척당하는지 진심으로 잘 모른다. 그럴 때 더럽고, 치사해도 돈 몇 푼 때문에 꾹 참고 돌아서는 막장 현실을 경험해 보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했을지 모를 자신도 한 번 더 돌아보게 될지 모른다." - 본문 228~229쪽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모든 목사들 더러 강단에서 내려와 생업 전선으로 달려가라는 주문은 아니니까. 다만 노동을 천시하지 말고,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막장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을 삶을 최소한 이해하려는 시도라도 해달라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도 목수였고 처음 인용한 요한복음 말씀대로 '다른 사람의 노동의 결과에 참여하라'고 하시지 않으셨던가? 구 목사는 택배 노동자로 노동에 참여했다. 적어도 난 그렇게 해석한다.
또 하나, 개신교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돈을 쌓아두면서 교회를 대물림하는 목사는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오히려 교회가 주는 사례비로는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목회자들이 대부분이다. 역설적인 건, 이렇게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목회자들이 대형 교회를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기고 '큰 목회'를 궁극의 목표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제 관점을 바꿨으면 좋겠다. '종교 자영업자' 수준이면서 대형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택배든 아니면 다른 일거리를 찾아 좀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 주기를, 그래서 그들과 함께 일하고 땀 흘리며 먹고 마셨으면 한다.
아마 그렇게 하면 예수께서도 함께 하실 것이다. 예수께선 노동에 참여하는 분이셨으니 말이다.
"3대 직업병이 있는 것 같다. 입만 열면 국민을 말하나 국민에게 관심 없는 정치인, 입만 열면 법치를 외치나 자신은 무법자처럼 사는 법조인, 그리고 늘 하나님을 달고 사나 실제로 하나님과 거리가 먼 목사다. 그러나 이 세 직업군은 어디서나 목소리가 커서 주목을 받는다. 그래서 특권 의식에 물들기 쉬운 사람들은 가끔은 생활현장으로 나가서 아니꼬운 말도 들으며 힘들게 돈도 벌어보고, 서민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함께 지내는 경험도 가져보기를 권한다." - 본문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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