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태용' 6년 전 협회가 놓친 감독, 한국 축구 역사를 바꾸다

김희준 기자 2024. 4. 2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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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운명이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의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을 저지시켰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씌우기엔 역부족이었고, 독일전 2-0 승리에도 1승 2패로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맛보며 그대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신 감독은 경기 전 한국과 8강을 치르는 것에 대해 '얄궂은 운명'이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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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얄궂은 운명이다. 신태용 감독이 한국의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을 저지시켰다.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2-2로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끝에 11-10으로 승리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전술적으로 압도했다. 한국은 단순한 스리백 전형에 갇힌 채 공수 간격이 벌어져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롱패스 위주 축구를 구사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적절하게 속공과 지공을 혼합해 한국 페널티박스 부근까지 공을 전진시켰다.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점유율 53%로 한국보다 오랜 시간 공을 만졌다. 인도네시아가 기록한 슈팅은 21회, 한국은 8회였다. 인도네시아가 슈팅에 비해 유효슈팅이 5회로 다소 적긴 해도 비율로 따지면 한국(2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한국이 2번밖에 없었던 기회에서 1골을 넣고, 자책골까지 유도한 게 기적이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신 감독의 전술은 인도네시아가 약팀에서 벗어났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인도네시아는 지공 상황에서 양 윙백이 높게 올라서며 3-2-4-1과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이는 현대 축구에서도 최신에 가까운 전술로 후방 안정화를 도모하면서도 공을 단계적으로 공격 진영까지 전진시키기에 효율적인 전형이다. 인도네시아는 측면을 주로 활용하면서도 이따금 중앙에서 좋은 전개를 펼쳤고 이는 롱패스를 통한 역습에 급급했던 한국의 축구와 기묘한 대조를 이뤘다.


신 감독은 우리가 성급하게 놓친 인재다. 한국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맡으며 역량을 키우다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A대표팀 소방수로 투입됐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씌우기엔 역부족이었고, 독일전 2-0 승리에도 1승 2패로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맛보며 그대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에 반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았다. 인도네시아는 A대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까지 신 감독에게 맡겼다. 축구 약소국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고 그만큼 축구 발전에 진심이었다.


신 감독은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선수층에 엄격한 구분을 두는 대신 젊은 선수라도 실력이 있으면 과감히 A대표팀에까지 기용하며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국적을 보유한 해외 선수를 인도네시아 대표팀으로 이끄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그것이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오를 수 있는 힘이 됐다. 신 감독의 U23 대표팀에서 A대표팀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선수는 14명이나 된다. 프라타마 아르한, 마르셀리노 퍼디난, 라파엘 스트라윅, 이바르 제너, 저스틴 허브너 등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치른 선수도 9명이었다. 이미 성인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에게 U23 아시안컵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신 감독은 경기 전 한국과 8강을 치르는 것에 대해 '얄궂은 운명'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말대로 한국은 6년 전 떠나보낸 지도자의 팀에 패하며 무너졌다. 단순히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완패였다. 신 감독과 인도네시아의 성공은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제공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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