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부부가 들려주는 '인생무상' 이야기
[이재윤 기자]
영화 <동경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쓸쓸함과 고독을 표현한 작품이다. 도쿄를 방문하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가족 군상을 고찰하며, 그들의 쓸쓸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덧없다'라고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 말은 많은 함의를 내포한다. 삶의 무상함, 헛되고 허무한 느낌, 불확실한 미래 등과 같이 다양한 감정을 포함하는데, 이 덧없다라는 표현이 동경 이야기에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마치 숙제처럼 여겨지고, 그로 인해 노부부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덧없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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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동경 이야기' 스틸컷 |
| ⓒ 오드 AUD |
슈키치의 옛 동료들은 그의 자식들이 출세한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점만 가지고 있을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가까이서 실제로 겪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타인의 좋은 점만을 부각시켜 바라보고, 나머지는 우리 머릿속 상상으로 채워 넣기 때문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카메라가 되어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처럼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된다.
영화 <동경 이야기>는 이러한 가족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한 가정도 그 안에는 여러 고충과 상황이 있고, 그들의 삶 또한 부러움의 대상만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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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자들도 노부부를 꺼리는 모습 |
| ⓒ 오드 AUD |
그렇게, 부모님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온천에 보내자는 시게의 의견에 장남 코이치도 동의하고, 노부부는 온천으로 향한다. 저녁까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밤이 되자 왁자지껄한 소리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 온천은 밤이 되면 유흥과 도박이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놀이터였고, 결국 노부부는 반쪽짜리 선물에 일정보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온 부모를 보고 짜증을 부리는 시게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졌다며 징징대며 불평한다. 이 장면은 시게의 이기적인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던 순간이기도 하며, 마치 우리가 부모님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이런 자식들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노부부는 내색하지 않는다. 마치 부모로서 자식들을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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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 장남 코이치, 우 장녀 시게 |
| ⓒ 오드 AUD |
이 영화를 통해 나 역시도 돌아보게 됐다. 본가에 가서 얼굴을 비추고 부모님 해주는 밥을 먹고 나의 공간으로 황급히 돌아온다. 때론 이 모든 게 형식적으로 느껴진다. 자취를 시작하고부터 이제는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것보다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익숙해진 것처럼.
그래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어쩌면 새로운 가족의 형태, 21세기 가족은 마치 이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시대에는 대가족 단위로 함께 한 집에서 모여 살았지만, 이제는 각기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참 묘한 일이다. 자식보다 오히려 남인 네가,
더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구나.
―극 중 슈키치가 노리코에게
유대, 피보다 진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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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리코 역의 하라 세츠코 |
| ⓒ 오드 AU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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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리코에게 아내의 유품인 시계를 건넨다 |
| ⓒ 오드 AUD |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슈키치는 노리코에게 전한다. 아내가 며느리의 집에서 잔 날 밤을 가장 행복했었다며 진심 어린 대화를 주고받기를 시작하는데, 동경 이야기의 정수라 해도 좋은 유의미한 신이다. 이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 떠올랐는데, 피가 섞인 사이가 아니어도 더 가족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제 모두 돌아가는구나.
―모두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슈키치가
위치에 따라 달리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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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동경 이야기' 스틸컷 |
| ⓒ 오드 AU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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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경 이야기' 국내 개봉 포스터 |
| ⓒ 오드 AUD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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