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본사업도 불안한데…홍콩식 입주형 검토한다는 오세훈

임지혜 2024. 10.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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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진=박효상 기자 

“홍콩·싱가포르처럼 입주형을 혼합하거나, 필리핀뿐 아니라 캄보디아 등 기타 동남아를 복수 선정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 실정에 적합한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입주형 등 새로운 형태로 확장을 논의 중이다. 도입 전부터 시행 이후 한 달이 지나기까지 최저임금 적용 논쟁, 임금 체불, 인권침해, 이탈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시와 고용노동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과 관련해 입주형이나 경쟁 체제 도입 등 추가적인 개선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 시장이 내놓은 해법 중 하나다. 첫 송출국가인 필리핀에서 온 가사관리사 100명은 지난 8월6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위해 한 달 여간 교육을 받고 9월3일부터 신청 가정으로 출근해 일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다. 관리업체가 숙소비, 교통비, 통신비 명목으로 매달 53만원가량을 공제한다. 

시범사업 전부터 말많고 탈많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시범사업 전부터 최저임금 적용을 두고 말이 많았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는 한국에 입국해서도 논란이 계속됐다. 가사관리사 2명이 일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무단 일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와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10월 6일 시범사업 개선안으로 숙소에서 오후 10시면 가사관리사들의 귀가를 확인하던 것을 폐지했다. 7개월간의 시범사업 종료 후 심사를 통해 체류기간을 3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루 2개 가정을 이동하는 47명이 장시간 이동(최대 1시간35분)하는데다 이들에게 제공된 쉼터는 박물관, 미술관, 문화센터가 전부였다. 아이가 한명이든 4명이든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만 받는 임금체계까지 지적됐다. 이번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1200명 규모의 본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각종 논란으로 본사업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식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언급됐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가사관리사가 사용자(고용주)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 이동에 대한 부담이 적고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 오 시장의 ‘홍콩식 입주형 가사관리사’ 아이디어도, 지금까지 계속 지적돼 온 서비스 이용 비용을 줄이고 가사관리사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어떻게 활동할까. 전문가에 따르면 홍콩은 법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가정에 거주하며 일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고용주에 많은 책임이 주어진다. 가사관리사는 고용자와 의무 휴일, 연차, 식사비 등이 포함된 표준고용계약을 맺는다. 의무보험(의료보험, 산재보험)도 가입하게 돼있다. 가사관리사들의 고충 상담창구인 24시간 핫라인이 정부 주도로 마련돼 있다. 중개소의 경우 반드시 면허를 취득해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착취 방지 법률 지원이 있어 과로 등 착취를 방지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이예솔 기자

입주형 대부분인 홍콩 역시 잇단 문제로 ‘골치’

한국보다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먼저 도입해 운영 중인 홍콩이지만, 각종 문제로 인해 개선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홍콩의 경우 언어와 문화적 차이, 일과 생활의 경계 모호, 사생활 침해, 학대 등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저출생 대응책으로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저출생이 심각하고 여성들이 가사·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추진하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란 생각”이라며 “제도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가사·육아에 참여토록 하는 것. 유럽 사례를 봐야 한다. 일·가정 양립의 주요 요건은 근로시간이 적고 남성들이 활발하게 가사 노동과 육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 좋은 공공 보육을 늘리는 등의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며 “공공이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전망하고 사회 문화를 바꿔 좋은 사회로 나아가야 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움직여야 한다. (가사관리사에 대한) 안전장치도 확보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효과성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순천향대 교수)은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선 집에 조그만 방이라도 하나 있어야 한다. 조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다만 아이가 어린 경우 입주형을 선호할 수 있고, 일부는 (현재처럼) 파트타임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돌봄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이러한 제도를 한국형으로 잘 만들 수 있을지, 근로자와 우리 사회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 구성과 운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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