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불리는 한동훈…친한 20명 만찬 다음날, 원외 90명과 오찬
국민의힘 친한계가 6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한동훈 대표 만찬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섰다. 현역 의원 20명이 모인 이 자리에선 “친한계 의원을 50명까지 늘리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7일 라디오에서 “친윤계 의원도 20~30명밖에 안 된다”며 “향후 여당의 중립 의원 40여 명은 한 대표와 싱크로(일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7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공격 사주 의혹’을 언급하며 “포용은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외 당협위원장 90여명과 오찬도 했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친한계 결집과 기강 잡기로 당 장악력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 모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권영세 의원)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친한계 만찬이 눈길을 끈 건 시점이다. 만찬 이틀 전인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선 4표의 이탈표로 긴장감이 흘렀다. 여기에 한 대표가 빠진 2일 ‘용산 만찬’과 김대남 의혹까지 겹치자 “윤·한(尹·韓) 갈등 증폭”이라는 뒷말이 돌았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친한계가 보란 듯이 모인 것이다.
계파색을 잘 드러내지 않던 친한계 의원들이 작심한 듯 집단행동에 나선 점도 이목을 끌었다. 그간 미디어에서 한 대표를 적극 엄호한 것은 소수의 친한계 ‘스피커’였다. 하지만 6일 만찬에서는 복수 친한계 의원 사이에서 “대통령실의 변화 없이는 쉽지 않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더 추가될지 걱정된다” 등 용산과 대립각을 세우는 메시지가 적지 않았다.
과거 친이·친박계나 정권 초기 친윤계와 비교하면 친한계의 규모는 크지 않고, 중진 의원 숫자도 적다. 하지만 당내에선 “친한계가 내부 역할 분담을 통해 전열을 갖추고, 원외 당 대표인 한 대표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찬에 참석한 친한계 중진 그룹은 6선의 조경태, 3선 송석준 의원이다. 이들은 몇 안 되는 중진으로서 친한계 내부의 좌장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조 의원은 7·23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캠프 좌장이었지만, 이후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해병 특검법에 대해 “치고 나가야 한다”고 힘을 실었고, 8월 당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에 임명돼 친한계로 발돋움했다. 송석준 의원은 조 의원 합류 전까지 친한계 ‘맏형’이었다. 당 경선에서 한 대표를 지원사격했고, 최근에는 직능·사회 단체를 관리하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 지도부에도 친한계 의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 당 최고위에는 수석최고위원인 친한계 핵심 장동혁(재선) 의원, 청년최고위원 진종오(초선) 의원이 속해있다. 당 관계자는 “이들이 원외인 김종혁 최고위원과 함께 여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서 친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범수 의원은 당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박정하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재선 핵심 당직 라인’을 구축했다. 서 의원은 최근 ‘김대남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행위”라며 진상조사의 정당성을 설파했고, 박 의원은 언론 대응 및 용산과의 소통 창구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 정성국 의원은 조직부총장에 임명됐다. 이외 초선 의원 중 한지아 의원은 수석대변인, 김소희·우재준 의원은 원내부대표를 맡았고, 국방·안보 전문가인 유용원 의원은 당 국민통합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주요 당직을 맡진 않았지만, 재선의 배현진 의원과 초선 박정훈 의원은 친한계 ‘핵심 스피커’로 통한다. 배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핵심을 공개 저격해 한 대표를 지원 사격했고. 6일 만찬에 참석해 한 대표와의 끈끈함을 부각했다. 박 의원은 최근 방송 및 인터뷰를 통해 연일 김 여사 사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대표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6일 만찬에는 중립 지대에 속하는 의원도 참석했다. 주영국 대사를 지낸 김건 의원과 서울 도봉갑에서 안귀령 민주당 후보를 꺾은 김재섭 의원이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의원도 만찬에 참석했다.
원외 친한계도 포진돼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과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최전선에서 한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를 반박하고 있다. 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유의동 원장, 제승완 부원장은 ‘한동훈표’ 정책을 연구 개발하는 과제를 맡았다.
다만 5선의 권성동 의원은 7일 “이렇게 노골적으로 광고하며 모임을 하는 걸 본 적 없다”며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 초선 의원도 “한 대표가 제 식구 챙기기보다는 다른 의원들과 스킨십부터 늘려야 한다”며 “한 대표와 소통하지 못해 생각을 알기 힘들다는 동료 의원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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